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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소아의료 개선 대책에 개원가 대책은 ‘無’
복지부 소아의료 개선 대책에 개원가 대책은 ‘無’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3.02.2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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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대책에서 이미 발표한 건강관리 시범사업 재탕뿐···구체적 실행방안도 없어
“오히려 소청과 죽이는 정책”, “전공의 지원율 더 떨어질 것”, “24시간 간호사 상담 위험”
사진=뉴스1
사진=뉴스1

보건복지부가 지난 22일 ‘소아의료체계 개선 대책’을 발표했지만 정작 소아의료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동네 의원’에 대한 지원 대책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 복지부가 발표한 필수의료강화 지원 대책에서 ‘소아의료’ 분야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 복지부가 이번에 발표한 개선 대책의 핵심방향은 △중증소아 의료체계를 조속히 확충 △야간·휴일 등 소아진료 사각지대 해소 △적정 보상을 통한 소아 진료인력 확보 등 3가지다.

이를 위한 세부 대책으로 복지부는 중증소아환자 전문치료 접근성 제고를 위해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확충 및 지원 강화 △소아암 진료체계 구축 등을, 중증소아환자 치료 기반 강화를 위해서는 △상급종합병원 중증소아 진료 강화 △소아중환자실 입원 보상 강화, 중증소아환자 가족 지원 내실화 △중증소아 재택치료 확대 등을 제시했다.

또 야간·휴일 소아진료 공백 완화를 위해서는 △야간·휴일 소아 진료기관 확대 △24시간 소아전문상담센터 시범사업 추진 등을, 소아응급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확충 △응급의료기관의 소아진료 기능 강화 등을,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공공정책수가 등 보상 강화를 위해서는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소아 입원진료 보상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의료인력 운영 혁신을 위해 △지역 내 전문의 협력진료 활성화 △병원 전문의 고용 확대 유도 등과, 적정 의료인력 양성 지원을 위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적정 의료인력 확충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일차의료 지원대책은 새로울 것 없고 어려움만 가중시켜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이 대부분 종합병원 또는 상급종합병원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소아 환자들이 아파서 의료기관을 찾는 첫 관문이자 전체 소아의료의 9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일차의료, 즉 의원급이나 병원급 소아청소년과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 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대책에서 복지부가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에 대해 발표한 것은 지역사회 소아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해 ‘지역 병·의원 중심 소아 건강관리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게 전부일 뿐인데, 이는 앞서 발표한 ‘지역 병·의원 중심 건강관리 심층 상담·교육 시범사업’ 추진 내용을 다시 발표한 것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소아청소년과 의원 원장 A씨는 “일차 의료기관에서 소아 경환자들을 제대로 진단·치료해 걸러주지 못하면 최종 치료는 절대 성공할 수 없는데, 현재 소아의료의 90%를 차지하면서도 낮은 수가, 소아청소년 인구 급감으로 인한 환자 감소, 보호자들의 지나친 컴플레인 등으로 인해 고사상태에 빠진 소아청소년과 의원들에 대한 뚜렷한 지원 대책도 없이 소아의료체계 개선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의원급부터 살아나야 소청과 전체가 살 수 있는데 복지부가 오히려 소청과를 죽이는 정책을 발표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당장 소아진료 공백 완화를 위해 경증질환의 아이들이 야간에 이용할 수 있는 ‘달빛어린이병원’을 현재 34곳에서 100곳으로 늘린다는 대책에 대해 “현재도 소청과 의사들은 낮은 수가 때문에 다른 과 의사들에 비해 근무 시간이 많고 일부 의원들은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 진료까지 하고 있는 마당에 ‘신안염전노예’도 아니고 지금보다 근무 시간이 더 늘어난다면 지금도 역대 최저치인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인 24시간 상담은 ‘간호사’ 상담 의미···상당한 위험 초래

복지부가 올해 하반기 중 ‘의료인’에 의한 ‘24시간 소아전문 상담센터’ 시범사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안전성 우려가 제기됐다.

임 회장은 “24시간 상주 의료인이에서 의료인은 곧 간호사를 말하는 것인데, 상담 전화 중 95%는 장염이나 체한 것이라면 큰 문제는 없을 수도 있지만 나머지 5%는 장중첩증이나 맹장염, 패혈증, 뇌수막염, 뇌염 등 심각한 질환일 것이고 심지어 뇌암도 있을 수 있다”며 “이런 경우 잘못하면 아이가 사망할 수도 있는데 소청과 전문의가 아닌 간호사가, 그것도 비대면으로 상담한다는 것을 보면 과연 제 정신인지 모르겠다”고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중증소아환자 치료기반 강화를 위해 필요한 인력과 병상 확충을 위해 지정·평가기준과 예비지표를 각각 개선하고, 의료질 평가에도 소아진료, 중증·응급진료 관련 지표를 보강한다는 대책에 대해서도 더 강한 규제를 가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소청과 전문의를 추가 고용하면 인센티브를 더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한 규제를 가해 깎겠다는 것으로 결국엔 채찍을 들어 압박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이번 소청과 개선 대책에 대해 전체적으로는 옳은 방향이지만 세부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꼬집었다. 임 회장은 “건강보험 재정으로 부족하면 국가재정이라도 투입해 소아청소년과를 살리겠다고 한 대통령의 발언은 큰 방향에서 분명히 옳지만 이를 보좌하는 장관이나 담당 부서에서 엇박자가 나오는 것 같다”며 “소청과 지원 대책을 발표하기 전에 전문가한테 전화 한 통이라도 했으면 이런 어설픈 대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아진료의 공백을 없애기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 필요

중소 아동병원을 중심으로도 이번 복지부의 대책에 대해 소아청소년과 인력과 보상 확충을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이 없다는 우려가 터져 나온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24일 입장문을 통해 “소아청소년과 의료를 살리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제도 및 정책적 지원 등을 공개적으로 약속하며 입원전담전문의 고용 촉진을 위한 지정평가기준 개선, 전담전문의 진료 시 수가 가산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면서도 “다만 소아진료의 공백을 없애기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과 재정 문제 등에 대한 내용이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력이 부족한 시점에서 24시간 응급의료센터 운영을 위해 많은 인력들이 빠져나가면 일반이나 준중증 환자의 관리는 불가능하다”며 “대형병원의 소아응급 전문의 배치를 위해 아랫돌 빼서 윗돌 메우는 식의 불안정한 극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동병원협회는 특히 “소아진료 정상화를 위한 정책의 첫 단추부터 현장의 소아임상전문가단체인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아동병원협회 등이 주축으로 참여한 TF팀을 구성해야 한다”며 “더 나아가 ‘어린이 건강 기본법’을 제정해 소아진료 및 소아의 건강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법제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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