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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택 회장 "오늘자로 소청과 병원 유지할 수 없어 간판 내린다"
임현택 회장 "오늘자로 소청과 병원 유지할 수 없어 간판 내린다"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3.03.29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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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중으로 다른 진료 배울 수 있는 교육센터 개소할 예정
복지부가 내세운 대책 공무원식 '땜빵'이며 본질 해결 못 해

“더이상 하고 싶어도 이 나라에서 아이들 진료하면서 소청과 전문의로 살수 없는 처지에 내몰려 있고, 지금 상태로는 병원을 운영할 수 없습니다. 오늘자로 대한민국에 더이상 소청과라는 전문과는 병원을 유지하고 싶어도, 도저히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회장 임현택, 이하 의사회)가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을 대한의사협회 이촌동 회관에서 29일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의사회원들이 검은색 계통의 옷을 입고 임 회장 뒤에 도열해 침울한 분위기를 더했다.

임현택 회장은 “폐과의 함의는 소청과 전문의들이 아이들을 보지 않는 '노키즈존'에서 일 할 수 있는 교육센터를 만든다는 뜻이고, 제 예상으로 회원 90%가 노키즈존 진료 영역으로 옮겨가는데 1년 정도 될 것 같다”라며 “90%의 회원들이 적극 동조 내지는 심정적으로 동조하고 있고, 아무리 적어도 반 이상이 따라 올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회 회원은 5000여명 정도이고, 소청과 홈페이지(페드넷)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은 약 3500명 정도이다. 이들 중 90% 가량의 소청과 의사들이 더이상 소아 진료를 보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는게 임 회장의 예상이다. 임 회장은 5월 중으로는 이른바 '노키즈존 교육센터'를 개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의사회에 따르면 실제로 상당수 의원들이 이미 소아환자를 보지 않고, 피부미용, 통증클리닉, 심리상담 위주로 진료 분야를 갈아 탔다는게 임 회장의 설명이다.

의사회가 이날 '폐과 기자회견'을 개최한 계기는 보건복지부가 지난 2월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마련해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이 있다. 복지부는 “아이와 부모 모두 안심할 수 있는 소아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체계 마련 지시에 따른 대책을 발표했다.

임 회장은 “윤 대통령께서 정부재정을 동원해서라도 소아진료를 개선하고, 민관의 동참이 병행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는데, 이는 역대 대통령 어느 누구도 얘기하지 않았던 귀한 통찰”이라며 “그런데 복지부는 대통령 지시를 뒷받침하는 의료 인프라를 세우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더 빨리 인프라를 무너뜨리는 미흡한 정책을 내놓았다”라고 비판했다.

◆인력부족이라는 '줄기'보다, '가지'만 건드는 대책

의사회는 복지부의 개선안에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했다. 중증소아의료체계 확충에 있어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방면에서 복지부는 인력확보수준, 소아진료성과, 사업계획이행 여부에 따라 소아 진료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적 손실을 의료기관에 차등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중증소아 단기 입원 서비스 빼고는 소청과 대책이라기 보다는 소아재활의학과 대책”이라며 “소아재활의학과(가지) 대책도 중요하지만 소청과(나무줄기)에 대한 대책이 아니다. 서울대병원조차 1985년 어린이병원 설립 후 지속적으로 100억원이 훌쩍 넘는 적자를 보고 있다. 적자가 나지 않게 하는게 아니라 이익이 나도록 지원해야 한다. 일하는 의료진에 대한 보상이 가장 중요하다. 복지부는 적자만 막아주고 보상은 의료진이 아닌 병원에만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아암 지방 거점병원 육성 방안에 대해선 “소아암 세부 전공 소청과전문의의 대가 이미 끈혁서 국내에서는 소아암 세부전공 학문 자체가 없어질 상황”이라며 복지부의 사후약방문식 대책을 꼬집었다. 무엇보다 전공의 개인에 대한 보상과 민형사 면책이 가장 중요한 대책인데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복지부는 소아진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응급의료센터를 8곳에서 12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에 의사회는 “현 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인력 공백이 생겨서 시스템이 안 돌아가는 것이 핵심인데, 복지부는 엉뚱하게 시설확충을 해결책으로 내세운다”라며 “응급실과 병실 시설은 있으나 소청과의사가 없어서 입원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응급소아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하는 대학병원이 허다하다”라고 설명했다.

