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0:55 (금)
[창간63주년 특집호] "의료산업 '新패러다임' 떠오른 로봇 수술"
[창간63주년 특집호] "의료산업 '新패러다임' 떠오른 로봇 수술"
  • 의사신문
  • 승인 2023.04.17 13: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 로봇시대, 어디까지 왔나-수술 로봇의 현 주소와 미래 세상
안정성·정확성·비침습성 인정···'환자 친화적' 의료제공
햅틱기능에 자율수술, AI판단까지···법적 쟁점도 해결돼야

의료 현장의 모든 분야에서 활용 할 수 있는 로봇을 의료 로봇 혹은 의료서비스 로봇이라고 부른다. 이 분야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 째는 우리가 의료로봇하면 현재 누구나 떠 올리는 수술로봇이다.

한웅규 연세암병원 비뇨기암센터장
한웅규 연세의료원 연세암병원 비뇨기암센터장

수술로봇은 외과의사가 환자와 떨어져 있는 위치에서 조정관(Console)의 조이스틱과 같이 생긴 부분을 움직여 환자의 몸 속으로 들어가 있는 로봇 팔의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하며 수술하는 로봇을 말한다. 이것은 로봇의 자율적인 움직임이 0.01%도 허락되지 않는 master-slave 구조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둘 째는 재활이나 간호/간병에 활용할 수 있는 재활-보조로봇이다. 이 분야는 현재도 개발이 많이 되고 있으며 종종 언론에서도 접할 수 있다. 다리를 움직이지 못해 재활 운동이 필요한 환자의 재활운동을 보조하는 로봇, 식사나 약을 챙겨주는 간병 로봇 등 그 활용 범위가 무척 넓어지고 있다.

셋 째는 바이오 로봇이다. 이는 여러가지 형태로 개발이 되는 것을 총칭하는 것인데 가령 사고로 팔이 잘린 환자에게 로봇 팔을 만들어서 그 팔과 환자의 신경을 연결해 어느정도 자신의 뇌에서 명령하는 것을 인식해 움직일 수 있게 하는 형태이다.

이 분야도 현실에서 의료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개발이 이루어지는 분야다. 의료서비스 로봇은 위와 같이 크게 분류가 가능하겠다. 하지만 필자가 외과계열 비뇨의학과 의사이고 주 관심분야가 수술 로봇이므로 이에 대해서 간략히 정리하고 향후 개발 분야까지 알아 보도록 하겠다. 

수술로봇의 역사는 생각처럼 짧지 만은 않다. 실제 우리 생활에서 로봇수술기가 도입돼 활발히 시행된 것은 2005년 이후 지만 그 개발의 시초는 1980년대 초반이다.

1983년 University of British Colombia는 Arthrodoc이라는 음성인식 정형외과 수술로봇을 개발해 발표했다. 그 이후에도 1990년대~2000년대를 통해 여러 형태의 로봇보조 수술기들이 개발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 FDA에서는 5종의 수술로봇(AESOP, Endoassist, Neuromate, Zeus, da Vinci)에 의료용 사용을 허가했다.

하지만 이후 통폐합 과정과 실제 시장에서의 도태 과정을 거쳐서 현재는 다빈치 시스템(인튜이티브 서지컬)이 현 의료용 로봇수술기로 독점적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2000년에 세브란스병원에 AESOP(Automated Endoscopic System for Optimal Positioning)이 도입되고 그 이후인 2005년에 같은 병원에서 다빈치 시스템을 1대 구입해 시작했다. 초기 사용율은 저조했지만 2007년을 기점으로 시행 건 수가 현격하게 증가하면서 한국에서 다빈치 시스템의 보급율도 급격히 상승했다.

현재(2022-12-31 기준) 다빈치 시스템은 우리나라에 141대가 설치돼 있다. 보급율이 증가하고 로봇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많은 외과계열 의사들이 배출되면서 그 시행 건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비뇨의학과 질환인 전립선암, 신장암, 방광암 수술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연간 1만건 가량이 시행 중이다. 그 만큼 수술 분야에서는 로봇 수술의 안정성과 정확성, 비침습성이 인정을 받아 해마다 그 활용 및 시행 건수가 증가하는 양상이다.

다빈치 시스템은 현재 최신 기술들을 탑재해 일반적인 복강경 수술을 점차 대체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일반 복강경 수술의 한계점들을 뛰어 넘어서 더 정확하고 안전하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고 수술하는 외과의사도 좀 더 인체공학적으로 편안하게 수술할 수 있어서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하게 됐다.

다빈치 시스템이 독점적인 위치를 통한 고가 정책을 취하고 있는 로봇수술기를 도입할 수 밖에 없으며 이에 더해 고가의 소모품과 서비스를 받아야만 하는 불만이 많은 실정이다. 이로 인해 각 나라에서는 국가적, 기업적으로 로봇수술기의 개발을 지원해 이 독과점 시장을 타파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기울이고 있다.

