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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초진 허용 놓고 의료계-플랫폼업계 의견 충돌
비대면 초진 허용 놓고 의료계-플랫폼업계 의견 충돌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3.04.20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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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서명운동 통해 여론전 펼쳐···의료계 “환자 건강 위해 대면 진료가 우선”
서울시醫 “의사에게 불충분한 정보 가지고 진료하라는 말과 다를 바 없어”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가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관련 업계는 이를 막기 위해 서명운동까지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로 인해 환자의 건강이 침해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스타트업 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컨슈머워치,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와 함께 지난 14일 비대면 진료 수호 인터넷 서명운동을 시작해 단 며칠 만에 적잖은 이들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면 진료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국내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돼 닥터나우·굿닥 등 국내 30여 개 업체는 활발하게 영업을 시작해 그동안 약 1379만 명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앞으로 머지않아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종식을 선언하고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를 낮추면 비대면 진료를 이어갈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 

현재 정치권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적극 추진 중이지만 이를 통해 만약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다고 해도 초진 환자는 허용되지 않고 재진만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된 비대면 진료 관련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총 5건. 더불어민주당에서 강병원·신현영·최혜영 의원과 국민의힘에서 김성원·이종성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그러나 이들 5개 법안 중에서 김성원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이 유일하게 일부 초진을 허용하고 있을 뿐, 나머지 법률안들은 모두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더라도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만, 초진이 아닌 재진부터만, 어디까지나 대면 진료의 보조 수단으로서만 허용하고, 비대면 진료만을 전담하는 의료기관의 개설도 금지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현재 업계는 “재진부터 허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비대면 진료를 폐지하라는 것”이라며 비대면 초진까지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의 대부분을 초진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비대면 초진이 허용될 경우 환자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내과의사회(회장 박근태)는 지난 18일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인 ‘유니콘팜’ 소속 의원들과 일부 플랫폼 업계 관계자들이 비대면 진료 입법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개최한 것과 관련해 강한 유감을 다음 날인 19일 표명했다.

의사회는 “짧은 기간 동안 눈앞의 결과만 보고 섣부르게 도입하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갈 것이고 산업적 측면만을 중요시하는 검증되지 않은 비대면 진료 제도의 추진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미국을 비롯한 여러 연구에서 원격 진료가 대면 진료보다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진료는 초진이나 추적관찰 모두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특별시의사회도 비대면 진료 초진을 일부 허용하는 법률안이 발의된 것과 관련해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감염병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를 우리나라처럼 의료접근성이 좋은 나라에서 (평시에도) 허용하는 것은 의사에게 불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진료하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대면 진료의 대원칙은 결코 훼손되면 안된다. 국회는 섣불리 비대면 진료를 확대시키는 입법을 할 게 아니라, 비대면 진료의 근본적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기술적, 윤리적 문제들을 심도 있게 되짚어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며 “산업계의 이익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국민의 건강, 안전 그리고 생명”이라고 일갈했다.

앞서 서울시의사회는 코로나19 시기에 난립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이 정부가 오진 및 전문의약품 오남용과 관련한 의료법, 약사법 위반 소지를 경고하고 시정 조치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영업을 지속해 일부 플랫폼 업체를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최근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이 서명운동을 통해 여론전을 펼치는 것에 대해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직결된 의료에 대한 사안을 여론에 호소해 투표로 결정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고 진료 방식도 편리함만을 기준으로 정할 수는 없다”며 “미국에서 이미 비대면 진료 관련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문제점들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나고 있듯이 비대면 진료는 결코 대면 진료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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