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0:55 (금)
[창간63주년 특집호]“의료 로봇 발전해도 의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
[창간63주년 특집호]“의료 로봇 발전해도 의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
  • 의사신문
  • 승인 2023.04.17 13: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 로봇의 시대, 어디까지 왔나?-과연 의료 로봇은 의사 자리를 위협할 것인가?
최재순 서울아산병원 의공학연구소 소장

이미 2016년 경 소개된 미국 워싱턴 어린이병원의 자동 수술로봇은 복부의 연조직 대상 수술로봇으로, 개념적으로는 가장 ‘자동 수술’에 가까운 구성을 구현하고 있다. 입체영상을 획득하는 양안 카메라를 활용하여서 수술 부위를 컴퓨터 비전 기술로 형상 정보를 파악하고, 의사가 지정한 경로를 따라 로봇이 자동으로 봉합 작업을 연속적으로 수행한다. 

자동화와 인공지능은 경계 구분이 다소 애매한데, 자동화가 곧 인공지능은 아니지만, 최근 급격한 발전을 보인 각종 인공지능 기술은 다양한 자동화 시스템의 보다 진보된 구현에 이미 사용되고 있다. 최근의 생성 인공지능은 낮은 단계라도, 신뢰성에 다소 한계가 있어도, 추론과 자율적 문제 해결의 유사한 형태를 일부 이루어 내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이 적용된 의료 로봇의 출현은 의사의 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을까?인공지능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작업하는 수술로봇이 구현되고 임상 현장에 적용되기까지에는 많은 단계와 장벽이 엄존하겠으나, 인공지능 기술이 외과 수술과 외과의사의 일과 교육의 형태에 변화를 가져올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계와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고도의 종합적이고 분석적인 사고와 판단, 치료계획의 수립, 환자와의 인간적 교감 및 환자의 정서적 상태 파악 등은 여전히 의사의 역할이 될 것이다. 한편으로, 상대적으로 단순한 작업들을 돕는 다양한 로봇형 장비 기술과 진료 보조를 위한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의 일상화는, 다수의 의사들에게는 새로운 의학 기술 및 기기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보다 더 주요하고 고유한 역할로 부각되게 되는 계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직접적인 임상 진료 이외에도, 알파고의 사례와 유사한 학습과 분석 기술의 활용 형태로 수술 영상의 자동 분석, 수술로봇 또는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수술자 동작 정보의 대량 분석 등을 통한 최적의 수술 기법 자동 도출 또는 수술로봇 자동 제어 기법 도출 등의 최근 연구 사례가 있는데, 외과 영역의 방대한 경험과 의료자료들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적 접근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될 수 있어 주목된다.

우리나라 최초 수술로봇 주제 전문연구센터의 출범이 지난 2003년이고, 이후 지난 20년간의 국내 및 해외의 의료로봇 분야의 주요한 변화를 보면, 우선 기술적 부문은 안정화, 고도화 등 세부적인 개선 개발은 이루어졌으나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는 수준의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관련 전자, 정보 기술의 발전으로 특히 의료영상정보를 위시한 각종 정보처리 기술의 발전은 급격히 이루어졌으나, 로봇의 기계적 기술은 세부적인 고도화와 성능 향상이 대종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분명한 다른 변화는,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로봇의 등장으로 볼 수 있다. 소구경의 고자유도 굴절이 가능한 수술로봇, 보다 경량 착용형에 가까워진 재활훈련로봇, 임상실용성이 높아진 간호로봇 등이 다수 출현하였다. 

그리고,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정도일지는 알 수 없으나, 의료로봇에 영향이 큰 주요한 신개념의 등장 내지 활성화로는 가상.증강현실 기술의 실용화, 의료영상처리기술과 장비의 비약적 발전, 소프트 로봇.웨어러블 로봇 기술의 발전, 그리고, 최근의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기술의 등장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양상에 비추어 향후 10년 뒤 정도를 전망해 본다면, 1)임상 영역의 확대, 2)기술의 고도화 및 이에 따른 비용 절감, 3)인공지능 기술 활용 등에 따른 임상절차의 변화 등을 예상해 볼 수 있겠다. 지난 20년간 활발하게 개발된 다양한 새로운 임상영역의 의료로봇들이 지금의 복강경 수술로봇과 마찬가지로 임상에 널리 활용되는 실용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뇨기, 복부, 부인과 수술 이외에, 흉부, 두경부, 안과 등 분야에서 지금보다 더욱 확대된  수술 적용이 예상되고, 영상 중재시술, 혈관 중재시술, 신경 중재시술, 소화기 중재시술 등 중재시술 영역에서의 로봇 시스템 적용이 일반화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열거된 분야의 수술 및 중재시술 보조를 위한 로봇시스템들이 이미 성숙한 수준으로 개발되어 있으므로 이후 임상연구와 보편적 임상적용을 위한 완성도 보완 개발을 거쳐 2030년대에는 활발하게 일반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활로봇은 병원용 훈련 로봇 뿐만 아니라 소프트 로봇 및 웨어러블 로봇 기술 기반으로 보다 일상 생활에 쉽게 적용하도록 개발된 다양한 보조로봇들이 재택의료 또는 일반 보조용구 형태로 일상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러한 다양한 영역의 의료로봇들이 로봇기술 및 연관 산업 기술 발전에 힘입어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되면서 현재 보다 고도화, 정밀화, 개인화된 의료서비스가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되는 의료서비스 체계의 변화도 동반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과 가상/증강현실 기술, 빅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의료서비스 기술 및 기기 등이 워낙 급속도로 발전하고 가변성도 높아 미래의 추이를 예상하기가 쉽지 않으나, 현재의 기술 동향이 이후로 꾸준하게 발전이 이루어진다면, 기존 임상절차의 상당한 부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작업 봉합이 기계식 스테이플러와 조직접착제 등의 도구로 대체된 예처럼, 단순/부분작업은 스스로 보고 지각하고 작업하는 로봇 기구로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환자 검사정보의 기초적인 분석과 판단으로 전처리를 해주는 일은 인공지능 기술 활용은 아예 일상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의료로봇의 적용은 보다 넓은 영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학기술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그 속도가 빠르므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임상적 필요성이나 유효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에 기반하지 않고 섣불리 개발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의공학 또는 의료기기 개발의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동안의 교육과 경험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인식이 높고 주의를 상대적으로 많이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훈련된 개발자의 수는 상대적으로 적으며, 특히 신기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도전적인 투자가 활발한 오늘날, 보다 신중하고 보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의사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공학 기술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임상적으로 유효한 기술 개발 주제들을 우선적으로 제시하여서 보다 바른 방향의 기술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의료 로봇의 첫 출현 때와 달리 최근의 인공지능 기술의 융합은 인간 의사의 대체 가능성을 한층 진지하게 고찰하게 하지만, 여전히 의료의 영역에서는 의사의 역할은 분명할 뿐더러 오히려 이러한 기술적 변화를 보다 효과적이고 실제적인 진료의 발전으로 이끌어 가야할 더욱 높아지고 어려워진 임무가 더하여지고 있다고 본다. 

다만, 우리나라를 비롯 여러 나라들이 겪고 있는 의료 인력의 부족의 문제를 보완하고, 보다 향상된 의료를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데에서는, 의료 로봇은 구체적이고 뚜렷한 활용이 이후로 크게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