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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수호 전 의협회장 "간호법 투쟁, 프레임부터 잘못 짜여져"
주수호 전 의협회장 "간호법 투쟁, 프레임부터 잘못 짜여져"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3.02.2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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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민주당, 정부가 아니야"···파업 반대 입장도
"대통령 거부권 발동해야 상식이 통하는 사회 돼"

주수호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본회의로 직회부한 간호법에 대해 의협 집행부의 투쟁 프레임이 잘못 짜여졌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의사면허취소법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전 회장은 18일 의협출입기자단과 만나 “(최근 의료계의 상황을 보니) 많이 답답해서 고민을 했다”라며 “주변에서 다시 함께 의료계 일을 해보는게 어떻냐는 의견을 주고 있는데,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라며 이후 의료계 활동에 적극적으로 투신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 국회 본회의 직회부 결정이 나오자 의협은 오는 26일 13개 보건복지의료단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예고했다. 지난 13일에는 이필수 의협 회장이 “가장 강력한 행동까지 고려하고 있다”라며 파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주 전 회장은 의료계 파업 가능성에 대해 “상대는 정부가 아니라 민주당인데 파업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라며 “민주당을 상대로 싸우는 방법을 의료계에서 결론으로 이끌어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간호법, '의사 vs 간호사' 프레임으로 짠 게 잘못 

그가 분석한 간호법 투쟁의 문제점은 의사단체가 전면에 나서서 국민들에게 '의사 vs 간호사' 싸움의 인식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주 전 회장은 “간호법은 간호사협회 외에 모든 보건단체들이 반대하기 때문에 직회부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국회의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표이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민주당이 통과를 시켰다는 것은 정치적인 이유로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간호법을 밀어붙이는데는 정치적인 이해득실이 작용됐다는 것이 주 전 회장의 주장이다. 민주당의 지지세력인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와 공공의료연대본부인데 공공의료연대 위원장이 누구인지 살펴보면 서울대 간호사이자 노동위원장 출신이기 때문에 지지기반의 압력이 작용됐다는 것이다.

주 전 회장은 “일반 국민들은 의사와 간호사가 싸우면 당연히 간호사 편을 든다”라며 “투쟁의 선봉에는 간호조무사협회, 응급구조사협회, 물리치료사협회를 세우고 의협과 치협은 뒤에서 지원을 해서 민주당에게 압박했어야 됐다. 투쟁을 하더라도 정무적 감각을 갖추고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없어서 안타까웠다”라고 지적했다. 

◆필수의료, 국민들의 의사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최근 불거지는 필수의료 살리기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주 전 회장은 “이제껏 정부에 수가 얘기만 하다가, 더 중요한 문제인 '불가항력적 무과실 의료사고' 주제가 이제야 나오기 시작했다”라며 “우리나라 정치인, 언론 그리고 국민들이 의사나 의료문화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주 전 회장은 “진료실에서 의사를 폭행하는 것에 대해 가중처벌법을 만들자고 의사들이 제의했더니, 환자단체 모 대표가 '오죽했으면 때렸겠냐'라고 말했다”라며 “그 대표는 모든 보건의료단체의 환자대표로 들어가서 어마어마한 힘을 실제로 행사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분쟁조정법이 통과될 때도 환자들은 의료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의사들이 입증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를 그 대표가 했다”라며 “불가항력적 무과실에서 불가항력이란 모든 조치를 취하더라도 예방할 수 없는 사고라는 뜻이다. 의사들이 최선을 다했는데 환자가 안 좋아진 것을 왜 의사가 책임져야 하나? 법적으로 책임이 없는데 이때까지 책임을 져왔다. 대한민국이 이래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주 전 회장은 “얼마전에 폐에 이상이 있어서 조직검사를 했더니 결핵이어서 환자 동의를 구하지 않고 수술방에서 바로 폐를 절제했다가 11억원을 손해배상을 하고, 업무상과실치상으로 해서 2심서 벌금 1000만원이 나온 판결이 있었다”라며 “어차피 그 환자는 나중에 깨어난 뒤에 폐를 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만, 수술 전에 동의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어서 11억원을 배상한 것이다. 이러면 아무도 수술 안 한다”라고 비판했다.

◆ "상대는 정부 아닌 민주당"···파업에는 반대

그는 “대한민국 의료가 심각하게 망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에서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막아야하지만, 참 애매한 부분이 상대가 정부가 아니라, 민주당”이라며 일각에서 나오는 파업 가능성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주 전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상식이 통하는 사회'와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겠다'라고 말했다”라며 “대통령이 법률가이므로, 간호법, 의사면허취소법 등을 봤을 때 거부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본다. 그것이 이번 정부가 말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 전 회장은 추후 활동 방향에 대한 질문에 “(의료계 활동은) 혼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주변 사람들의 의견도 충분히 들어보고, 젊은 의사들과 접촉해 보면서 결정을 내리겠다”라며 “의료계에 내가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뛸 생각”이라고 거취 문제를 함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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