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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환자 부모에 시술 위험 설명했다면···대법 "설명 의무 이행"
미성년 환자 부모에 시술 위험 설명했다면···대법 "설명 의무 이행"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3.04.05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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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환자 부모가 설명듣고 의료시술
시술 이후 영구 장애···손해배상 소송
2심, "환자 본인 설명 미흡"···원고 일부 승소
대법, "친권자에 설명이 바람직"···파기환송

의사가 미성년자인 환자 본인을 대신해 그 부모에게 의료행위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면 환자에 대한 설명 의무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환자 A씨와 모친인 B씨가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12살이었던 지난 2016년 '모야모야병' 치료를 위해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모야모야병은 양측 뇌혈관의 내벽이 두꺼워지면서 일정한 부위가 막히는 특수한 뇌혈관 질환으로, 뇌동맥 조영 영상이 아지랑이처럼 흐물흐물해지면서 뿌연 담배 연기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 '모야모야'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B씨는 본격적인 치료에 앞서 뇌혈관 조영술을 받은 직후 급성 뇌경색 증상을 보였고, 간접 우회로 조성술까지 받았지만 결국 영구적인 우측 편마비와 언어기능 장애가 남았다.

그러자 A씨와 B씨는 뇌혈관 조영술 시술 과정에서 의료진의 주의 의무 위반과 함께 "시술 부작용·합병증 등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아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며 병원을 상대로 2억5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1심은 의료진의 주의 의무 위반은 물론, 설명 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2심은 의료진의 주의 의무 위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설명 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은 인정해 A씨에게 2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의료진이 B씨에게만 시술의 위험성을 설명했을 뿐, 환자 본인에게는 설명하지 않아 A씨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의료진이 A씨에 대한 설명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2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우선 "환자가 미성년자라도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 이상, 자신의 신체에 위험을 가하는 의료행위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가질 수 있다"며 "원칙적으로 의사는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해서도 설명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전제했다.

다만 "미성년자인 환자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의 보호 아래 병원에 방문해 의사의 설명을 듣고 의료행위를 선택·승낙하는 상황이 많다"며 "아직 정신적·신체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미성년자에게는 언제나 의사가 직접 의료행위를 설명하고 선택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을 통해 설명을 전달하는 게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해 더 바람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사가 미성년자인 환자의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의료행위에 대해 설명했다면,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한 설명 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있다"며 "원심 판단에는 미성년자인 환자에 대한 의사의 설명 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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