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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醫, 필수의료 살리기 위한 정부 신속한 해결책 촉구
산부인과醫, 필수의료 살리기 위한 정부 신속한 해결책 촉구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3.04.02 1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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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과 폐과 발표에···"오죽했으면 그런 표현 썼겠나"
코로나19 종료 따른 수가 인상안 재수정 필요성 언급
'분만사고 10억 배상 판결'···"인생이 끝나는데 누가 하나?"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재연, 이하 의사회) 제49차 춘계학술대회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2일 개최했다. 의사회는 최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회장 임현택)의 폐과 선언에 대해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는 공감을 표하며 여러 산부인과 관련 의료 현안에 대한 정부의 신속한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재연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소아과가 없어지면 산부인과는 순망치한이 된다”라며 “폐과라는 표현이 지나친 감이 있지만, 오죽했으면”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을 보면, 올해 1월 출생아 수는 2만 3179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1486명(-6.0%) 감소했다. 복지부 집계를 보면 지난 5년간 소청과 병·의원 617곳이 개업했고, 622곳은 폐업했다.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0~2021년에는 78곳이 문을 닫았다.

김 회장은 “저출산도 문제지만 고령산모의 증가로 인한 미숙아 출산은 더 늘었는데 소청과 폐과 선언의 의미는 그 미숙아들의 목숨을 분만 병원에서 소아과의사들의 적절한 응급조치를 통해 살릴 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개원가에서 소청과가 사라지면 분만 병원은 소청과 의사들을 구할 수 없게 되고 고위험 임산분들은 대부분 상급병원으로 전원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소아 의료와 관련해 '건강보험이 모자라면 정부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바꾸라'고 지시했는데, 정부가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소청과 심폐소생'에 나서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의사회는 이날 주요 현안으로 여러 법률안에 대한 문제점을 언급했다. 

◆출생사실 통보, 병의원에 떠넘기지 말고 심평원이 맡아야

김미애 의원(국민의힘)이 대표 발의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에 의사회는 출생증명의 의무를 산부인과 분만 의료기관에 부과해선 안되고, 심사평가원 청구 프로그램과 의약품 안전 사용 서비스(DUR)를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김 의원이 발의한 출생 통보제는 출생 신고 의무자의 신고와는 별개로 출생이 있었던 의료기관이 시·읍·면의 장에게 모든 출생아의 출생사실을 통보하는 제도이다. 통보받은 지자체장은 신고의무자의 출생신고 여부를 확인한 후 신고 미이행 시 직권으로 출생기록을 할 수 있다.

김 회장은 “한 해에 1000명 정도 가족관계 등록을 하지 않는 산모들이 통계를 통해 나오고 있고, 이들에 대한 사회보장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 “그러나 병의원은 행정기관이 아니며 의료기관이 출생사실을 통보 하는 것에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 전산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심평원에서 읍면 동사무소로 전송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심평원이 못하겠다고 거부하면 현재 법으로 귀책사유는 병의원에 자동으로 떠넘겨지는 불합리함이 있다”라며 “법안이 수정되지 않고 입법화되면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합병원 산부인과 필수 개설 의료법 개정안 환영

지난 1월 김학용 의원(국민의힘)이 대표 발의한 종합병원에 필수적으로 산부인과를 개설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선 앞서 환영 성명을 발표한 것에 이어, 이날도 조속한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100병상 이상 300병상 이하인 종합병원에 필수적으로 산부인과를 개설하는 안으로 전속 전문의를 두고 정부는 산부인과를 개설하는 종합병원에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 회장은 “현실적으로 산부인과를 개설하는 종합병원에 인건비 지원 없이는 지금의 산부인과 보험수가로는 유지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우선적으로 분만 취약지역 종합병원에 산부인과 진료 과목을 개설하는 경우 인건비 등 재정적인 지원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분만 취약지역은 분만건수가 적은 지역이다. 의사회는 정부가 최근 준비 중인 지역 가산으로 100%를 인상한다는 안으로는 보상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의사회는 적어도 500% 가산제를 시행하고 최소한의 분만이라도 분만실을 운영하는 종합병원에 정부가 직접적으로 지원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회장은 여기에 더해 '분만 기반 유지를 위한 지원 강화 정부안'의 조속한 실시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월 복지부는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하며 △감염병 정책수가(100%) △인적·안전 정책수가(100%) △취약지역수가(100%)를 지원하겠다는 개선안을 소개했다.

김 회장은 “오는 5월이면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사실상 해제될 것이며, 7월이면 코로나 이전으로 우리 사회가 돌아갈 것”이라며 “환경변화가 생겼다면 정부도 발표했던 300% 인상안을 수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감염병 정책수가 100%를 안전정책수가로 반영해 200% 인상해주고, 지역수가(분만수가 100%)를 신설해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라며 “특별·광역시 등 대도시는 제외하되, 광역시 소속 자치군은 포함하는 안을 분만의 50%가 광역시와 서울에서 이뤄지고 있어 지역간 불평등으로 인한 불만이 있어 이를 지역별 분만 의료기관 정책가산으로 변경하여 100%를 모든 지역이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개정안 조속히 통과해야

의사회는 끝으로 의료사고 보상사업에 드는 비용을 보건복지부가 부담하도록 하고, 보건의료기관 개설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에게 분담하게 할 수 있는 비용 분담에 관한 규정을 삭제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 통과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31일에 나온 '출산 후 뇌손상 산모에게 10억원을 배상'하라는 2심 재판부 판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앞서 1심 법원은 산모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지만 2심에서 병원 측 과실이 입증돼 결과가 뒤집혔다. 

김 회장은 “관련 보도가 나온 직후 분만 현장에선 '이런 상태에서 분만을 계속 해야 하나', '우리도 소청과처럼 폐과를 해야하나'라는 연락을 여섯 통 받았다”라며 “인천 지역에서 있었던 분만사고로 인해 형사고소를 당한 사건이 알려지자, 산부인과의 전공의 지원율이 50%나 급하강 했다.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혐의 판결이 나왔지만 그 사이 전공의 인프라는 급속히 감소됐다. 이번 법원의 판결로 인해 산부인과 지원율이 최악으로 치달을까 우려스럽다”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산부인과 의사가 10억을 벌려면 1000건의 분만을 해야 한다. 1000건의 분만을 받으려면 10년이 걸린다. 의사가 단일 사고 하나를 배상하기 위해 10년을 일해야 한다는 소리”라며 “미래가 보장이 되지 않고 언제든 인생이 끝날 수도 있는데 누가 분만을 하려고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 의료사고에 대해 보상재원을 의료기관이 분담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사회보장의 기본 취지 및 과실 책임 원칙에 어긋나고, 산부인과 의료기관의 분만 기피 현상, 임산부의 의료 접근성 저하 등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그 보상 재원은 전액 공적 자금으로 지원돼야 한다고 개정법률안을 찬성하고 있다.

김 회장은 “정부와 국회도 전향적인 자세로 조속한 법률 입안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라며 “상급심 판결이 내년 전공의 지원 이전에 다른 방향으로 나온다면 충격이 완화되긴 하겠지만, 계속 이런 식의 판결이 나온다면 필수의료를 하려는 전공의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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