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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 비급여 통제할 것”
의협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 비급여 통제할 것”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3.05.26 0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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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보험업법 개정안 관련 국회 긴급토론회 개최
청구중계기관을 ‘보험개발원’으로? “데이터 집적 우려”
시민단체 “통합대안도 없이 ‘졸속입법’···국회 직무유기”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보험업법 개정안)이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지만 해당 법안이 ‘가입자의 청구 편의를 제고한다’는 표면적 취지와 달리 보험사의 건강정보 집적화와 비급여 통제를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5일 열린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는 국회가 구체적인 성문화도 이루어지지 않은 법안을 졸속 통과시키며 민간보험사의 이익 추구를 돕고 있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정무위는 기존 6건의 개정안을 통합한 대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청구간소화법을 전체회의에 상정하기로 의결했다.

이 법안의 골자는 보험사가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전면 전산화하고, 계약당사자가 아닌 의료기관으로부터 관련 서류를 전송받도록 하는 것이다. 추후 대통령령으로 결정하도록 한 의료기관과 보험사 간 정보 중계기관으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또는 보험개발원이 거론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이 법안이 “전송대행기관을 지정하는 것은 정보 유출과 집적 우려가 크다”며 “보험사들이 데이터 집적을 통해 보험금 지급과 계약 갱신을 거절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의협과 병협은 지난해부터 11차례 회의를 통해 중계기관이 필요 없는 허브 형태로 청구 간소화를 충분히 이룰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보험업계와 금융위원회가 반대했다”며 “개인정보 암호화와 전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시스템이 이미 구축되어 있는데 공공기관을 끼고 유사한 서비스를 중복적으로 마련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민간 핀테크 업체에서 각 보험사로 전송하는 자료는 취합이 불가하다. 그래서 비급여 항목에 대한 데이터 통계화를 할 수 없다”며 “그러나 모든 세부 진료 내역이 일일이 보험업계로 전송되면 전체적으로 비급여 항목에 대한 선호도나 사용량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토대로 어떤 항목은 지급하거나 지급하지 않는 상품을 개발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비급여 통제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은 “진료 정보를 전자자료로 민간보험사에 넘기는 것은 디지털 프로파일링”이라며 “보험사가 급여, 비급여 항목 일체를 포함한 건강정보를 프로파일링하는 데에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디지털화된 청구자료를 의료기관이 직접 보험사에 전송하도록 하는 것이 비용이 가장 적게 들고 민감정보의 집적화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에 환자는 물론 의료기관도 찬성하고 있다”며 “또한 영상 검사나 혈액 검사 등 구체적인 민감정보가 제공되지 않도록 제공 금지 대상 정보를 법률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상훈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모든 데이터가 무조건 디지털화되어 전송되는 것이 아니다. 보험계약자가 청구 목적으로 요청할 경우에만 보험사로 바로 전송되는 것”이라며 “계약자의 청구 선택권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면서 “네이버나 카카오톡 등 사기업을 중계기관으로 하면 정부의 감사 권한이 없어지기 때문에 공적 역할을 하는 심평원이나 보험개발원을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법안에는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위원회를 만들어서 전송 대상 데이터 내용을 협의하도록 하는 내용이 반영되어 있다”고도 해명했다.

그러나 김종민 의협 보험이사는 “보험개발원은 항상 보험업계 편만 든다”며 “시민의 의견을 반영할 수 없고 공적 역할을 하는 기관이라고도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전진한 무상의료운동본부 집행위원은 “국회는 성문화도 마치치 않은 법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키고, 그 이후에야 졸속으로 법안을 만들고 있다.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하면서 “의료 민영화 우려로 막아왔던 해당 법을 졸속으로 통과시키는 의원에 대해서는 총선 낙선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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