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0:55 (금)
허리수술 중 환자 신경 손상시킨 의사···法 "손해배상 책임"
허리수술 중 환자 신경 손상시킨 의사···法 "손해배상 책임"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3.04.18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왼쪽 발에 족하수 증세···1억4700만원 배상 판결

의료진이 허리 수술 과정에서 수술기구를 잘못 조작하는 등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환자의 신경이 손상됐다면 의료 과실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환자 A씨와 가족들이 의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B씨는 A씨에게 1억3983만원, A씨 배우자에게 500만원, A씨 자녀에게 300만원 등 모두 1억4783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욕실에서 넘어져 생긴 허리통증 등으로 B씨가 운영하는 C병원을 찾았다. 이후 A씨는 2013년 4월~2017년 5월까지 C병원에서 인공추간판치환(삽입)술 등 모두 다섯 차례 수술을 받았다.

문제는 다섯 번째 수술이었던 요추 4~5번에 대한 내시경 수핵제거술, 추간공성형술, 고주파열치료술 이후 A씨의 왼쪽 발 부분에 '족하수' 증상이 나타났다는 점이었다. 족하수는 근육의 이상이나 신경의 압박·손상 등으로 근육이 약화돼 발목을 들지 못하고 발등을 몸 쪽으로 당기지 못하며 발이 아래로 떨어지는 증상이다.

수술 이후 B씨는 A씨 측과의 대화 과정에서 "내시경이 들어가는 과정에서 신경 하나가 손상을 입었다"고 설명했고, A씨는 정상적으로 걷기가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족하수 증상도 계속 남게 되자 '의료 사고'라고 주장하면서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의료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A씨의 증상은 B씨나 C병원 의료진이 5차 수술 시 수술기구를 잘못 조작하는 등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신경을 손상시킨 탓에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며 민법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은 "신체감정의는 ‘신경근의 손상이 5차 시술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밝혔고, 결국 수술 중 발생한 신경 손상을 그 원인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B씨 본인도 A씨 측에 ‘5차 수술 과정에서 신경을 손상시킨 잘못이 있음’을 수차례 인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진료기록감정의에 의하면, A씨처럼 넘어져서 허리와 다리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 신경학적 이상이 없으면 약 6주간의 보존적 치료나 비수술적 시술 후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B씨가 보존적 치료 등을 아예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인공추간판치환술을 시행한 것은 과잉진료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A씨의 일실수입(잃어버린 장래의 소득) 7620만원을 비롯해 기왕 치료비(이미 들어간 치료비) 2892만원, 향후 치료비 1273만원, 지팡이·고정형 보조기와 같은 보조기구비 196만원 등 모두 1억1983만원을 재산상 손해액으로 산정했다. 위자료는 A씨에 대해 2000만원, 배우자에 대해 500만원, 자녀에 대해 300만원이 인정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