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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부회장의 쉽게 쓰는 건보 이야기(13)
[칼럼]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부회장의 쉽게 쓰는 건보 이야기(13)
  • 의사신문
  • 승인 2023.02.07 09: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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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석 서울시의사회 총무·법제부회장(옴므앤팜므 성형외과의원 원장)
‘의대 정원 변화의 역사와 정원 확대 정책의 문제점’

※우리나라 공보험 제도의 역사는 한 마디로 규제의 강화라는 도전과 자율성을 지키려는 의료계 응전의 역사이다.

쉬운 건보 이야기 13번째 이야기로 이번에는 ‘의대 정원 변화의 역사와 정원 확대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월 26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참여한 ‘의료현안협의체’ 회의가 코리아나호텔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는 필수의료 등의 의료 현안 이외에 비대면 진료와 9.4 의정 합의에서 거론된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 의대 설립 문제 등에 대한 토의가 있었습니다. 또한, 지난 1월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의무착용이 해제됨으로써 의대 정원 확대 논의의 전제조건인 코로나 안정화 상태와 흔히 필수의료라고 불리는 저수가·고위험 의료영역의 공백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 등 여러 가지 의료계의 현안 등을 이유로 추후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 의대 설립 문제에 대하여 더 집요하게 요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해방 이후 우리나라 의대 정원의 변화 과정 및 정부에서 요구하는 의대 정원 확대의 문제점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우선 해방 이후 시대별 의대 입학정원의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표 1> 국내 의과대학 입학정원 변화 / 출처: 보건복지부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 의대 설립 추진방안

다음은 2023년 현재의 지역별 의대 입학정원입니다.

* ’18년 서남대 폐교에 따른 49명 감원으로 전북대(34명), 원광대(15명)에 일시적으로 정원 배정
<표 2> 지역별 의과대학 입학정원 현황(2023년 현재)

이 처럼 확대일로에 있던 우리나라의 의대 정원의 감축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투쟁 시 정식으로 논의가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의대 정원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으로는 2000년 8월 10일 ‘의약분업 관련 보건의료 발전대책’이라는 제목의 보건복지부 장관 기자회견문 내용의 중간 부분에 ‘의과대학 정원 감축 및 동결, 2002년까지 금년대비 10% 감축하고 그 수준에서 동결’이라고 언급이 되고 있으며, 2000년 10월 24일 ‘보건복지부 차관 醫-政대화 관련 중간결과 발표’라는 보건복지부 차관 기자회견문의 8항에서 “의사 수급계획과. 의과대학 정원 10% 감축은 기 발표된 계획에 의하여 추진하고 추가적 조정은 의료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검토한다”라는 기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의약분업 투쟁 이후 정부는 의대 정원 감축 약속에 대한 노력으로 복지부와 교육부의 협의 끝에 의대 정원 10% 감축을 결정하였으며, 2004년도에는 의대 입학정원 156명을 감축하기로 하였고, 2005년도에는 정원외 편입학 정원 114명을, 2006년에는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는 관계로 다음 연도에 의예과 정원을 뽑지 않는 7개 대학의 감축 인원 39명, 그리고 2007년도에는 정원외 입학정원 42명 등을 단계적으로 감축함으로써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총 351명의 의대 정원을 감축하였습니다.

<표 3> 의약분업 투쟁 이후 정부의 연도별 감축 계획

이렇게 감축된 국내 의대 정원은 2007년 이후 17년째 3058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정부는 지난 2020년 의대 정원을 앞으로 10년 동안 400명 늘린 3458명으로 유지하는 방안 및 공공 의대 설립 방안을 발표하였으나, 그로 인하여 의료계가 2000년 의약분업 이후 20년 만에 개원의, 교수, 전임의, 전공의, 의대 학생들까지 총궐기하여 집단 휴진 등으로 반발하자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 의대 설립 방안을 보류한 상태에서 이번 코로나 안정화와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일부 기피과의 의사 부족 사태 및 필수의료 붕괴, 지역별 의료 불균형 해소 등을 이유로 또다시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재논의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의대 정원 확대의 근거로는 1) 빠른 고령화 사회 진입 2) 2020년 기준 국내 임상 의사 수가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OECD 평균(3.7명)보다 적은 OECD 보건 통계 3) 의사 공급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는 경우 2035년에는 2만 7000여 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전망 등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주장은 OECD 보건의료 통계의 내용 중에 정부에 유리한 통계만을 선별적으로 제시한 것이고, 실제 대부분의 OECD 보건의료 통계 자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나라 의료 현실과 성과를 뒷받침하는 자료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가의 의료 수준을 대표하는 지표인 회피 가능 사망률(AM:Avoidable Mortality)의 경우 우리나라는 100만 명당 144.0명(2018년 기준 OECD 평균 199.7명)으로 의사 수가 많은 다른 선진국인 미국·독일·프랑스보다도 크게 낮으며, 기대수명은(83.3세 / OECD 평균 : 81.0세) 높고, 영·유아 사망률(1000명당 2.7명 / OECD 평균 : 4.2명), 출혈성 뇌졸중 환자 사망률(100명당 15.4명 / OECD 평균 : 22.6명), 허혈성 뇌졸중 환자 사망률(100명당 3.5명 / OECD 평균 : 7.7명)은 현저하게 낮습니다. 

또한 질병 치료 성과에서도 위암 생존율(평균 29.6% / OECD 평균 : 68.9%)은 다른 나라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최고 수준의 치료율을 보이고 있으며, 의료 접근성은 백내장 수술 대기시간의 경우 스웨덴 48일, 캐나다 66일, 노르웨이 108일인데 반하여 우리나라는 당일 예약 당일 수술이 가능한 국가로 대기시간이 ‘0’일인 경이로운 수준의 의료 접근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도시와 농촌 간의 의사 분포 차이 역시 OECD 국가 중 2번째로 차이가 적은 나라로서 우리나라가 도시, 농촌 간의 의료 격차가 심하다는 통념과 상반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외래진료 횟수가 17.2회를 기록함으로써 6.8회인 OECD 평균의 3배 가까이 과도한 진료 횟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단순한 의사 숫자만을 가지고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의료 통계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의료의 질과 접근성을 인정하고 근본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입니다.

흔히 필수의료라고 지칭하는 저수가·고위험 의료영역의 붕괴 문제, 진료과별 편향 문제 및 지방 의료 인력난 등의 현재 의료계가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들은 건보 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이나 과감한 재정적 투자와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뿐만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선한 의도를 가진 의료 행위 후 발생한 분쟁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보호 대책 및 의료인에 대한 사회적 존중과 같은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추가되어야만 해결될 수 있는 대한민국 사회 전반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즉,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없이, 국회의원의 업적 쌓기용으로 단순히 의사의 수를 늘리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당면한 수많은 의료 현안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궁극적으로는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인 대한민국의 의료의 질만 떨어뜨리는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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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객 2023-02-07 13:11:00
황 부회장님 덕분에 많이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