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0:55 (금)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일주일 앞···의료계 곳곳서 우려 제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일주일 앞···의료계 곳곳서 우려 제기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3.05.25 11: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진 허용, 법적 책임성 등···의료계 “보조수단·재진·의원·전담기관 금지 원칙 지켜야”
의료계, 실무 논의 참여해 개선안 제시해 복지부 공감···최종안 30일 건정심서 확정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시행일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각 진료과에서 연일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어 시작 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7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의원급 의료기관,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시행한다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희귀질환자와 수술·치료 후 지속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환자에 대해서는 병원급 의료기관의 참여를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또 휴일과 야간, 감염병 및 소아 환자, 만성 질환자·65세 이상 노인·독감 등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초진도 허용했다.

의료계는 무엇보다 이렇게 예외적으로라도 초진을 허용해 오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표현이 서툰 소아 환자에게 비대면 진료를 시행해 오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는 시범사업안이 발표된 다음날인 지난 18일 성명서를 내고 “소아 환자와 외출이 힘든 중환자에 대해 초진을 허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같은 날 대한내과의사회도 “소아 환자의 경우 중증·응급 환자에 버금가는 정확한 문진과 진찰이 필요한데도 오진 위험이 큰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고 지적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는 “비대면 초진의 위험성은 성인보다 소아 환자가 훨씬 심각하다. 최근 이슈가 되는 소청과 진료 공백 사태를 비대면 진료를 이용해 해결하려는 것은 의료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65세 이상 고령 환자에 대해 일률적으로 초진을 허용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65세 이상 환자를 초진 허용한 것과 관련해 지난 17일 “65세 이상을 일률적으로 비대면 초진 허용 예외군으로 정할 만큼 우리나라에서 진료 접근성이 어려운 경우가 얼마나 되냐”고 꼬집었다. 

비대면 진료로 인해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법적 책임 소재가 불명확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지난 19일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나온 마당에 비대면 진료로 인해 각종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사의 면허를 어떻게 보호해 줄 것이냐”며 “일부 정신 질환자의 경우 비대면 진료 시 자·타해 위협이나 자살기도 등의 사고가 일어났을 때 그 책임을 플랫폼이나 보건복지부가 아닌 의사에게 전가해 형사건으로 입건시키는 것은 아닌가”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비대면 진료로 인해 약물 오남용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문진으로만 진료하면 실제 환자 증상과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비대면 진료 역시 문진으로만 치료하기 때문에 약물 처방이 불필요하게 많아질 수 있다는 것.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는 “단순 급성 호흡기 질환에도 항생제 처방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 환자 건강에 바람직하지 않고 감염병 관리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결국은 건강 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외에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안에 대해 플랫폼 이용 및 정부 지원 여부, 환자 위치와 횟수 제한, 질환 허용 범위, 서비스 형태, 지속적 관찰·상담 교육·진단 및 처방, 약 처방 및 배송, 수가 문제, 개인정보 등 갖가지 문제들이 연일 지적되고 있다. 현재 각 진료과 의사회에서 성명을 통해 이러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시범사업안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대한내과의사회는 진료 지침·형태·질환부터 진료 주기와 횟수, 플랫폼 감독 및 개인정보 보호지침, 법적 책임 소재와 사후평가까지 전방위적으로 세세한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 제시하기도 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논의해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다. 찬반 프레임을 넘어 앞으로 의료계·산업계·정부는 지속적으로 협의해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의료계와 비대면 진료 원칙에 대해 합의했음에도 이후 세부적인 논의를 거치지 않고 ‘입장 선회’를 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는 지난 19일 입장문을 통해 “보건복지부는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협이 제시한 비대면 진료 원칙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의약계와 세부적인 논의 없이 비대면 진료 원칙에서 크게 벗어난 시범사업안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월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해 △대면 진료 원칙 △대면 진료 보조수단 △재진 환자 중심 △비대면 진료 전담 의료기관 금지 등의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3개 의약단체는 구체적인 개선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개선안의 내용은 △야간·휴일 소아청소년 비대면 초진 비허용 △비대면 초진 허용 대상(도서 산간, 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자)에 구체적 기준 마련 △병원급 비대면 진료 비허용 △비대면 진료의 법적 책임 소재 규정 △중개 플랫폼 불법행위 관리감독 강화 △비급여 의약품 처방 관련 비대면 진료 오남용 금지 등이다.

의료계는 앞으로 정부와 실무 논의에 참여해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겠다는 입장이다.

3개 의약 단체는 “비대면 진료는 반드시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이뤄져야 하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쳐 진행돼야 한다. 앞으로 안전한 진료 수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실무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지난 24일 열린 제9차 의료현안협의체<사진>에서 대면 진료의 보조수단, 재진 및 의원급 중심, 비대면 진료 전담 의료기관 금지 등 4대 원칙을 재강조했고 이에 복지부도 공감대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를 마친 후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은 “4대 원칙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원칙이 절대 훼손되선 안 된다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정부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과 관련해 의협을 비롯해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등 다방면에서 의견을 폭넓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최종안은 오는 30일에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6월 1일 시범사업이 시행되며 이후 8월 말까지 계도기간을 갖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