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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부회장의 쉽게 쓰는 건보 이야기(15)
[칼럼]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부회장의 쉽게 쓰는 건보 이야기(15)
  • 의사신문
  • 승인 2023.04.0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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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석 서울시의사회 총무·법제부회장(옴므앤팜므 성형외과의원 원장)
‘대한민국 의료계 투쟁의 역사와 문제점’

※우리나라 공보험 제도의 역사는 한 마디로 규제의 강화라는 도전과 자율성을 지키려는 의료계 응전의 역사이다.

쉬운 건보 이야기 15번째 이야기에서는 지난 2000년 강남구의사회 총무이사부터 지금의 자리까지 지난 23년간 의료계 일을 하며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2000년 이후 대한민국 의사들의 투쟁 역사를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대한민국 의료계 투쟁의 역사와 문제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부모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간호사 단독개원의 의도를 만천하에 드러낸 간호단독법과 의사들의 면허를 마음대로 박탈하고자 하는 면허 박탈법에 저항하고자,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거대 야당 민주당의 입법독주에 저항하는 투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2가지 법안이 가지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과는 별개로 쉽게 달아오르지 못하는 일반 의사 회원들의 투쟁에 대한 시선들을 바라보며, 의협 비대위의 일원으로서 무력감도 느끼지만, 이럴 때 일수록 왜 지금의 투쟁이 과거 2000년이나 2020년의 투쟁과 같은 열기가 모이지 않는지에 아쉬운 마음과 함께 그 원인에 대하여 냉철히 되돌아보고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의료계의 대표적인 투쟁이라고 할 수 있는 2000년 의약분업 투쟁은 2000년 2월17일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4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잘못된 의약분업 바로잡기 전국의사대회’를 시작으로 하여, 4월4∼6일(1차 파업)은 개원의들이 주축이 되어 전국적인 휴진 투쟁을 벌였으며, 이후에는 6월4일 정부과천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잘못된 의약분업 저지 전국의사 투쟁결의대회’가 열렸습니다. 

이후 6월부터는 개업 의사는 물론 일부 대학교수까지 파업(2차 파업)에 참여하여 전국적인 의원투쟁의 열기가 고조 되었습니다. 그리고 파업에 대한 정부의 조치로 7월4일 김재정 의협 회장이 구속되는 사태까지 발생하자 7월29일부터는 각 대학병원의 전공의 및 2만 여 명의 의대생까지 동참함으로써 8월11∼17일(3차 파업) 파업은 전공의와 전임의 뿐만 아니라, 전체 의대 교수들도 동참하게 되었으며, 8월31일 서울 대방동 보라매공원 집회 시에는 태풍 ‘프라피룬’을 온몸으로 맞서며 4만여 명이 참석하였고, 10월4일에는 의대생 대부분이 자퇴서를 제출하고 의대 본과 4학년 3081명 중 62명을 제외한 3019명이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함으로써 명실공히 전 의료계가 하나 된 모습으로 정부에 맞선 최초의 투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2000년 6월4일 정부과천청사 / ‘잘못된 의약분업 저지 전국의사 투쟁결의대회’ -

이러한 2000년 의약분업 투쟁은 준비되지 않은 의약분업을 강행에 대한 정부의 사과를 얻어냈고, 의약품 재분류, 대체조제의 원칙적 불가, 건보재정에 대한 국고지원확대 약속,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추진위원회 구성 등의 구체적인 성과 이외에 최초로 개원가 교수, 전공의 의대생까지 의사들의 전 직역을 아우르는 최초의 투쟁이었으며, 전체 의사들이 정부와 언론, 그리고 사회와의 관계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또한, 기존의 의협 집행부와 정부의 합의로서 결정되던 의료제도에 의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며, 특히 2000년 의권투쟁으로 자각하게 된 젊은 의사들이 의사협회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의협 정관 개정을 통하여 의협회장의 직선제 선거를 도입하게 되었고, 의료정책 최고위 과정 개설과 의료정책연구소 설치와 같은 의협 개혁의 원동력이 되었으나 의사 사회 내부의 분열과 의료기관을 철저하게 국가의 통제 하에 두고 의사를 노예화하려는 정부의 통제가 더욱 강화되는 등 대한민국 의료계의 불행한 역사가 시작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난 2020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2020년의 투쟁은 COVID-19의 재 확산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신설 △첩약급여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 활성화 저지 등 의료 4대 악 철폐를 위하여 2020년 8월7일 전공의들이 하루 동안 집단 휴진함으로써 시작되었으며, 2000년의 투쟁은 주로 개원가가 주축이 되어 시작되었다면, 2020년 파업은 인턴과 병원 레지던트에 의해 주도되었다는 특징이 있으며, 파업에 참여한 비율을 보더라도 전공의 69%, 전임의 28%, 개원의 9%로 현저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 2020년 8월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 포스터 -

