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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인후과학회·의사회 “노인·군인·경찰 난청 대책 필요”
이비인후과학회·의사회 “노인·군인·경찰 난청 대책 필요”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3.04.2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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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 전담 클리닉·지정 의료기관 지원, 소아진료비 현실화 등도 촉구
두경부외과 의사 소멸은 소아과 폐과에 견줄 위기···“필수의료 지정해야”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노인성 난청과 군인·경찰관의 소음성 난청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 코로나19 이후 다가올 새로운 감염질환에 대비하기 위해 호흡기 전담 클리닉과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와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는 ‘제97차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및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춘계학술대회’가 열린 지난 23일 일산 킨텍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료 현안에 대해 발표했다.

노인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보청기가 필요한 40dB 이상 중등도 난청의 유병률은 매우 높다. 60대에서 12%, 70대에서 26%, 80대에서 53%로 나이가 많아질수록 난청의 유병률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65세 이상 전체 인구의 난청 유병률은 약 20~25%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40dB 이상의 중등도 난청환자 중 단 12.6%만이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국가의 보청기 사용률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인데, 그 이유는 무엇보다 보청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구매 가격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부터 ‘장애인 보청기 급여화’가 실시돼 청각 장애인들은 이비인후과 전문의 처방과 검수확인에 따라 수준 높은 보청기를 쓸 수 있도록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건강보험 지원 기준이 너무 높다는 것. 양측 60dB 이상 또는 한쪽 40dB와 반대쪽 80dB 이상의 판정을 받아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장애진단 기준에 미치지 못한 난청환자들에 대해 일부 지자체에서 자체 예산을 통해 보청기 구매를 지원하고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노인성 난청 인구 숫자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보청기가 필요하지만 장애판정을 받지 못해 보청기 급여 지원을 못 받는 국내 인구는 약 130여 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이들이 보청기 구매 시 건강보험 지원을 받는다면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년층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치매나 노인성 우울증 같은 난청이 매개하는 질환의 발병율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군인과 경찰관들이 직업 특성상 겪는 소음성 난청에 대한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사격과 같은 폭발음은 140~170dB의 소음에 해당한다. 이런 이유로 실제로 입대 후 사격 훈련 등으로 소음에 노출돼 젊은 나이에 영구적인 청신경 손상을 입어 평생 난청이나 이명 등에 시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게 높은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직군은 정기적으로 정밀청력검사를 받으며 모니터링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이비인후과의사회는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국가에 봉사하는 직군의 건강을 돌봐야 한다”며 특히 “이미 정밀청력검사가 가능한 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있는 이비인후과 병의원이 그 역할을 하게 한다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이들의 청력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진료 특성상 감염에 노출되기 쉬운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누구보다 많은 역할과 희생을 했다. 일례로 경기도 고양시에서 지난 2021년 7월23일에서 29일까지 관내 16곳의 의원에서 총 750건의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해 13명의 양성자를 찾아냈는데, 이 중 90%가 이비인후과 의원에서 이뤄졌다. 이는 두경부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이 많은 이비인후과에 대한 신뢰 덕분이며, 실제로 신속항원검사는 이비인후과 의사가 하기에 가장 적합한 검사로 알려졌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코로나19 사태 극복에 의원급 의료기관이 많은 역할을 했는데 특히 호흡기 전담클리닉을 비롯한 호흡기 환자진료센터가 큰 역할을 했다며 앞으로도 마땅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에 이어 앞으로 다가올 국가 재난적 호흡기 감염 사태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힘들게 만들어낸 시설과 인력을 다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의 지원이 절실하다”며 특히 “이를 위해 지금은 사라진 ‘의원급 감염예방관리료’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소아청소년과의 폐과를 선언했다. 낮은 초·재진 기본 진료비와 수가 인상률, 성인진료에 비해 2~3배의 시간과 노력, 높아져 가는 부모들의 권리의식, 소송에 휘말릴 위험성 등이 원인이다. 이는 사실 소아과뿐만 아니라 소아환자를 접하는 모든 의사들이 접하고 있는 문제이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소아진료의 특성에 따라 가산을 두는 해외국가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영·유아 본인부담금 할인만 지원하고 있을 뿐”이라며 “앞으로 초·재진 기본진료비에 소아진료 특별 가산제 등을 통한 ‘진료비의 현실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비인후과의 한 분야인 두경부외과를 전공하는 의사들이 낮은 보상으로 인해 최근에 거의 배출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위기감을 나타냈다. 

김세헌 대한이비인후과학회 회장은 “감염병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상기도 감염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의사들이 더 이상 배출되지 않는 것은 소아과 폐과에 견줄 만한 중대한 위기”라며 “앞으로 필수의료에 포함시켜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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