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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진은 없고 후퇴 지연도 못시키는 상황
[기자수첩] 전진은 없고 후퇴 지연도 못시키는 상황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3.02.14 09:0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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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환자들의 가장 큰 심리적인 고통은 전진은 없고 후퇴를 지연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에서 오는 절망감이라고 한다. 발전하고 싶고 진취적으로 살고자 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지나간 시간처럼 다시는 되돌아 오지 않는 머리선이 이들에게 낙심을 주는 것이다. 그렇게 낙심한 환자들은 더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탈모 역시 가속이 붙게 된다.

의료매체에 와서 짧은 시간 동안 관찰한 의료계 투쟁의 역사는 마치 '탈모' 증상을 보는 것 같다. 발버둥쳐도 상황이 나아지진 않고 가진 것이나마 지키기 급급한 상태 말이다.

지난  9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결국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 본회의 직부의를 결정했다. 의협 집행부는 지난해 8월부터 보건복지의료연대를 결성해 거의 총력을 기울이다시피 간호법 저지에 앞장서 왔다. 물론 법안은 본회의로 넘어가서도 상당 기간 여야 합의 단계가 남아있다. 일각에선 최후에 대통령 거부권에 희망을 걸어보는 것 같다.  그러나 거대 야당의 그간 행태를 보면 결국엔 자신들의 뜻대로 법안을 상정할 것으로 보여진다.

복지부는 지난달 재정 순증 없는 필수의료 지원책을 내놓으며 의료계를 당혹스럽게 했다. 정부가 내놓는다는 지원책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이고 거대 야당은 '저 새는 해로운 새'라는 듯이 의사 직역을 적폐로 여긴다. 자고로 협상이란 내가 가진 힘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의료계가 그간 어떤 위력행사를 벌였는지 관찰되지 않는다.

사법부도 의사들 편이 아니다. 지난해 말에는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에 대한 유죄판결이 대법원에서 무죄취지 파기환송됐다. 원심 판결에 안일해 있던 의사 단체들은 그야말로 허를 찔렸다. 뒤늦게 아무도 출근 안 한 휴정기간 토요일 대법원 앞에 몰려가 성명서를 낭독했다. 저쪽에선 실탄을 조준 사격했는데 이쪽에선 허공에 공포만 쏘고 있다. 매번 이런식의 대응이 교과서처럼 펼쳐지니 입법·사법·행정 3부가 한 줌의 의사들을 무시하는 것이 이해는 된다.

최근 불거진 수탁검사고시에 관한 문제도 있다. 관련 시행령 논의 과정에서 의사의 업무량과 위험도가 과도히 낮게 측정된 것은 고려되지 않았고, 마치 리베이트를 받는다는 늬앙스를 풍기는 '할인율'이라는 어휘가 사용되며 또 한번 의사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문제는 지난해 3월에 행정예고가 이뤄진 것이 올해 1월에서야 내과의사회 등 직격탄을 받는 과에 정보공유가 됐다는 것이다. 작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해도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경계에 실패한 것인지, 경계 실패를 은폐한 것인지도 따져 봐야한다. 의협은 관련 제정안을 재검토하고 복지부에 수정을 요청한다고 한다. 모양만 보면 구걸이다.

간호법 국회 본회의 직부의 결정이 나오자 어떤 의사는 자기 자식들은 이민을 보내야 되는 것 아닌지 고민을 했다고 한다. 허탈감과 홧김에 한 말이겠지만 마음 속에 생긴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이다. 만성 패배로 점철된 집단은 무기력감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려면 집단 내로부터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판 자체가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상황 타개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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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2023-02-14 11:16:03
이민? 이민 가고 싶으면 가라... 미국은 보험사에 의한 의사 통제가 훨씬 심하다. 여기가 의사천국이라는 것을 가보면 알거다.

ㅇㅇ 2023-02-14 10:33:05
일기는 일기장에나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