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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정지→과징금에 다시 소송 낸 의사들···대법 “소송 적법”
업무정지→과징금에 다시 소송 낸 의사들···대법 “소송 적법”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3.03.31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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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패소→ 2심, “재소금지 원칙 위반” 각하
대법, “재소금지 원칙 위반 아냐”···파기환송

행정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하던 중 처분이 변경됐다면 기존 소송을 취하하는 대신 새로운 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을 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의사 A씨 등이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소송을 각하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 등은 지난 2018년 6월 복지부로부터 40일간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병원에 약사가 미리 조제한 약을 비치하고 간호사가 약을 추가 조제한 뒤 환자에게 투여해 약사법을 위반했는데도 약제비 등을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했다는 이유였다.

이에 A씨 등은 업무정지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고,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복지부는 업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 2심이 진행 중이던 2020년 1월 직권으로 A씨 등에 대한 업무정지 처분을 과징금 4억9657만원 부과로 수위를 낮췄다. 

그러자 A씨 등은 새로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내는 대신, 기존 업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은 취하했다.

과징금 취소 소송 1심은 복지부의 처분 사유가 인정되고 재량권 행사에 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A씨 등이 낸 소송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고 보고 각하 판결했다.

판결을 받은 뒤 소송을 취하하면 같은 소송을 낼 수 없다는 ‘재소(再訴) 금지의 원칙’을 위반해 부적법한 소송이라는 이유였다.

2심은 “재소금지에 관한 법리와 인정사실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소(과징금 취소 소송)는 전소(업무정지 취소 소송)와 소송물은 다르나 당사자가 동일하고, 전소의 소송물을 선결적 법률관계 내지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전소와 동일한 소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재소금지 원칙 위반이 아니다”라며 2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업무정지 처분과 과징금 부과 처분의 기초가 되는 위반행위는 동일하지만, 처분 근거 법령과 요건·효과는 동일하지 않다”며 “이 사건 소와 전소의 소송물이 같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선결적 법률관계나 전제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업무정지 처분이 적법하더라도 과징금 부과 처분은 위법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업무정지 처분이 위법하더라도 과징금 부과 처분은 적법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A씨 등에게 업무정지 처분과는 별도로 과징금 부과처분의 위법성을 소송절차를 통해 다툴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이 사건 소 제기가 소송제도를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소 제기를 필요로 하는 정당한 사정이 있으므로 재소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며 “원심 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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