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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수가협상 본격화···"상호 이해 바탕으로 협상 하자"
내년도 수가협상 본격화···"상호 이해 바탕으로 협상 하자"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3.05.11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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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공단, 2년 연속 흑자···밴딩 폭 넓혀 달라"
공단 "수가조정모형 다양화···밤샘 협상 관행 탈피"

의료계의 한 해 살림을 결정짓는 유형별 수가협상이 11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의료계 등 공급자단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년 연속 당기수지 흑자를 기록한 만큼 '안전한 진료환경'이 조성되기 위해 밴딩(추가소요재정) 폭을 넓혀달라고 공단에 요청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이날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2024년도 요양급여비 수가협상의 성공적인 체결을 위해 의약단체장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를 비롯해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6개 의약단체장이 참석했다. 공단 측에서는 이사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현재룡 기획상임이사가 나왔다. 

의협에서는 간호단독법과 의사면허취소법 반대를 위해 단식투쟁에 나섰던 이필수 협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해 김봉천 대외협력부회장(수가협상단장)이 대신했다. 

우선 현 이사는 “지난 5일 WHO에서 2020년부터 3년간의 코로나19 비상사태를 풀면서, 우리 사회가 일상회복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이는 정부의 체계적인 방역조치와 전 국민의 자발적인 마스크 착용, 백신접종 등 성숙한 시민의식과 함께 의료계의 노고와 헌신이 있어 가능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특히 공단 측은 그간 제기된 제도개선 요구와 관련해 "올해에는 수가조정률 설정의 객관적 준거가 될 수 있는 모형과 협상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해 가입자, 공급자,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활용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현 이사는 "수가조정모형을 다양화해 보건의료현황과 경제상황이 반영되고 객관적으로 수가밴드가 설정될 수 있도록 현행 SGR모형과 함께 GDP모형 등 4가지 개선모형(SGR개선모형, GDP증가율 모형, MEI증가율 모형, GDP-MEI 연계모형)으로 산출한 결과값을 수가밴드를 결정하는 재정소위원회에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간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밤샘협상을 탈피할 수 있도록 협상 마지막 날(5월 31일) 재정소위원회 개최시간을 앞당길 것"이라며 "그간 꾸준히 제기돼온 공급자와 가입자 간의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재정소위원회 위원들과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공급자-가입자-공단 간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전 국민이 언제 어디서든 골든타임 내 진료받을 수 있는 필수의료체계 구축, 신종 감염병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의료 인프라 유지, 어려운 경제 여건 하에서 수가인상이 보험료 부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단체장들의 이해와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의협 수가협상단장을 맡고 있는 김봉천 부회장은 "최근 개최된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올해 수가 협상에서 최소 5% 이상의 결과물을 얻어내라'는 주문이 있었다"며 "회원들의 요구는 그동안의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았음을 의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정부와는 달리 이번 정부에서는 필수의료의 강화에 역량이 집중되고 있지만, 의료현장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며 "진료현장의 의사가 구속되고 칼에 찔리며 폭언에 시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가는 현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필수의료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정부는 의료제도의 개선을 약속했지만 아직 아닌 것 같다. 협상은 통보가 아니어야 한다"며 "저는 제가 마지막 협상단장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2024년 수가 협상은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최선의 협상 결과가 도출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병원협회 윤동섭 회장도 "감염병 위기상황에서 병원계는 위기대응을 통해 얻은 방역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 의료체계로의 전환과 병원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병원은 여전히 의료수입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여기에 정부는 필수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고심하고 있고 병원계에 많은 협조와 정책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며 "코로나 대응에 이미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노력을 기울인 병원계는 다시 한번 운영상 어려움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회장은 "건강보험재정이 계속된 흑자로 안정된 누적 재정 상황(약 24조원)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필수보건인프라 구축과 예측불가능한 감염병 등에 대한 상시 대응체계 마련이 필요한 시점에서 적극적인 재정 운영을 통해 안전한 진료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라며 "협상 당사자인 의료공급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가입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양측의 입장과 균형을 조율하는 가교 역할을 해달라"고 공단에 당부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박태근 회장은 "치과계는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바뀐지 오래다. 정상진료와 수가를 받는 치과 의원이 오히려 비정상으로 내몰리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비급여 진료비로 보상받는 것을 전제로 출발한 치과 의료보험 정책을 이제는 대대적으로 손을 봐야할 지경"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은 사랑니 단순 발치비가 80만원인데 우리나라는 8910원이다. 실제 보험수가는 초진인 경우 4만5000원, 재진은 3만9500원"이라며 "한국 치과의사들은 미국 치과의사들과 비교했을 때 20분의 1에 해당하는 수가를 받고 있다. 비급여 진료비로 버텨왔던 보험수가는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미국과 비교한 데이터를 조사해 합리적인 진료비를 산출해야 한다"며 "지금 당장 획기적인 변화는 기대하긴 어렵지만, 의료인들의 희생을 전제로 보험제도가 이어지는 게 아니라 의료인들도 대접받으면서 진료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대한약사회 최광훈 회장은 "코로나19 안정화로 의료이용자 수가 코로나 이전으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행위료 감소 폭이 워낙 심했기 때문에 그때의 어려움으로 인한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지난해 코로나 확진자 폭증으로 약국 조제 건수가 상대적으로 증가했지만 이는 단발적인 현상으로, 코로나 확진자의 영향이 빠진 올해는 약국의 진료비가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행위료가 다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협상에서는 전년 대비 진료비가 얼마나 늘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기 보다 지난 3년간의 코로나19라는 특수성과 장기적인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건강보험 재정 흑자 규모가 더욱 커져 2년 연속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재정 여유가 있을 때 수가인상률을 조금씩 현실화하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는 또다른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올해는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는 합리적고 공평한 협상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대한한의사협회 홍주희 회장도 "추나요법의 경우 80%라는 비정상적인 본인 부담금 쳬가가 적용되고 있다"며 "시범사업도 아닌 본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9년 추나요법 급여화를 결정하면서 2021년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본인부담금에 대한 급여비율이 개선되지 않았다"며 "코로나가 안정화되니 '재정 추계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급여비율 정상화를 주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단순히 경제 논리를 떠나 다른 급여행위에 대한 행위들과도 형평성이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과 급여 형평성과도 맞지 않다"며 "한의계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헤아려 만족할 만한 수가 협상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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