한국, 미국, 영국, 일본, 독일, 중국에서 다양한 종류의 수술로봇들이 개발이 되고 있고 이미 시판 단계에 이른 수술 로봇도 있다. 이런 것들이 시중에서 기존 다빈치 시스템과 치열한 경쟁을 할 것이며 더욱 새로운 형태의 차세대 개발에도 불을 붙일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이 경쟁에 한 가운데 있는 업체가 있다. 미래컴퍼니에서 개발한 레보아이 수술로봇이다. 현재까지도 지속적인 개발 노력으로 개발한 로봇수술기를 3차 대형병원에서 구입 할 정도로 성장하게 했다.

2007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2014년 현재와 비슷한 모형 개발을 시작한 version 5를 개발하고 지속적인 임상 연구와 실험을 거쳐서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임상 전 단계 수술적 연구와 각 수술법의 안정성 연구도 훌륭히 마치고 그 성과를 세계적인 논문에 보고했다.

따라서 향후 1-2년은 수술로봇 시장에 치열한 경쟁 구도가 펼쳐 지리라 판단한다. 지금처럼 로봇 팔과 렌즈가 분리되고 팔이 여러 개인 형태 뿐만 아니라 하나의 팔로 작은 구멍을 통과해 그 안에서 작은 팔들이 나와서 수술하는 형태인 단일공 수술로봇 및 내시경 수술로봇 등 그 형태도 다양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향후 새로운 수술로봇들이 개발되는 방향이다. 이 부분이 5년 이내 가까운 미래에 실제 의료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성능들이다. 필자가 언급하는 내용들은 가까운 미래에 개발될 것이기도 하지만 현재 수술로봇기의 한계점들을 극복하고자 개발중인 것이기도 하다.

첫 째는 햅틱(Haptic sense) 기능이다. 이는 로봇의 수술 팔에서 느낄 수 있는 촉감 및 힘을 수술하는 외과 의사에게 전달 부분이다. 현재 수술로봇 시스템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현재까지 연구에서는 팔에서 느끼는 장력을 시각적으로 색깔이나 숫자로 표기되는 스케일로 변환해 의사에게 보여주는 것을 연구하고 있으나 이는 일차원적인 연구일 것이다. 실제 조정관에서 그 느낌을 외과의사가 손에서 간접적으로 느껴서 수술이 개복 수술과 같이 용이할 수 있게 하도록 개발하는 것이다.

둘 째는 현재 삼차원 시야를 보여주고 있는 것에서 좀 더 개선된 강화된 시야(enhanced visual feedback)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실제 활용 예로 든다면 조정관에서 보이는 시야에 MRI/CT scan등의 환자의 영상을 입혀서 사진을 보고 싶을 때 음성 명령으로 사진을 시야에 입혀서 그 아래에 지나가는 주요 혈관들과 신경 등 다치기 쉽고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기능이라 할 수 있지만 그 것보다 더 큰 개념에서 다가갈 수 있겠다. 실제 인공지능이 개입하여 외과의사가 보고 있는 실제 수술 장면을 좀 더 분석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것도 포함된다. 이로 인해 외과의사들은 수술 중간에 알고 싶은 다른 정보를 쉽고 편하게 볼 수 있고 수술에 바로 대입하여 안전하고 빠르게 수술을 진행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수술 로봇에 의한 자율수술이다. 이를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는 넘어가야 할 기술들이 많이 존재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수 있는 실제 상황일 것이다. 앞서 언급한 햅틱 기능과 강화된 시야도 자율수술의 기반이 될 것이며 인공지능에 의한 판단도 그 중심에 있을 것이다. 이는 자동차 분야에서 자율운전의 단계적 도입과 비슷한 형태로 우리 의료에 접목이 될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또한 이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법적 쟁점도 해결될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지면을 통해서 로봇 수술의 간단한 역사와 현재 상황, 가까운 미래에 접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필자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마치려고 한다.

우리나라에 처음 로봇수술이 도입된 2005년에 필자는 운이 좋게 그 팀에 합류해 로봇수술을 배웠고 이를 통해서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또한 이를 위한 연장선상에서 미국 연수도 다녀올 수 있었다.

초창기에는 로봇수술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외과의사 분들이 대다수였고 이 분들께서는 기존의 개복과 복강경 수술을 로봇 수술이 절대 흉내 조차 낼 수 없다고 비판하곤 했다. 이는 어느 수술이나 새로운 술기가 처음 나올 시기인 도입기에서 겪게 되는 당연한 어려움이라 생각한다. 로봇수술은 이 시기를 훌륭하게 넘었고 의료 산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사했다.

향후 모든 수술 방에는 수술로봇 뿐만 아니라 의료서비스 로봇이 대부분의 치료를 담당하는 시기를 예상해 본다. 그 사이에서 현재 상황이라면 지속적으로 지쳐갈 외과계 의사들이 환자에게 좀 더 친화적인 의료를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는 기분 좋은 상상도 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