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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63주년 특집호] 로봇수술 법적분쟁, 법률 정비는 앞으로의 과제
[창간 63주년 특집호] 로봇수술 법적분쟁, 법률 정비는 앞으로의 과제
  • 의사신문
  • 승인 2023.04.1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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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수술방식 vs 로봇수술' 객관적 안정성 기준 마련 필요
환자에게 상세한 로봇수술 방법 설명으로 분쟁 대비해야
한진 법무법인 세승 수석변호사
한진 법무법인 세승 수석변호사

현대 과학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왔고,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의료의 영역에까지 전달되어 현재 임상 현장에서 이른바 ‘로봇’을 이용한 수술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수술로봇은 인공지능의 자율성을 갖추지는 않았고, 수술의 전부 또는 일부 과정을 의사와 함께하는 정밀 자동 로봇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로봇수술에 있어 행위 주체는 여전히 의사이고, 수술로봇은 의사를 돕는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로 분류될 뿐이다.

다만, 수술로봇은 단순 자동화된 기계와는 구별된다. 일반적으로 자동화된 기계는 인간과 상호작용 없이 사전에 정해둔 알고리즘대로만 움직이는데, 위 수술로봇은 어느 정도 인간과 기계간 상호작용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율성을 지닌 인공지능과 현재의 수술로봇을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듯이, 메스나 영상장치 등과 같은 단순 의료기기와 수술로봇도 동일선상에 놓고 평가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행위자인 의사가 수술로봇을 이용하여 수술하다가 발생하는 의료사고가 일반 의료사고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법적인 관점에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인공지능 수술로봇에 대해서도, 가까운 미래에 등장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제한적이나마 위 논의를 연결시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사의 진료상 주의의무에 대한 판단기준은 로봇수술로 인한 민사상 책임에 있어 과실을 검토할 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실제 로봇수술은 일반적인 의료행위의 특성을 상당 부분 공유하고, 로봇수술로 인해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도 통상의 계약책임과 일반불법행위책임이 주로 문제된다. 다만, 새로운 진료 방법과 기술이 시행된다는 점에서, 법적 검토시 아래와 같은 쟁점들이 발견된다.

우선 의사의 재량권과 관련된 문제이다. 의사는 진료의무를 이행함에 있어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가진다. 이에 따라 의사가 로봇수술을 선택하였고 그 결과가 좋지 않아도, 로봇수술 방법의 선택에 관한 의사의 판단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면, 과실이 인정되기는 어렵다.

물론 기존의 수술방법이 로봇수술과 비교해서 환자의 신체에 대한 완전성을 훨씬 더 보장할 수 있는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로봇수술을 선택한 결과 의료사고가 발생하였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수술방법과 로봇수술 방법 중 어느 것이 보다 더 신체의 완전성을 안전하게 보장하는 수술방법인지에 대해,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식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해당 로봇수술 역시 충분한 검증을 거친 것이라면), 의사의 과실 범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판례도 ‘의사로부터 로봇을 이용한 전방절제술 및 복회음절제술을 받은 후, 자가배뇨 불가능, 방광 및 신장기능 이상, 성기능 상실 등의 악결과가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위 법리를 바탕으로, 원고의 후유증이 일반적인 범위를 넘어 특별히 로봇수술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반개복수술이라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기회를 상실하였다고 볼 증거도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 의료행위를 할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에 대한 판단기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즉, 의사가 임상의학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수준에서 진단 내지 처치를 한 경우 악결과가 있다고 해도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로운 치료방법인 로봇수술의 경우에도 의료과실 여부 판단시 당연히 위 기준이 적절히 고려되어야 한다. 다만, 이에 대해, 로봇수술을 시행하는 경우에는 기존의 수술방법에서 알려진 부작용 외에 새로운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당시 새로운 로봇수술의 수준을 함께 고려해서, 기존의 수술방법보다 더욱 고도의 주의를 기울여서 수술 및 경과관찰을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판례는 로봇수술이 다른 수술방법과 같은 합병증을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이로써 환자에게 발생한 후유증 장애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하면서, 의사 측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즉, 로봇 수술이라고 해서 위 법리를 특별히 까다롭게 적용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사의 로봇수술에 대한 설명의무도 문제될 수 있다. 의사는 질병의 증상, 로봇수술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로봇수술로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당해 환자가 로봇수술의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하여 로봇수술을 받을 것인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에 대해서도, 단순히 통상적인 설명 및 동의서 징구로 그칠 것이 아니라, 로봇수술 방법 및 수준과 기존의 수술방법에 관한 자료, 각 수술방법의 장점 및 단점에 대한 상세한 자료를 모두 환자에게 제시해야 하는 등 의사의 설명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판례는 환자 측이 로봇수술의 장점에 관한 설명을 들었고 수술동의서에 환자 서명이 기재된 사실 등을 근거로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현재의 로봇수술과 관련하여, 몇 가지 특징적인 법적 쟁점이 있으나, 우리 판례나 실무가 기존 의료 사건 대비 새로운 법리를 적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미래의 인공지능 수술로봇에 대해서는 어떨까. 의료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것이며, 현재의 의료로봇은 더욱 발전될 인공지능시스템과 결합해 자율성을 갖춘 인공지능 로봇의사로 변모할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향후 인공지능에 의한 의료사고 발생도 예상해볼 수 있다.

물론 현재 실제 인공지능 의료 기술을 사용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에 대한 명확한 법률은 아직 없다. 인공지능이 각종 산업 분야에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은데다 도덕적 기준이 완전히 마련된 상태라고 보기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생각건대, 인공지능은 인간의 사고 과정과 유사한 자율적 판단을 수행하는 주체이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법적 책임주체는 될 수 없기에 결국 인공지능 로봇을 둘러싼 ‘사람’ 중 누군가가 그 책임을 부담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해당 인공지능의 기능이나 알고리즘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재 로봇수술시 책임주체와 크게 달라질 이유는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결국 의사의 영역(인공지능을 이용한 수술을 선택하고, 수술방식을 지시·감독한 부분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의사가, 제조사의 영역(제작, 보존, 관리한 부분 등)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제조사의 책임이 각 문제될 수 있다. 다만, 인공지능이 가진 광범위한 자율성을 고려할 때, 의사의 책임영역이 줄어들 가능성은 높아보인다.

수술로봇과 같이 새로운 의료기술이 등장하고 시행될 때마다, 그에 대한 규범적 판단이 반드시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임상 현장의 특성상, 그 판단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법률가와 의료인 사이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합당하면서도 임상 현장에서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기준과 방안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특히 인공지능 시스템의 도입은 그 자체로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만큼, 발전 단계별로 폭넓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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