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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방역 실시하되 고위험군은 조심···코로나 ‘징비록’ 써야”
“자율방역 실시하되 고위험군은 조심···코로나 ‘징비록’ 써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3.03.16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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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 (대한내과학회장·대한백신학회장)
백신 접종은 여전히 중요···의료진 마스크 철저히 쓰고, 비대면 진료는 신중

“앞으로 ‘자율방역’으로 가는 게 옳지만 고위험군은 여전히 조심해야 합니다. 또 코로나19 ‘징비록’을 써서 다시는 펜데믹으로 인해 큰 혼란이 오지 않도록 대비해야 합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등을 역임한 감염병 치료의 권위자인 그는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동안 정부의 방역 정책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으면서 때로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김 교수는 교수 정년을 1년여 앞둔 현재에도 고려의대 백신혁신센터장, 대한내과학회 회장, 대한백신학회 회장 등을 맡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오는 20일부터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돼 일상회복에 성큼 더 다가간다. 앞으론 병원과 약국, 요양병원·장기요양기관, 정신건강증진시설, 입소형 장애인복지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에서만 마스크 착용 의무가 남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정부의 ‘자율방역’ 정책 기조의 방향은 기본적으로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람마다 감염병에 대한 면역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마스크로 국민의 생활을 일률적으로 제한했던 것은 상당히 비과학적”이라면서 “현재는 유행 규모가 대폭 줄었고 우리 의료체계의 대응력도 충분한 만큼 자율방역을 실시해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 맞춤형 방역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는 확실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아직도 국민의 1.4%는 코로나19에 대한 항체가 없고 치명률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저질환자나 고령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대처방안은 현재도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은 마스크뿐만 아니라 모든 감염안전수칙을 잘 지키고 정부도 확실히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신 접종도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립보건연구원이 전 국민에 대한 항체양성률을 조사한 결과 98.6%로 나타났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하면서 백신을 맞아도 다시 감염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백신도 계속해서 개량 백신이 나오고 있지만 국민들의 백신에 대한 신뢰는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자율방역을 실시하면 직접적으로 위험 노출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백신 접종은 더 중요하다”며 “만약 더 큰 변이바이러스가 오면 유행이 더 커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고위험군은 반드시 백신을 맞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백신을 지칭하는 용어 선택도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동절기 백신’이라는 애매한 용어를 써서 백신 접종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는데,  ‘6가 개량 백신’이라는 용어를 써서 변이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를 더 확실히 각인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기관에서는 여전히 마스크 착용 의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기회에 의료진들은 마스크 착용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당장 최근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가 병원에서 집단 발생한 것만 봐도 고위험군이 많은 병원이 감염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의료기관에 사람이 많이 몰리고 다인실이 많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기회에 의료진은 감염 유행 상황을 모니터링해서 유행 규모가 줄어든 여름엔 마스크를 벗고, 유행 규모가 커진 겨울엔 마스크를 더 적극적으로 쓰는 식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실시됐던 비대면 진료에 대해선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실 비대면 진료 때문에 병원에 가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대기하다가 안타깝게 돌아가신 분들이 많다”며 “패혈증이나 급성호흡기바이러스 등의 환자들은 의사가 직접 대면 진료를 해도 잘 모를 수 있는데 도서지역도 아닌데도 호흡곤란이 온 환자들을 무조건 비대면으로 진료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징비록’을 쓸 때가 왔다고 말했다. 김 우주 교수는 “자율방역을 실시하고 일상으로 회복하는 것은 좋은데 아직까지 지난 3년 동안 겪었던 문제를 철저히 분석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며 “앞으로 어떤 감염병이라도 또다시 ‘펜데믹’ 사태가 발생했을 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슬기롭게 대처하려면 코로나19 ‘징비록’을 써서 국민들은 물론이고 의료진들에게도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 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층을 비롯한 정보취약계층들에 대해 감염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 주려는 노력이 전방위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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