즉, 2020년 파업 투쟁은 근본적으로 기존 세대와는 다른 유전자를 보여주고 있는 젊은 의사들이 주축이 되어 대한전공의협의회를 주축으로 하는 전공의, 의대생 등 젊은 의사들이 주도하였으며,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가 의협과의 간담회에 앞서 전공의협의회를 만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가질 정도로 높아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파업 시 개원가의 낮은 참여율은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개원가 역시 투쟁에 대한 열기는 매우 뜨거웠으며, 전국적인 투쟁 성금 모금으로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강남구의사회장이었던 저의 경험을 잠깐 말씀드리면 저희 강남구에서의 투쟁 성금 모금의 경우 의사 1인당 3만원 이상의 성금으로 하여 회람을 돌린 결과 3만원 5%, 5만원 10%, 85% 이상이 10만원 이상의 성금을 내주셨고, 100만원 이상 내주신 분도 20분이 넘었으며, 최고 300만원(2분)의 성금까지, 회원님들의 모금 결과를 보며 구회장으로서 정말로 가슴 뜨거웠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뜨거웠던 우리 젊은 의사들의 투쟁 열기는 2020년 9월4일 의협이 국시를 거부하며 투쟁하고 있던 본과 4학년들에 대한 구제책 없이 ‘의대 정원 증원, 공공 의대 설립 추진 중단’이라는 내용의 ‘합의문’을 일방적으로 작성함으로써 투쟁의 중심이었던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뒤로 한 채 2020년의 투쟁 역시 허무하게 막을 내리게 되었으며, 그로 인하여 우리의 젊은 의사들은 심각한 내부 분열을 겪어야만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어떠합니까? 코로나 19로 인한 의료계의 희생을 빌미로 의사 없이 단독으로 의료행위를 하겠다는 저의를 ‘부모 돌봄’이라는 용어로 미화하여 자신들의 욕심을 거침없이 드러내놓고 주장하는 간호협회의 ‘간호단독법’과 사소한 법적인 처벌만으로도 의사의 면허가 박탈되는 면허 박탈법이 절차를 무시한 거대 야당의 독주로 인하여 본회의 표결을 앞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의협에서는 비대위가 구성되어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국회 앞 천막에서 박명하 비대위원장의 추위를 무릅쓴 3주간의 철야 농성과 단식을 동원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우리 일반 회원님들의 투쟁에 대한 인식과 열기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투쟁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고 가슴이 아픕니다. 

그럼 무엇 때문에 이렇게 예전의 투쟁과 지금의 투쟁에 대한 온도 차이가 날까요? 지난 3년간의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하여 모든 모임이 어려워지면서 의료계의 대표적인 풀뿌리 조직인 반 모임의 약화 등 의사회의 조직력이 많이 약화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투쟁은 우리 의사들이 당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직접적인 손해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간호사들이 간호법을 통하여 선점하고자 하는 커뮤니티 케어 및 실버산업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건보 시장을 뛰어넘는 엄청난 시장 잠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저수가 속에서 진료 현장에 묶여 살 수밖에 없는 찌든 우리 개원가의 현실이 너무도 어렵고 암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간호 단독법이나 법 위반으로 인한 면허 취소 같은 미래의 위협은 너무 먼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되고, 파업은커녕 집회에 참여하는 일반적인 투쟁에도 참여할 여력이 없는 우울한 현실이 가슴 아픕니다. 하지만, 지금의 힘듦과 고통은 모두 다 과거에서 온 현재의 결과물입니다. 

지금 우리가 다 함께 하나 되어 행동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고통은 미래에는 더 큰 고통과 사슬이 되어 우리를 옥죄어 올 것입니다. 과거의 뜨거웠던 투쟁도 우리 모든 회원 한 분 한 분이 만들어 온 투쟁이었고, 지금의 투쟁 역시 동일합니다. 미래의 우리 젊은 의사들에게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의료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회원 여러분 한분 한분의 참여가 절실한 순간이 바로 지금입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자랑스러운 직업이라는 자부심으로 소신껏 의사의 양심으로 진료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해 회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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