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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한의사 뇌파계 사용은 명백한 불법"
의협 "한의사 뇌파계 사용은 명백한 불법"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3.03.10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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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한의사 뇌파계 사용 사건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 앞둬
해외 학회, 한의사 뇌파 사용에 우려의 목소리 의협에 전달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가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10일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과 관련된 사건은 지난 2010년 발생했다. 한의사 A씨가 뇌파계를 사용해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하고 한약으로 치료한다고 일간지에 광고한 것을 서초구보건소가 이듬해인 2011년 1월 한의사 A씨가 면허된 것 외의 의료행위를 하고 의료광고 심의 없이 기사를 게재했다며 업무정지 3개월고 경고 처분을 내린 것이 시작이다.

이어 2012년 4월 보건복지부가 한의사 A씨에게 한의사면허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으며, 한의사 A씨는 해당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서울행정법원이 복지부 손을 들어줘 뇌파계를 이용한 파킨슨병·치매 진단은 의료법상 허가된 '한방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소송비용 중 일부를 피고인 복지부 측이 부담하라고 선고했다.

현재 대법원은 2016년 9월 접수된 한의사 뇌파계 사용 사건에 대해 2022년 10월 전원합의기일 심리를 지정하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의협은 이에 대해 “뇌파계가 전기생리학적 변화를 바탕으로 뇌의 전기적인 활동신호를 기록하는 장치로써 한의학적 지식을 기초로 한 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이 불법임을 명확히 밝힌다”라고 지적했다.

뇌파계는 1924년 독일의 생리학자이며 신경정신과의사인 한스베르거가 뇌의 전기활동을 기록하기 위해 사용되는 방식의 하나인 뇌전도(EEG) 기법을 발명한 것이다.

의협은 “한스베르거 이후 수많은 의사들의 연구 노력으로 지식이 축적돼 이를 바탕으로 뇌파계가 쓰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쓰이고 있다”라며 “따라서 뇌파계가 현대의학에서 활용될 것을 예정하고 개발·제작한 것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으며, 뇌파계 사용은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또는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하다”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한의계에 존재하지 않는 질병명인 파킨슨병을 진단하기 위해 뇌파계를 사용한 것은 진단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해 이를 적용 또는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추가적인 설명을 위해 세계신경학연맹(World Federation of Neurology, WFN), 국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International Parkinson and Movement Disorder Society, MDS), 아시아 오세아니아 신경과학회(Asian and Oceanian Association of Neurology, AOAN)와 같은 해외 학회 등 관련 기관에서 의사가 아닌 한의사가 뇌파를 사용하고 특히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한다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의견서를 보내온 것을 배포했다.

WFN은 “EEG검사는 신경학적 맥락에서 수행돼야 하며 신경학적인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EEG에 대한 자세한 지식과 해석 및 적응증이 필요하다”라며 “환자 입장에서 EEG 검사가 신경과 전문의 등 전문가에 의해서만 수행되고 해석된다는 점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라고 알렸다.

MDS는 “2015년 파킨슨병에 대한 공식 MDS 임상 진단 기준(MDS-PD 기준)을 발표했고 10년 이상 파킨슨 병을 진단해온 신경과 전문의들에 의해 검증돼 파킨슨병 진단을 위한 글로벌 표준으로 당해 기준이 자리매김됐다”라며 “MDS-PD기준을 적용한 정확한 진단을 위해 서동, 유식 떨림, 강직을 기반으로 일련의 진단과정이 필요하며 이는 반드시 신경학에 대한 충분한 훈련이 필요하다”라고 명시했다.

AOAN은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하려면 적절한 훈련을 받은 신경과 전문의의 세심한 병력 청취와 확실한 신경학적 검사가 필요하다”라며 “현재 전 세계 표준인 파킨슨병(MDS-PD Criteria)과 치매의 진단기준에 따르면 EEG를 포함한 전기생리학적 검사 등은 파킨슨병과 치매의 진단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의협은 “현행 의료법 제2조에는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고 명확히 적시돼 있어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 범위가 명확하게 구분돼 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사들이 의과의료기기, 특히 환자의 건강과 직결될 수 있는 뇌파계의 불법적인 사용을 시도하고 있는 데 대해, 국민의 건강권을 책임지고 있는 대한의사협회는 이를 절대로 좌시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뇌파계 사용과 같은 한의사 면허 범위 외의 의료행위와 의과의료기기를 사용하려는 불법 행위에 대해 법적 대응을 비롯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적극 대응해 나갈 것임을 밝힌다”라며 “정부는 한방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을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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