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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사무장병원' 고용 의사 진료업무도 업무방해죄 보호 대상"
대법 "'사무장병원' 고용 의사 진료업무도 업무방해죄 보호 대상"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3.03.31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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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진료 방해한 피고인, 1심 업무방해 혐의 유죄→ 2심 무죄
"사무장병원 고용됐다고 반사회적 진료행위 아냐"···파기환송

무자격자에 의해 개설된 이른바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의사의 진료행위도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업무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15~2017년 서울 용산구 B병원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를 161차례 받는 한편, 줄기세포를 이용한 질병 치료 연구 등을 위해 설립된 C사에 5억9000만원을 빌려줬다.

하지만 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자 A씨는 여러 차례 B병원을 찾아가 "돈을 당장 내놓으라. 가짜 줄기세포로 병신을 만들었다"며 소리를 지르고 출입구를 막거나 계단에 드러눕는 등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제는 B병원이 '사무장병원'이었다는 점이다. B병원은 의사인 D씨의 명의만 빌렸을 뿐, 실제 운영자는 비(非)의료인인 C사의 회장이었다. A씨는 D씨에게 11차례에 걸쳐 큰 소리를 지르거나 환자 진료 예약이 있는 D씨를 붙잡는 등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사무장병원 의사의 병원업무는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무장병원 개설·운영 업무 자체는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업무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벌금 100만원으로 형을 낮췄다. 사무장병원인 B병원의 운영 업무는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D씨의 진료행위도 별개의 보호가치 있는 업무로 볼 수 없어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2심과 달랐다. 

대법원은 "무자격자에 의해 개설된 의료기관에 고용된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한다고 해서 진료행위 또한 당연히 반사회성을 띠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료인의 진료업무가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이 되는 업무인지는 의료기관의 개설·운영 형태, 진료의 내용과 방식, 피고인의 행위로 방해되는 업무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A씨의 행위와 당시 주변 상황 등을 종합해 보면, A씨가 D씨의 환자에 대한 진료행위를 방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A씨가 병원의 일반적인 운영 외에 D씨의 진료행위를 방해한 것인지에 대해 더 세밀하게 심리해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원심 판단에는 업무방해죄의 '업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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