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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동의없이 폐 잘라낸 의사···2심서 벌금형 감형
환자 동의없이 폐 잘라낸 의사···2심서 벌금형 감형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3.02.14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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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과실치상 혐의···1심은 금고형 집행유예
민사소송은 '의사·병원 11억 배상' 확정

환자로부터 명확한 동의를 받지 않은 채 폐 일부를 잘라낸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진 의사가 2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3부(김형작·장찬·맹현무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흉부외과 전문의 박모씨의 항소심에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환자 오모씨는 지난 2016년 서울성모병원에서 흉부 CT검사 결과 오른쪽 폐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폐 오른쪽 상엽부위를 일부 절제해 조직검사를 받기로 했다.

박씨는 조직검사를 위해 절제한 조직에서 염증 소견이 나오자 ‘폐 염증으로 절제된 부위가 다시 잘 봉합되지 않을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판단에 따라 오씨의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우상엽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

그러나 최종 검사 결과 오씨의 증상 원인은 결핵으로 판명됐다. 우상엽 전체를 잘라낼 필요까지는 없었던 셈이다. 게다가 오씨는 전신마취에서 깨어난 뒤에야 폐를 절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검찰은 박씨가 최종 결과를 확인하거나 환자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은 채 오씨의 폐를 절제해 우상엽의 영구상실이라는 상해를 입혔다며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박씨를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박씨는 "소량 채취한 폐 조직만으로 병명을 확진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폐 절제 행위와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폐 우상엽을 절제하려면 환자의 의사를 확인해야 하는데, 환자의 동의 없이 절제술을 시행했다”며 박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심도 박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박씨가 30년 이상 흉부외과 전문의로 성실히 근무했을 뿐만 아니라, 환자 치료를 위해 노력하다 발생한 상황이라는 점과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해 벌금형으로 처벌 수위를 낮췄다.

이와 함께 2심에서는 이 사건과 관련해 민사소송에서 박씨와 병원 측이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물게 된 점도 양형에 반영됐다. 앞서 오씨는 박씨와 병원을 상대로 20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지난 2021년 손해배상액을 11억원으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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