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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폐색 환자에 청진도 안하고 돌려보낸 병원···法 "손배책임 인정"
장폐색 환자에 청진도 안하고 돌려보낸 병원···法 "손배책임 인정"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3.04.07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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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폐색 진단, 치료, 수술, 처치 늦어 환자 사망···병원 책임 50%"

의료진이 장폐색이 의심되는 환자에 대한 진단과 치료, 수술 등을 지연시켜 환자가 사망했다면 의료 과실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8단독 임상은 판사는 A씨의 유족들이 B의료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B법인은 A씨의 배우자에게 2978만원, 자녀 2명에게 각각 1785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4월 B법인이 운영하는 C병원에서 직장암으로 저위전방절제술과 회장루조설술을 받은 이후 12차례 항암치료를 받았다. 그해 12월 복통 등으로 C병원을 다시 찾은 A씨는 복부 엑스레이 검사 결과 '부분적인 장폐색증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A씨는 복부 팽창과 통증 등으로 C병원 응급실에서 장폐색증 진단을 받고 수액과 진통제 등을 맞은 뒤 퇴원했지만, 바로 다음 날 아침 응급실을 다시 찾아야 했다. 복부 CT 검사 결과 A씨의 회장루 부위에 장폐색 원인이 있어 보였고, 회장루 근위부 소장은 이미 늘어난 반면 회장루 원위부는 쭈그러들어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다.

A씨의 통증이 이어지자 의료진은 L-tube 감압술에 이어 진단적 개복술을 통해 장루폐쇄술(복원술) 및 장관유착박리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수술 이후 A씨에게는 혈압 저하와 맥박 증가, 발열 등 패혈증 쇼크 증상이 이어졌고, 의료진은 상급병원으로 A씨를 옮겼지만 이틀 뒤 A씨는 패혈증 쇼크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을 거뒀다.

이후 A씨의 유족은 "의료진에게 장폐색 진단과 기계적 장폐색의 보존적 치료, 수술, 패혈증에 대한 처치 등을 지연한 과실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

A씨의 장폐색 증상이 악화돼 응급실을 찾았을 때에도 외과의사의 진료 없이 응급실 당직의가 청진조차 시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엑스레이 검사 결과 장폐색이 악화되는 등 기계적 장폐색으로 의심돼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한 복부 CT 검사가 필요했는데도 의료진이 그냥 집에 돌려보냈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의료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의료진에게 기계적 장폐색의 진단과 보존적 치료인 감압 조치, 수술을 지연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A씨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임 판사는 "기계적 장폐색과 마비성 장폐색에 대한 정확한 감별진단을 위해서는 두 질환에서 나타나는 증상의 차이와 초기의 이학적 검사 결과가 중요하다"며 "의료진은 이미 '부분적인 장폐색증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은 A씨가 응급실에 내원했는데도 청진을 시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액스레이 검사를 통해 장폐색증 진단을 했는데도 CT 검사를 통해 폐색 부위나 원인을 알아내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수액과 진통제 등만 투여한 뒤 퇴원 조치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임 판사는 의료진에게 항생제 투여나 혈액검사 등 패혈증에 대한 처치를 지연한 과실도 인정된다고 봤다.

다만 법원은 A씨가 수술 당시 만 63세로 비교적 고령이었고, 이미 직장암 수술과 항암치료 등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기계적 장폐색의 경우 일반적으로는 내과적·보존적 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지켜보다가 수술하게 된다는 점 등을 고려해 B법인의 책임을 50%로 제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임 판사는 A씨의 일실수입(잃어버린 장래의 소득) 4757만원, 기왕 치료비(이미 들어간 치료비) 243만원, 장례비 500만원 등 5500만원의 절반인 2250만원을 재산상 손해액으로 산정했다. 위자료는 A씨에 대해 2000만원, 배우자에 대해 800만원, 자녀들에 대해 각각 500만원씩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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