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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부회장의 쉽게 쓰는 건보 이야기(14)
[칼럼]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부회장의 쉽게 쓰는 건보 이야기(14)
  • 의사신문
  • 승인 2023.03.0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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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석 서울시의사회 총무·법제부회장(옴므앤팜므 성형외과의원 원장)
‘당연지정제에 관한 인공지능의 견해’

※우리나라 공보험 제도의 역사는 한 마디로 규제의 강화라는 도전과 자율성을 지키려는 의료계 응전의 역사이다.

최근에 인터넷상에서 출시된 지 약 2개월 만에 활성 사용자 수 1억 명을 돌파했다는 엄청난 서비스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그 서비스의 성공으로 미국 주식 시장에서는 관련 주식들이 엄청 올랐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과연 어떤 서비스일까요? 이미 눈치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OpenAI 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ChatGPT 라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입니다. 

쉬운 건보 이야기 14번째 이야기로 이번에는 장안의 화재인 ChatGPT와 나눈 대화를 통해 ‘당연지정제에 관한 인공지능의 견해’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아쉬운 점은 미국에서 변호사 시험, MBA 시험은 물론 의사국가고시도 통과할 정도의 대단한 실력을 갖췄다는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가 한국의 의료정책에 관해서는 별로 신통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는 느낌입니다. 그만큼 한국 의료정책은 어려운 문제라는 뜻이겠지요.

지난 2월 23일 헌재에서는 비급여 진료비용과 내용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한 비급여 보고제도에 대하여 5대4의 판결로 합헌 결정을 내렸으며, 그러한 헌재의 결정에 대하여 서울시의사회와 대개협을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명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비급여 의료는 우리 의사들의 자율권을 억누르고 건보제도의 노예로 만들어온 ‘당연지정제’라는 제도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헌재는 지난 2002년과 2014년 2차례에 걸쳐서 이러한 ‘당연지정제’에 대한 의사들의 위헌 신청 소송에 대하여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요양급여 계약을 강제로 해야 하는 당연지정제는 비급여라는 선택지가 있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기 때문입니다. 즉, 헌재는 초기에는 당연지정제의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하여 의료기관의 비급여가 의사들의 자율적인 선택임을 인정하였으나, 이번 판결에서는 비급여 의료에 대한 국가에 의한 통제가 타당하다는 자가당착적인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이에 저는 과연 이러한 당연지정제에 대하여 인공지능 ChatGPT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ChatGPT와 대화를 해보았습니다. 먼저 ChatGPT에게 당연지정제에 대하여 알고 있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답변은 의료적인 당연지정제가 아닌 전반적인 법률에서의 당연지정제에 대한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대한민국 의료에서의 당연지정제에 대해 질문을 하였고 그제야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건강보험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고, 최근에는 건강보험료 인상에 대한 논란이 있어서, 당연지정제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라는 정도의 아쉬운 답변 내용이었습니다.”

이어서 한국의 의사들이 당연지정제 철회를 위한 헌법 소원을 하는 이유에 관하여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답변을 하였습니다.

위의 답변처럼 ChatGPT는 당연지정제의 문제를 우리 의사들의 자율성이나 기본권에 대한 문제보다는 급여비용과 관련하여 경제적인 이유로 철회를 요구하는 것으로 인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의사임을 밝히고 자율적인 진료에 대하여 질문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ChatGPT는 답변 내용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비교적 정치적인 내용에서는 답변을 회피하고 일반적인 답변을 하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에 추가로 국가 통제와 의학 발전에 대해 질문을 하였으나 아래의 답변과 같이 당연지정제를 비용과 연관 지어 답변하는 것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이후 여러 가지 질문과 답변으로 대화를 해보았으나 아직 ChatGPT의 수준이 대한민국 의료정책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인터넷 지식 정도의 수준으로 전문적인 지식을 가졌다고 보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왜? ChatGPT는 우리 대한민국의 의료 현실을 주로 의료비용과 관련하여 생각하고 답변을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제 생각이 틀릴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ChatGPT는 어쩔 수 없이 노출된 정보에 의존하여 생각하고 의견을 창출해내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ChatGPT가 습득할 수 있는 당연지정제에 관련된 정보는 거의 대부분이 수가와 관련된 내용이거나 국가 정책을 옹호하는 정보이고, 그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견을 도출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제가 제시하는 의견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습득하려고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에 저는 우리 의사들이, 특히 젊은 미래의 의사들이 향후 ChatGPT 등과 같은 인공지능을 이용함에 있어서 그가 가진 지식을 일방적으로 받아 적기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를 설득하고 그가 의사들에게 우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우리 의사들의 상황을 설명하고 객관적인 근거를 이용하여 우리 대한민국 의사들의 현실에 대하여 더욱더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지식을 전달함으로써 좀 더 정확한 시각으로 대한민국 의료를 바라볼 수 있도록 교육할 필요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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