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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의사산악회 시산제 참가기
서울특별시의사산악회 시산제 참가기
  • 의사신문
  • 승인 2023.03.1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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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도 호룡곡산 산행기
서울본내과의원 김희섭 원장

작년 초부터 들어와 2년째 열심히 서울시의사산악회를 따라다니고 있다. 대학 때나 군대에 있을 때 이후로 등산과는 담을 쌓고 지내다가 마포구 내에 계신 여러 원장님들의 덕분으로 등산을 시작하게 되었다. 

등산을 하면서 좋아진 체력, 건강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얘기하기로 하고, 좋은 사람들과 사시사철 변화하는 자연을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시산제는 인천 무의도의 ‘호룡곡산’이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용유도의 남쪽에 있는 무의도는 예전엔 페리호를 타고 가야하는 곳이었지만, 2019년 무의대교가 개통되면서 접근성이 무척 좋아졌다. 

무의도의 호룡곡산은 높이는 낮지만, 산과 바다를 함께 조망할 수 있는 멋진 풍경이 매력적인 산이다. 무의도 옆에는 북파 공작원 사건을 다룬 영화 ‘실미도’의 실제 배경인 실미도가 있다. 

실미도는 사유지라 입장료를 내야하고 바닷물이 빠져나간 간조 때만 갈 수 있다고 한다. 모인 장소인 압구정 공영주차장에서 인천 무의도의 예전 큰 무리선착장이 있었던 실미도 삼거리까지는 거리는 약 70Km정도로 일요일 이른 아침엔 별로 막히지 않아 버스로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3호차 조장으로서 가는 차 안에서 오신 분들께 김밥, 음료수, 물, 기념품 등을 각각 챙겨 드리고 간단한 코스 안내를 드리고 나니 벌써 버스는 무의도를 들어서고 있었다. 

산행 시작 전 등반대장님의 코스 설명과 문상은 서울시의사산악회 회장님,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님의 말씀을 듣고 간단한 기념 촬영을 하고 선두를 맡아 총무 이석기 원장님과 앞장섰다. 

시산제는 정기적으로 등산하시는 분들이 아닌 일반 회원들도 참여하시는 거라 서울에서 너무 멀거나 힘든 코스이거나 늦게까지 등산을 해야 하는 곳은 피하는 경향이 있다. 시산제를 준비하는 것도 고려하여 여길 고르신 것 같다.  

동네 뒷산처럼 아담한 분위기의 길을 조금 올라가다 보면 곧 당산이 보인다. 

당산 정상부에는 형형색색의 천들이 걸려 있고,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쌓아 놓은 돌무더기가 여기 저기 있었다. 고기잡이 나간 어부의 무사귀환과 풍어를 빌던 곳은 아닐까 짐작해 본다. 

국사봉으로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 조금 가다 보면 가끔씩 나뭇가지 사이로 바다가 보여 바다 옆의 산은 이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가다 보면 내리막이 보이고 차도가 나오는데, 좌측은 식당, 우측은 실미도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이다. 

차도를 건너 앞쪽 등산로를 따라 계속 올라가면 시야가 확 트이는 곳이 보이고, 그 곳엔 차박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능선을 따라 국사봉을 가다 보면 바위 전망대가 수시로 나오는 데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 좋은 곳이었다. 

아직 앙상한 나뭇가지와 메마른 산길이지만, 파릇파릇 싹이 돋아나고 야생화가 피면 더더욱 걷기 좋은 길이 될 것 같다.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와 호룡곡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볼 수 있는 국사봉 정상 데크에서 후미를 만나 가볍게 사진을 남기고 다시 선두로 나섰다. 

뒤에 오시는 분들을 위해 바닥에 화살표 방향의 표시를 중간 중간에 놓아두었다. 국사봉에서 내려와 왔던 길을 다시 조금 되돌아가서 호룡곡산 정상까지는 다시 약 2.5km정도의 능선길로 이동해야 한다. 가다 보면 찻길 위로 구름다리가 있고, 건너기 전에 커피 등 간단한 음료를 파는 식당도 보였다.

호룡곡산 정상까지는 약 1.4km 정도 남아 있다. 30분 정도 더 오르면 큰 지적 삼각점이 있는 호룡곡산 정상에 도착한다. 높이가 244m로 정상은 그리 높지 않지만, 크지 않은 데크가 있어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데, 이날은 미세먼지 때문에 안타깝게도 시야가 별로 좋지 못했다. 하지만, 정상에서 내려와 해변을 따라 하나개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해안 데크길(해상관광탐방로)은 기암바위, 넓은 갯벌, 시원한 겨울바다 바람을 덤으로 선사해줬다.

서울시의사산악회의 시산제 장소는 호룡곡산 바닷가 쪽 산자락 끝에 위치한 하나개 해수욕장이었다. 산행 후 회식할 장소 옆 공간을 빌려서 정성껏 준비한 음식과 정해진 순서에 맞춰 산신령님께 올 한 해 산악회원분들,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의 안전한 산행을 기원하였다.

산악인의 선서, 초혼문 낭독, 축문 낭독, 소지 등의 행사 중간중간 많은 분들이 절을 하셨고, 난 막내인 관계로 절 하실 분들께 술을 따르고 고사 돼지머리에 꽂을 돈 봉투를 받는 일을 했다. 늘어나는 돈 봉투에 더 이상 돼지머리에 꽂을 데가 없어지는 것을 보니 괜시리 나까지 흐뭇해졌다. 

시산제에 참여하여 하다 보니 좀 더 소속감을 느끼게 되었고, 올해에는 나보다 더 젊은 분들이 산악회에 들어오셔서 내년엔 시산제 막내자리를 물려주고 싶다. 참석하셨던 모든 분들의 올 한 해 안전한 산행과 건강을 기원하며, 서울시의사산악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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