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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필수의료 살리기는 급여기준 개선부터
[기고] 필수의료 살리기는 급여기준 개선부터
  • 의사신문
  • 승인 2023.04.1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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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라 서울특별시의사회 부회장

2016년쯤 의사 두 분이 사마귀 진료비 이중 청구 문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한 분은 안산, 다른 한 분은 강릉에서 개원한 의사였다. 두 분 모두 사마귀 진료를 둘러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와 관련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사마귀와 티눈의 급여 기준이 애매했다. 첫 번째 문제는 손이나 발바닥에 발생한 사마귀나 티눈 중에 '일상의 불편함'이 있는 경우 급여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었다.

'불편함'이란 극히 주관적인 영역이기에 이것을 급여 기준으로 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였다. 두 번째 문제는 다발성으로 발생한 사마귀(티눈)의 경우 최대 200%, 즉 2개까지만 보험급여가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진 뒤 전문지에 기고를 했다. 사마귀(티눈) 급여 기준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여드름과 사마귀(티눈)의 급여 기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강의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기꺼이 원주까지 방문하여 알려주었다.

그래서였을까. 2022년 7월 1일부터 사마귀 제거술 수가가 새로 생겼다. 손이나 발, 항문 등에 있는 사마귀를 제거한 후 '사마귀 제거술'이라는 이름으로 급여 청구가 가능해졌다. 게다가 다양한 종류의 치료 방법을 적용했을 때는 최대 200%까지 급여 청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외과를 비롯해 피부과,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등에서 흔하게 이뤄졌던 시술임에도 별도의 코드가 없어 '티눈 제거술', '음부콘딜로마 치료' 등 다른 기준을 준용하여 급여 청구를 해오던 불편함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발성으로 발생한 사마귀(티눈)을 제거했을 때 좌우 손과 발 각각 200%, 총 800%까지 급여 청구가 가능해졌다. 그리고 레이저를 사용하여 사마귀를 제거하는 경우에도 급여로 청구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이와 유사한 불합리한 건강보험 급여 규정이 있다. 다발성 지방종이나 다발성 신경섬유종, 다발성 피지낭종을 수술로 제거하는 경우다.

이 질환들의 경우 최대 3개를 제거할 수 있지만, 3개를 제거하더라도 비용은 2개를 제거한 비용, 즉 200%까지만 건강보험 급여가 가능하다. 만약 5개를 제거했을 때는 어떨까. 이때도 200%까지만 급여 청구가 가능하고, 나머지 2개는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물론 비급여로도 청구해서는 안된다. 

이런 질환을 많이 치료해본 임상의로서 볼 때 사마귀 치료와 다발성 종양 수술은 많이 다르다. 양성 종양 수술은 사마귀 제거보다 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섬세한 봉합을 하지 않으면 흉터가 많이 남다보니 봉합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현재 많은 병원들이 이런 질환의 수술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주지하듯 외과계의 행위료, 즉 의사 업무량은 수가도 너무 낮은데다 최대 200%라는 급여 제한까지 있다보니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환자들은 수술 지연으로 인해 질환이 있는 채로 살거나, 크기가 너무 커져서 병원을 방문하는 일이 잦다. 심지어 표피낭이나 피지낭의 감염으로 더 악화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2차 감염이 발생하여 오래도록 통증을 견디는 상황도 많다. 가려움, 열감, 진물로 고통받는 것은 물론 커다란 흉터를 남기게 된다. 그래서 흉터를 제거하는 일에 신경을 쓰고 비용도 지불하게 된다.

결국 앞서 언급한 여러 제약으로 인해 수술이 지연되어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질환들에 대한 수술 급여 규정을 바꾸기를 촉구한다. 크기나 위치, 깊이 등에 따라 급여 기준을 재분류하거나 세분화해야 한다.

또 종양을 제거한 숫자만큼 급여가 100% 인정되도록 해야 한다. 불합리한 급여 규정을 변경해 주는 것이 의사들에게는 '필수의료 지원 대책'이고, 국민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공정과 상식'에 맞는 제도 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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