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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신문 사설] 문제의 해결은 왜곡된 건강보험 제도 바로잡기 
[의사신문 사설] 문제의 해결은 왜곡된 건강보험 제도 바로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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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3.1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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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의료인 면허취소법'이라 불리는 의료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을 패스트트랙을 통해 국회 본회의에 올리기로 의결한 이후 의료계는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즉각 임시총회를 열고 박명하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하였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과 대법원의 '한의사 초음파 기기 허용' 판결에 이어 혈액(검체)검사 위탁기준 고시 제정 문제, 의대 정원 증원, 비대면 진료 확대 등 그동안 의사들이 반대해오던 갖가지 법률과 제도들이 쏟아지면서 의료계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의 근원은 건강보험 급여 규정과 불공정한 의료자원의 분배에 있다. 건강보험은 거의 모든 질환에 대해 증상이나 질병의 경중에 관계없이 무제한적인 급여를 허용하면서도, '한정된 재원'을 이유로 의료기관들을 통제하며 의사와 국민 사이의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건강보험 규정으로 인해 문진이나 시진, 촉진 등 의사의 의료행위는 최소화하는 반면, 영상진단검사와 혈액검사 등 검사는 늘리는 방향으로 건강보험 진료 형태가 변화했다. 의료행위보다 검사를 통한 수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급여로 분류된 검사나 의료행위가 적응증이나 기준 없이 환자들에게 시술되면서 실손보험사와의 갈등을 양산한다.

특히 박리다매로 진료하던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산술급수적 저출산’으로 인한 전공의 지원자의 ‘기하급수적 급감’에 따라 문제가 극에 달했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어린이 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의사가 소아과를 기피하는 것은 의사가 아닌 정부 정책 잘못”이라며 “건강보험이 모자라면 정부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바꾸라”고 지시했다. 

무엇이 문제이고 해결책인지를 대통령이 제시한 셈이다. 즉, 이런 문제들의 해결책은 건강보험 재원에 대한 추가 확보와 함께 중증질환에 대한 급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간호단독법을 제정하여 의사 대신 간호사들의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쪽을 선택했다.  

보건의료인이나 간호사의 처우 개선이 어려운 이유는 결국 건강보험에서 간호사들에게 지출할 수 있는 재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보험제도의 개선을 통해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모든 직역들의 처우가 개선되는데 집중하는 것이 간호단독법 제정보다 훨씬 낫다. 보건의료인들이 의료기관에서 함께 소통하며 일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나은 선택이다. 

게다가 의약분업으로 건강보험 재정지출은 급증하였고 국민들은 아직도 병원과 약국을 두 번 다녀야 한다. 간호법 제정을 통해 간호사가 독립하면 같은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 

복잡한 의료계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개정된 법률 중에는 수술실 CCTV법이 있다. 이 법률로 인해 수술실을 지켜야 할 전공의들의 지원이 줄어들고 있다. 

최근 환자의 병원 방문과 수술 장면 등이 담긴 영상 정보가 인터넷에 불법 유출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와 관련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9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중단을 요구했다. 모두 정치권 특히 야당의 포퓰리즘 성격의 법률들로 인해 발생한 문제다. 

간호법 제정이나 수술실 CCTV 설치 문제 등은 정상적인 의료수가로는 의료 생태계나 경영 그리고 수술실이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의료계 내부의 자정과 균형을 맞추는 노력도 필요하다. 다만 경제 원칙과 사회보험의 부적절한 이용이라는 왜곡된 의료제도를 바로잡아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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