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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위기 두경부외과학회, “수가개선 등 대책 필요”
고사 위기 두경부외과학회, “수가개선 등 대책 필요”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3.03.16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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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간담회 개최···“10년 후면 전임의 사라져···한 병원에 최소 3명 이상 근무해야”

“현재 이비인후과 의원급 의료기관은 많아도 진행성 갑상선암 등을 진료하는 두경부외과 진료의사는 없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두경부외과 의사가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대한두경부외과학회(회장 조광재 가톨릭의대 이비인후과 교수)는 지난 15일 ‘진행성 갑상선암 수술 진료지침서 발간 및 필수의료 보건의료 정책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고사 위기에 빠진 두경부외과를 지원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회에 따르면 실제로 대학병원에서 두경부외과 전문의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가 조사해 이날 발표한 ‘서울대‧연세대‧고려대‧가톨릭대·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 산하 및 계열 병원 전임의 현황’에 따르면, 작년에 두경부외과 의사는 △서울대병원 3명 △세브란스병원 1명 △서울아산병원 0명 △삼성서울병원 2명 △고려대의료원 1명 △가톨릭계열 2명 등 9명이 근무했지만 올해에는 2명이 감소해 7명이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명 ‘빅5’를 비롯한 대형병원들도 이런 상황인데 다른 대학병원들은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근무하는 교수들도 대부분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60대 이상 고령의 교수들인데다 두경부외과를 지원하는 전임의가 점점 더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대한두경부외과학회 신입회원도 지난 2014년만 해도 20명 정도였는데, 2022년에는 6명으로 대폭 줄었다.

특히 권역응급센터를 운영하는 강동경희대병원, 고대구로병원, 고대안암병원, 서울의료원,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 등 6개 병원 중 두경부외과 전임의가 근무하는 병원은 작년의 경우 고대안암병원 1명이 전부였는데 올해는 아예 단 한 명도 근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경부외과는 이비인후과의 3개 분과 중 하나로 귀, 코, 목 중 목의 질환을 담당한다. 주요 진료 분야는 기도 폐쇄와 연관된 외과적 수술, 심경부 감염의 진단과 치료, 두경부암 진단 및 수술이다. 모두 응급·중증질환인 특성 때문에 두경부외과 전문의 대부분이 3차 의료기관(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분야임에도 점점 전공하는 의사가 사라지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가장 첫 번째 이유는 다름 아닌 ‘업무의 강도에 비해 너무 낮은 수가’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두경부외과는 장시간 수술(암 수술의 경우 6~12시간)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강도 높은 업무에도 수가가 낮아 병원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심지어 병원은 두경부외과 수술이 많은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실정이다. 두경부외과 전문 인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날 학회가 발표한 평균 수술비 변화 추이에 따르면 이비인후과 수술비는 지난 2008년 22만 원에서 2018년 27만 원으로 단 5만 원 올랐을 뿐인데, 같은 기간 동안 비뇨기과 수술비는 23만 원에서 54만 원으로 2배 이상, 외과는 34만 원에서 90만 원으로 거의 3배 올랐다. 다른 ‘기피과’와 비교해도 수술비 인상의 폭이 적다는 것이다.

정부도 두경부외과의 위기를 인지해 작년 10월에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의 항목에 ‘이비인후과 내 두경부’를 명시됐지만, 현재 대표적인 기피과로 거론되는 소아청소년과 등에 밀려 별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게 두경부외과학회의 입장이다.

이날 대한두경부외과학회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조광재 회장은 “진행성 갑상선암을 치료할 수 있는 의사는 두경부외과 의사뿐이며 진료에 지장 없이 운영되기 위해선 상급종합병원에 최소 3명 이상의 두경부외과 전문의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학회 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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