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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법 안다고 판사 할 수 없듯이 무면허 의과의료기기 사용 안돼"
의협 "법 안다고 판사 할 수 없듯이 무면허 의과의료기기 사용 안돼"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3.02.22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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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의협 '대법원 한의사 초음파기기 무죄 판결' 항의 기자회견

대한의사협회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판결 항의 기자회견을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22일 개최했다. 이날 의료계에선 이근영 대한산부인과학회장, 이정민 대한영상의학회장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 최청희 의협 법제이사 겸 보험이사가 참석했다.

이근영 회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관련 판결에 대해 “의사면허가 없는 상태에서 아무리 의학과목 및 진단장비에 대해 배운다 하더라도 의과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의료행위를 할 수는 없다”라며 “아무리 자동차에 대해 많이 배워도 운전면허가 없으면 운전을 할 수 없고, 아무리 법에 대해 많이 공부해도 변호사 자격이 없으면 법정에서 변호하거나 판검사 역할을 잘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비판했다.

이근영 회장은 “A한의사가 무려 68회에 걸쳐 골반초음파 진단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했지만, 환자의 자궁내막암 진단을 놓쳐 환자에게 명백하고 심대한 피해를 입혔다”라며 “자궁내막암의 경우 골판초음파에서 이상소견이 보일 때 자궁내막조직검사로 확진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2년이 넘는 추적관찰 기간동안 한번도 이를 시행하지 않은 것은 초음파 검사를 제대로 수행하고 판독하는 능력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지적했다.

이근영 회장은 “이 환자뿐만이 아니라 A한의사가 운영하는 한의원은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염, 난소낭종 등을 치료한 사례를 공개하며 사례마다 그 증거로 초음파 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라며 “그럼에도 대법원은 '현대의학적 진단'이 아닌 '기체혈어 자궁증'이라는 한방질환의 진단 보조수단으로 초음파를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정민 회장은 “초음파 검사는 단순히 탐촉자를 환자의 신체에 접촉하여 육안상 보이는 구조물의 이상 소견 추정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라며 “초음파검사는 초음파 탐촉자를 인체에 접촉하면 누구나 영상을 만들 수 있으나 영상을 만들 수 있다고 하여, 누구나 사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청진기도 누구나 가슴에 대면 심장과 호흡음을 들을 수 있으나, 이의 해석에는 많은 의학지식과 다년간의 경험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과 유사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정민 회장은 “현행법 규정에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다는 논리는, 초음파기기는 당연히 의사에 의해서 사용되는 장비로 생각해서 굳이 이와 같은 기기 사용에 대해서 금지사항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만약 처음부터 한의사의 사용을 고려했다면 당연히 금지사항을 만들었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현 의료법상에서 제시돼 있는 의료이원화의 원칙과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으로, 이와 같은 결정 하에서 앞으로 의료이원화가 어떻게 지속가능한 지 의문이며, 또한 의료법을 넘어서는 결정이 아닌가 우려된다”라고 덧붙였다.

박형욱 교수는 “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1월 대법원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혈압계나 체온계와 비슷한 진단기기로 판단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라며 “정량적인 수치로 나오는 혈압계, 체온계와 실시간으로 판독해야 하고 추가검사나 시술이 필요한 경우도 많은 초음파 검사가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환자단체연합회 입장을 소개했다.

박 교수는 “당연히 의사도 오진을 한다. 그러나 현대의학을 배운 의사의 오진과 현대의학을 제대로 배울 수 없는, 현대의학과 전혀 다른 전통 의학을 배운 한의사의 오진이 같을 수는 없다”라며 “대법원이 사법적극주의의 이념에 따라 사회를 선도하는 판결을 내릴 수는 있다. 그러나 판결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개최한 이유와 관련해 “2월은 법원의 인사 이동이 있는 달이다. 특히 파기환송심을 담당하게 될 원심 재판부의 판사 인사가 이뤄졌다”라며 “그 동안 의협은 시위 등 여러 방식으로 관련 판결의 문제점을 사법부에 전달해왔다”라고 말했다.

최청희 이사는 “형사소송법 당사자는 검찰과 한의사이기 때문에, 의협이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직접적인 공판 절차에 참여할 순 없지만, 여러 법조인이 모은 의견을 검토하여 재판부에 의료계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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