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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협상 본격 시작됐지만···올해도 '험로' 예고
수가협상 본격 시작됐지만···올해도 '험로' 예고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3.05.19 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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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건보재정 흑자 지속···'코로나 희생' 보상돼야"
공단 "넉넉한 밴드 설정 어려워···시간 여유도 부족"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과 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과 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

의료계의 한 해 살림을 결정짓는 유형별 수가협상이 18일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올해 협상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의료계는 건강보험 재정이 흑자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에서 의료인들의 '희생'에 따른 보상을 내년 수가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건보공단과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 수가협상단은 이날 서울 당산동 건보공단 스마트워크 센터에서 첫 번째 수가협상을 열고 내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우선 병협 송재찬 수가협상단장(상근부회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지금까지 코로나19와 관련해 세계적으로 우수한 결과가 나온 것은 병원의 인력들이 노력한 결과였다고 자부한다"며 "의료인들의 희생에 대해 보상이 이뤄져야 앞으로 팬데믹 상황에서도 의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회복 이후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불안요인이 많아 병원계도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적극적으로 감안해 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의협 김봉천 수가협상단장도 "지난해 수가협상을 맡은 대한개원의협의회가 SRG 수가모형의 문제점, 공급자 배제의 문제점, 최소한의 밴드에서 '나눠먹기'식 경쟁만을 부추기는 협상 과정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며 협상권을 반납한 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후 공단이 SRG 개선 모형 등 새로운 모형을 제시했지만, 이번 수가협상에서도 기존과 비슷한 형태의 수가 모형을 토대로 의료계의 요구가 전혀 수용되지 않은 불공정한 협상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김 단장은 "의협은 회원들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수가협상에서 조금이라도 인상률을 높게 올리기 위해 '1차 의료를 살리겠다'는 절박한 사명감을 갖고 이번 협상에 참여하게 됐다"며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물가상승률이 예년에 비해 월등하게 치솟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은행에서도 기준 금리 추가 인상을 전망하는 등 아직도 의료환경을 둘러싼 많은 변수가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회원들은 저수가가 지속됨으로써 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있다는 점을 현장에서 몸소 느끼며 의협에 연일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며 "기존과 같은 수가 인상 수준으로 회원들을 설득하기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계는 코로나19로 인한 환자 감소에도 묵묵히 환자 진료에 매진했을뿐 아니라 코로나 예방접종, 간이 검사, 재택 치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팬데믹 극복에 최선을 다했지만, 의료계의 노력은 높은 진료비 증가에 따른 수가 인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한,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동됐던 지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은 진료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해 오히려 의료계를 옥죄는 정책이 됐다"며 "이번 협상에서도 예년과 동일한 방식의 수가협상이 지속된다면 더 이상 수가협상 참여는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김 단장은 "예년과 달리 재정위원회의 구성이 늦어지고 참여 단체가 변경됨에 따라 원활한 협상이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되지만, 적정 수가 보장이 오히려 불필요한 재정 낭비를 줄이고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임을 공급자 측면에서 잘 설명해달라"며 "1차 의료를 전담하고 있는 의원 수가 협상이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공단에 주문했다. 

대한병원협회 수가협상단과 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
대한병원협회 수가협상단과 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

하지만 공단 측이 건강보험 재정 당기수지 흑자에 따라 수가 인상을 해달라는 의료계의 요구에 대해 난색을 표하면서 올해 협상에도 험로가 예고됐다.

공단 측을 대표한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건강보험 재정 당기수지 흑자 3조6000억원을 분석한 결과, 지출보다 수익 부분에서 직장보수월액이 4% 증가했고, 연말정산 보험료에서 성과급 등 평상 시 반영되지 않았던 것들이 추가적으로 들어오면서 보험료가 증가하게 된 것"이라며 "공급자 측에서 보면 재정 여력이 증가했다고 보이지만, 가입자 측면에서는 지출이 줄어든 게 아니라서 밴드 설정을 넉넉히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재정운영위원회 구성이 늦어져 수가협상에 주어진 시간적 여유가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에서 여러 가지 숙제들이 많아 어깨가 무겁다"며 "공단 협상단은 보험자로서 가입자와 공급자 양측 모두 생각해야 하는 입장으로,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협상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 충분히 소통하면서 협상 타결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송 단장은 이날 1차 협상을 마친 뒤 "올해 협상도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건보공단은 장기적인 재정을 생각하는 측면이 있지만, 의료 현실은 필수의료와 마찬가지로 재정이 투입되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부분이 있는 만큼 써야 할 때는 적절히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병원계의 노력이 많았던 만큼 인적·물적 재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투자해 준비태세를 갖춰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건강보험에서 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단장도 "이번 수가 협상에서 최소한의 물가 인상률, 임금 인상 폭만큼 수가가 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밴딩이 늘지 않으면 협상의 의미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밴딩을 늘려 공급자와 가입자가 공평하게 수가협상을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는 방향이라 생각한다"며 "건강보험 재정이 늘어난 만큼 밴딩도 늘려 의료시스템도 발전해야 한다. 물가 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가 인상으로는 회원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공단에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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