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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63주년 특집호] "로봇이 잡무 도우면 의료진은 환자와 한 번 더 소통"
[창간 63주년 특집호] "로봇이 잡무 도우면 의료진은 환자와 한 번 더 소통"
  • 의사신문
  • 승인 2023.04.1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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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로봇의 시대, 어디까지 왔나?-의료서비스 로봇 활용 현황과 전망
한림대성심병원, 2022년부터 서비스로봇 도입 실증사업 진행 중
배송 로봇, 의료진이 가장 반겨 · · ·간호사 81% “계속 사용하겠다”
한림대성심병원 이미연 커맨드센터장.

병원에서의 ‘로봇’이라고 하면 보통 수술용 로봇, 재활 로봇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환자 치료에 직접 사용하는 첨단 치료로써의 로봇이 의료진에게는 더 친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식당에서 볼 수 있는 배달 로봇, 공항이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안내 로봇도 병원 용도에 적합하게 사용하면 의료진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에 한림대성심병원은 지난 2022년부터 다양한 서비스 로봇을 병원에 도입하는 실증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그동안 병원에서 서비스 로봇을 활용해 온 사례와 로봇과 함께할 미래에 대해 고민한 내용을 공유해 드리고자 한다.

현재 한림대성심병원에는 5종, 28대의 서비스 로봇이 일을 하고 있다. 외래에서는 안내 로봇 2대가 월 100여 건의 안내를 직접 수행한다. 음성 인식이나 터치스크린 이용도 물론 가능하지만 노인, 외국인 환자분들이 직접 로봇을 조작해야 하는 어려움을 덜기 위해 안내 직원 옆에 로봇을 배치했다. 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환자가 문의할 때 안내 직원이 로봇의 목적지를 입력해주면 환자는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방식이다.

병동에서는 3종의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방역 로봇 2대는 각각 항암 병동, 호흡기 병동에서 공기 정화 및 바닥 자외선 살균을 담당해 감염 우려를 감소시키는 데 활용되고 있다. 비대면 다학제 로봇은 1대로, 월 50건 정도의 안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 로봇은 평상시 입원 환자 옆으로 직접 찾아가 병원 생활 안내, 시술 방법 설명 동영상 등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 기능과 더불어 환자 이상 상황에서는 병원 내 타 부서에 있는 의사가 환자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활용할 예정이다.

배송 로봇은 의료진이 가장 반기는 로봇으로, 현재 6대를 활용하고 있다. 내시경실 검체의 병리과 이송, 추가 처방 약제의 병동 이송, 병동 간 물품 이송 등 월 300~400건의 배송을 시행 중이다. 배송 로봇은 유일하게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는 로봇이다. 엘리베이터가 충분치 않은 병원에서 환자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사용해야 하다보니 외래 환자 수가 비교적 적은 오후 3~4시쯤부터 가동하고 있다. 아직은 에러 발생으로 사람이 대처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주간에 운영 중이지만, 안정적으로 운영이 가능해지면 인력이 부족한 야간 시간대에 더욱 많이 사용하고자 한다.

홈케어 로봇은 심장 질환자 재택의료 시범사업, 급성기 환자 퇴원 지원 시범사업 환자를 대상으로 이용된다. 환자 가정에 로봇을 설치해 담당 간호사가 교육 동영상을 보내고, 화상 통화를 하는 방식으로 활용 중이다.

올해 추가적으로 실증 사업을 진행하면서 로봇은 총 5종, 72대로 늘어난다. 홈케어 로봇 50대를 제외하고도 22대의 로봇이 병원 내에서 운영될 예정이다. 외래 안내 로봇 간 업무 인수인계를 통해 로봇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지 않고도 층간 이동을 안내하도록 하고, IoT 모니터링 중 발생한 문제 환자 대처에 로봇을 활용하는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서로 다른 4개 회사의 로봇을 통합 관제하는 시스템을 작년부터 구축 및 개선해가며 사용 중이다. 향후에는 물류 이송에 로봇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사용 중인 5종의 로봇은 모두 국내 기업 제품이다.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로봇을 도입했지만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고, 24시간 운영되는 병원의 특성을 고려할 때 로봇 제조사의 병원 맞춤형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로봇을 충분히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동문 연동, 엘리베이터 연동, 여닫이문 변경 등의 병원 시설 개선도 중요한 문제다. 이 때문에 추후 진행할 신관 건설 도면에 이러한 로봇 활용을 위한 설계를 반영하는 작업도 필요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로봇을 사용하는 의료진의 인식 변화와 기존 업무 프로세스의 변경이다. 현재는 병원 디지털 전환 전담팀인 커맨드센터에서 로봇 관련 이슈를 수집, 분석 및 해결하고, 관련 프로세스 변경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에는 많은 가정에서 손쉽게 로봇 청소기를 사용하는 것처럼 전담팀이 없는 병원에서도 의료진 업무 보조와 환자 대상 서비스에 로봇을 편히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실제 배송 로봇 사용 경험이 있는 간호사 6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현재 로봇이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73%, ‘계속 사용하겠다’는 응답은 81%, ‘미래에는 로봇 도입이 병원에 필수일 것이다’라는 항목에는 89%가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현재 로봇을 사용하면서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단순 배송 등 업무는 향후 사람이 아닌 로봇이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의료진의 기대를 엿볼 수 있었다.

의사, 간호사뿐 아니라 야간 보조 인력도 구하기 어려운 현재의 의료 환경에서 잠도 자지 않고, 충전만 시켜주면 시키는 일을 반복해서 하고, 사람을 얼마든지 기다려주는 로봇이야말로 의료계에 꼭 필요한 기술이 아닐까 싶다. 공중제비를 돌고 파쿠르를 하는 로봇 영상을 접하며, 로봇이 매우 복잡한 사람의 업무를 대신해 주기를 바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현장에서 접한 상용 로봇은 아직 단순 업무를 위한 로봇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병원 직원들이 하고 있는 업무를 살펴보면 로봇도 할 수 있는 단순 업무가 얼마나 많은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어떤 로봇이 도움이 될지, 로봇을 사용하려면 해결해야 할 시설상의 문제는 무엇인지, 프로세스는 어떻게 변경하면 로봇을 잘 활용할 수 있는지 그동안 로봇을 사용해 본 병원들의 경험과 지혜를 모아 로봇을 새롭게 도입하고자 하는 병원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부족한 의료진이 환자와 한 번 더 눈을 마주치며 일할 수 있도록, 미래 병원에서 로봇이 필수적인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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