평일 심야(23~24시까지)와 주말 늦은 시간까지 경증환아를 달빛어린이병원에서 진료하겠다는 대책에도 “이미 6년간 시행해서 실패한 정책의 재탕에 확대 재생산”이라며 “심야나 주말에는 경증 환아만 오는게 아니라 중증 환아도 오는데, 일반인인 보호자가 의사표현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을 보고 경·중증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으며, 달빛병원 정도의 인프라가 아니라 반드시 종합병원급 이상의 인프라를 가진 곳에서 응급진료를 받아야 하는 급속 진행 응급질환 환아들의 시간을 지체시켜 골든타임을 놓치게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비판했다.

또 “현재도 소청과의사는 평일에 적어도 저녁 7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4시까지, 일요일도 출근을 하고 있는데, 이것으로도 모자라 평일 심야와 주말 늦게까지 일을 시키면 어떤 인턴의사가 소청과를 전공하려 들겠는가”라고 물었다.

소아의 급성증상에 '의료인이 24시간 전화상담'을 시키겠다는 대책에 대해선 “면역력이 낮은 아이들이 병이 급하게 진행돼 나빠져 소청과전문의의 대면진료에서조차 오진 확률이 있는데, 이런 소아의 특성을 무시한채 전화를 통해 증상상담을 하고, 처치 안내를 한다는 것은 정신이 나간 발상”이라며 “심지어 '의료인'이라고 한 것은 의사가 아닌 간호사를 동원할 의도를 숨기고 있다”라고 의심했다.

◆저출산 시대에 턱없이 부족한 수가 확대

복지부는 소청과에 적정보상을 하여 의료인력을 확보하겠다며 소아 입원진료의 가산 확대를 방안도 꺼내들었다. 만 8세 미만 30% 가산에서 1세 미만은 50%로 상향하겠다는 방침이다. 만 1~8세는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 병의원급 신생아실·모자동실 입원료는 30% 인상할 계획이다. 또 입원전담전문의가 소아를 진료할 경우 소아 연령 가산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의사회는 “저출산으로 1세 미만 인구 자체가 너무 적어서 이걸 적정보상이라고 볼 수 있나? 하물며 만 1~8세는 현행을 유지한다”라며 복지부가 내세운 대책이 아무 인력 유인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입원전담전문의 관리료를 병원이 아니라 전문의 개인에게 개인소득세 세금 혜택 등으로 주어야 한다”라고 설명하고, “병의원급 신생아실·모자동실 입원료 인상은 모자동실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거의 무용지물에 불과하며, 심지어 소청과의료인프라 대책이 아니라 산부인과 대책”이라고 했다. 

◆학문 전수할 의사도 없는데 인력 양성?

복지부는 소아암 전문의 간 협력진료 등 지역내 소아진료인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소아진료 수요에 대응하겠다고도 밝혔다. 또 병원들로 하여금 전문의 고용에 나서도록 각종 지정·평가 기준에 전문의 고용 노력 정도를 반영하게끔 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근무 여건 등을 개선한다는 계획도 포함했다.

의사회는 “전국 모든 소아관련 의료 인프라(△소청과 △소아외과 △소아신경외과 △소아안과 △소아정형외과 △소아마취과 △소아재활의학과 등)가 동시에 무너져 내린 상황이고 극히 일부의 서울지역 대학병원 만이 겨우 소아관련 의료인프라를 근근히 땜빵 수준으로 버티는 상황”이라며 “소아수술에 필수적인 소아마취를 전공한 교수는 전국에 몇 사람이나 남아 있고 보상은 어떤지 알아보라”고 요구했다.

◆복지부동 공무원과 극성 환아보호자 감당 못해

임 회장은 “지금 이 순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조차 아이들이 숨져가고 오늘 밤에도 전국의 아이들은 치료 받을 곳이 없어서 길바닥에서 헤매고 있는데 복지부, 질병청, 기재부가 대통령을 속이면서 아이들을 살리는 대책이 아니라 오히려 이에 반하는 대책들만 양산하고 있다면 소아청소년과에 더 이상 희망은 없다라는데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의견 일치를 보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보호자들은 중이염 있는지 보려는 의사를 과실 치상으로 형사고소를 하고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민사소송을 하고 있다. 아이 치료 하느라 다치지 않게 잡은 것 뿐인데 세게 잡았다고 돈을 물어내라고 협박하고 있다. 일부 보호자들은 소청과 의사들과 의료진들에게 조금만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함부로 폭언하고 인터넷에 수없는 악성 글과 악성 댓글들을 달고 있다”라며 소청과의사들이 환아 보호자들로부터 겪는 고충도 언급했다.

정부가 어떤 대책을 제시하면 대화를 할 여지가 생기냐는 질문에 임 회장은 "이미 그 단계는 지나왔다"라며 "오늘자로 대한민국에 더 이상 소아청소년과라는 전문과는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더 이상은 아이들 건강 돌봐 주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되어서 한 없이 미안 하다는 작별 인사를 드린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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