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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약사제도 시행 앞두고 의료계 우려 목소리 커져
전문약사제도 시행 앞두고 의료계 우려 목소리 커져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3.03.09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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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 비해 교육과정 너무 부실···적절한 진단·치료 기회 박탈

 
한 달여 앞으로 시행을 앞둔 ‘전문약사제도’가 국민이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을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약사제도는 약물요법과 의약품에 대한 기본 지식과 정보를 가진 약사가 더 세분화되고 심층적인 교육을 받아 의약정보제공, 임상약동학적 지식과 실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받아 전문의처럼 전문과목을 내걸고 약물요법과 약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는 것을 말한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초 입법예고한 ‘전문약사자격 인정 등 규정 및 규칙’에 따르면 약사 전문과목은 △내분비 △노인 △소아 △심혈관 △감염 △영양 △장기이식 △종양 △중환자 등 9개다. 이외에 수련 기준으로 실무경력 인정기관에서 3년 이상의 실무경력, 전문약사 수련 교육기관에서 1년 이상 전문과목 수련교육(자격시험 응시일 기준 5년 이내) 등이 제시됐다.
 
정부 위탁으로 전문약사제도 인증위원회를 운영하게 된 한국병원약사회는 지난 7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기존 ‘전문약사제도 운영준비단’의 명칭을 ‘전문약사추진단’으로 변경해 운영하며 △전문약사 법률 하위법령 구체화 △국가전문약사 자격시험 시행 추진 및 실행 △국가 전문약사제도 안착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병원약사회는 특히 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전문약사 전문과목에 ‘의약정보’가 빠져 이를 입법예고 기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문약사제도 시행에 대해 의료계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문약사라는 명칭으로 인해 전문약사가 마치 전문의처럼 인식돼 국민들이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의사의 고유한 전문 영역인 진료권을 침범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급기야 오랫동안 전문약사제도 시행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해 온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약사법 전문약사 조항(제83조의3)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를 지난 7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기도 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이전에도 이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의료계에서는 전문약사의 교육 과정부터 전문의 교육 과정에 비해 너무나 부실해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전문약사 교육 기간은 공통과목 200시간 이상, 전공이론과목(실습 포함) 160시간 이상으로 총 360시간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반면 전공의의 경우 법정 수련시간만 주 80시간인데다, 실제로 많은 전공의들은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약사의 교육 과정 역시 4.5주의 교육만 거치면 자격이 인정되는데 자격시험 득점 기준도 1차 필기시험과 2차 실기시험에서 각각 총점의 60% 이상에 불과해 소청과의사회는 “운전면허 시험보다도 못한 부실한 통과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약료(藥療, Pharmaceutical Care)’라는 용어의 사용도 ‘진료’의 의미를 담고 있어 의사의 진료권을 침범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최근 보건복지부 세종청사를 직접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 입법예고된 전문약사법안에는 약료 용어가 제외됐고, ‘지역,산업 전문약사’ 역시 제외돼 병원급 의료기관의 병원 약사만으로 범위가 한정됐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은 “(전문약사제도가 시행되면) 약사들이 특별한 전문성이 없음에도 마치 특정 분야의 전문가인 것처럼 광고하며 약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판매하는 데에 악용될 우려가 크다”며 “약사의 ‘어설픈 의사 흉내내기’에 불과한 전문약사 조항은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또 “전문약사 자격시험을 실시하는 전문약사제도 인증위원회를 병원 약사들의 모임에 불과한 임의단체인 병원약사회가 운영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일부 의사들은 ‘전문약사’가 일명 ‘간호단독법’과 마찬가지로, 혹은 그 이상으로 의사의 진료권을 침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문약사자격 인정 등 규정 및 규칙’ 입법예고 기간은 지난 2일로 종료됐다. 앞으로 복지부가 의료계와 약계의 주장을 어떻게 조율해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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