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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비급여 공개-보고의무는 합헌"···의료계 청구 기각
헌재 "비급여 공개-보고의무는 합헌"···의료계 청구 기각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3.02.23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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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의무·설명의무조항' 모두 법률 원칙 위배 안돼
소수의견 "개인 민감정보 수집에 반대할 권리도 제공하지 않아"
이세라 서울醫 부회장 "건보 강제(당연)지정제 위헌소송 준비해야"

헌법재판소가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박명하), 서울특별시치과의사회(회장 김민겸), 서울특별시한의사회(회장 박성우)가 제기한 '비급여 공개, 보고와 관련한 의료법 제45조의2 등 위헌확인(2021헌마374, 2021헌마743 등) 소송'을 23일 기각했다.

김기영 헌법재판관은 “보고의무조항은 비급여 진료비용의 항목 기준, 금액, 진료내역을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보건의료에 관한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사항을 법률에서 직접 정하고 있으므로,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비급여는 유형과 종류가 다양하고, 보고의무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은 하위 법령에 위임할 필요가 있고, 보고의무조항의 입법목적과 개인정보 보호법 내용 등을 고려하면, 보고대상인 상병명, 시술명 등 비급여 실태파악 필요한 진료정보가 포함되고, 환자 개인의 신상정보는 포함되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보고할 의무금지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김 재판관은 “비급여는 급여와 달리 사회적 통제기준이 없어 체계가 부족하고, 그동안 시행됐던 표본조사로는 비급여의 실태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라며 “또한 병원마다 비급여 명칭과 코드가 제각각이라 구체적인 진료내역을 추가로 조사할 수밖에 없으며, 보고된 정보는 유관 목적에 필요한 용도로만 제한적으로 이용될 것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어서 관련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이영진 헌법재판관은 설명의무조항과 관련해 “설명의무조항은 의료법 조항에 명시된, 의료기관의 개설자의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의무의 이행방법을 구체화하는 것으로써, 상위 법령의 위임범위 내에 있으므로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판결문은 “설명의무조항은 환자의 알 권리와 의료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써 환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비급여 항목과 비용을 알아야만 지불능력, 비용대비 효과 등을 고려해 해당 진료를 받을지 결정할 수 있다”라며 “또한 의료기관 개설자가 지정하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도 설명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의료기관 개설자의 설명의무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따라서 설명의무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청구인들의 직업수행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적시했다.

그러나 보고의무조항에 대한 반대 소수의견도 나왔다.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환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는 의료정보의 수집과 제공을 규율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입법자가 법률로써 수집되는 의료 정보의 범위와 기준을 명확히 정해놓아야 한다”라며 “그런데 보고의무조항은 환자의 광범위한 의료정보가 포함된 진료내역을 보고대상으로 주장하면서, 제공되는 진료내역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환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준수해야할 최소한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관해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조항은 법률유보원칙에 반한다”라고 반대 입장을 전했다.

이선애 재판관은 “보고의무조항의 입법 목적이나 관련 조항 간의 체계적 해석을 통하더라도, 하위법령에서 어떠한 범위의 진료내역을 보고대상으로 정할 것인지를 예측하기가 어렵고, '개인정보보호법에 감염 정보에 관한 규정이 있다고 하여 보고대상의 비급여 진료 내역의 범위가 이에 따라 규정 된 것이다'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라며 “그러므로 이 조항은 포괄위임원칙에 반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재판관은 “진료내역에 포함되는 상병명, 수술, 시술명은 개인의 정신이나 신체에 관한 단점을 나타내며, 사생활의 핵심을 이루는 비밀”이라며 “특히 비급여 진료와 관련된 정보는 매우 민감한 의료정보로써 신체적, 정신적 결함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비급여 진료를 받기도 한다는 점에서 보호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보고의무조항은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은채 모든 정보 일체를 보건복지부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환자들에게 자신의 정보를 거부할 권리조차 보장하고 있지 않다”라며 “개인의 모든 정보가 국가 권력의 통제아래 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경고했다. 

청구 기각 선고가 나오자 의료계에선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대한 위헌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비급여가 건보 요양급여 시행 이후 의료계 저수가를 상호보완하는 기능을 해왔는데 이제는 그 기능이 상실됐다는 설명이다.

이세라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과거 2차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위헌 소송에서 합헌 결정이 난 이유 중에 하나가 비급여 제도가 남아 있어 의사들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헌재가 판결했다”라며 “비급여가 있어 의사의 직업적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한 2014년 헌재 판결문에 비춰보면, 이번 기각 결정은 건보 강제지정제에 대한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현재 외과계는 저수가를 극복할 방법으로 비급여를 이용하고 있는데, 비급여를 통제하기 위해 실손보험사들이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라며 “여기에 더해 정부가 비급여 신고와 보고제를 시행하려는 것은 외과계, 특히 필수의료분야의 줄폐업을 초래할 것”이라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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