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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인후과醫 "노인성 난청 긴급지원과 소아환자 진료 가산제 필요"
이비인후과醫 "노인성 난청 긴급지원과 소아환자 진료 가산제 필요"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3.02.06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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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
코로나 이전부터 소아과 등 가장 낮은 매출 3개 과 중 하나
가격부담으로 중등도 난청 환자 12%만 보청기 사용
소아 진료 물리적 어려움 등으로 소아기피 현상 만연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회장 황찬호)가 제24회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를 롯데호텔서울에서 5일 개최한 가운데, 이비인후과 유지를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구체적으로는 노인성 난청에 대한 긴급 지원과 소아환자 진료에 대한 가산제 등이 제기됐다.

황찬호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많은 역할을 했던 이비인후과의 몰락을 막고 접근 편의성을 살려 상기도 감염병 대응의 첨병 역할을 유지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비인후과와 관련된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확진 환자에게 시진과 촉진, 강처치 등 적극적인 진료가 이루어질 경우 현재보다 높은 특별 감염관리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진료과 특성상 호흡기감염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지난 코로나19 사태에 적극적으로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특히나 감염병에 대처하기 위해선 보호장구 착용과 환기 등 병원균 전파차단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감염관리 비용이 추가로 지출된다. 그럼에도 진료의 특성 때문에 코로나 사태 초기에 많은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격리조치를 당했고 병원은 폐쇄명령을 받았던 사례가 있다.

황 회장은 “코로나19 감염의 공포심이 높았던 시기여서 대부분의 진료과들이 나서기를 망설였지만, 이비인후과가 먼저 앞장서서 정부의 협조 요구에 부응했고, 국가적인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지난 3년간 숭고하게 희생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비인후과는 낮은 방문당 진료비, 줄어드는 환자 수, 낮은 의료수가 상승률 등으로 어려움에 처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이비인후과는 소아과, 가정의학과와 더불어 1차 의료기관 중에서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가장 낮은 매출을 보였던 3개과 중의 하나였다.

황 회장은 “동네 이비인후과 의원에 환자수는 많아 보이나 매출이 적은 이유는 낮은 내원일당 진료비에 기인한다”라며 “초유의 감염병 사태를 겪으며 2020년과 2021년에 이비인후과 매출과 환자 수는 격감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10년간(2012년~2021년)의 요양급여비용 증감을 살펴보더라도 전체 임상과 중에서도 진료비 상승률이 소아청소년과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았다. 2011년 당시 안과와 전체 매출이 비슷했으나 2021년에는 안과의 절반에 불과한 매출을 기록했다.

2022년 2월부터 신속항원검사를 통한 코로나19 확진이 이뤄지면서 이비인후과 방문 환자가 많아져서 다시 매출이 증가했다. 그러나 진단키트 비용과 가운, 페이스쉴드, 장갑 등 보호장구 비용을 제외하면 이비인후과측에선 감염에 노출되는 위험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어느정도 안정화돼 가며 환자의 수가 줄어드는 것도 큰 문제이다. 과거에는 낮은 내원일당 진료비를 상대적으로 많은 환자수로 보완하고 있는 구조였다. 그러나 지난 3년간 물가상승률이나 인건비가 크게 올라 의원 경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줄어드는 환자수, 낮은 방문당 진료비, 낮은 의료수가 인상률에 타격을 받는 것이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과의 존립을 유지하려면 정부가 다방면에서 정책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중 노인성 난청에 대한 긴급 지원 제언이 나왔다.

초고령사회로 가고 있는 우리나라는 난청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 중이다. 2010~2012년도에 조사된 전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한 연구에서, 보청기가 필요한 40dB 이상 중등도 난청 유병률은 60대 12%, 70대에 26%, 80대 이상에서 53%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인구에서의 보청기가 필요한 중등도 난청 유병률은 약 20~25%로 추정됐다.

정상 청력은 25dB이내이다. 25~40dB의 경도 난청은 대화에 불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40dB이상의 중등도 난청은 보청기 착용이 필요하다.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분석한 2015년 자료에 의하면 40dB 이상의 중등도 난청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 12.6%만이 보청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보건 의료연구원의 2010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처럼 낮은 보청기 사용률 원인으로  보청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과 함께 부담적인 가격이 지목됐다.

황 회장은 “현재 중등도 난청(40~60dB)으로 보청기가 필요하지만, 장애판정을 받지 못해 보청기 구입시 급여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인구는 국내에 약 130여만명으로 추산된다”면서 “이들이 보청기 구매 시 건강보험 지원을 받는다면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년층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며, 치매나 노인성 우울증 같은 난청이 매개하는 질환의 발병률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한 난청 노인의 보청기 건보 적용방안 연구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양측 50dB 이상이 난청을 가진 노인들에게 본인부담률 50%를 적용해 급여 보청기를 지원할 경우 추가 재정소요액은 연 200억원에서 400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황 회장은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생애전주기 국민건강 맞춤 돌봄 서비스에 '생애 전환기 난청 검진 프로그램'을 포함할 것과 '노인 중등도 난청에 대한 보청기 급여확대'를 제안한다”라며 “임상 현장에서 진료를 볼때 난청이 있으면 못 듣는 분들이 많아 굉장히 불편하기도 하다. 난청 발견 즉시 그 진행을 예방하는 진료와 함께 적절한 보청기가 지원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난청 관리 체계를 지닌 건강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소아환자 진료에 대한 지원 역시 거론했다.

황 회장은 “많은 소아환자가 편도 아데노이드 질환과 중이염 등으로 이비인후과를 방문하고 있으며 통계상 6세 이하 소아환자의 약 15%가 이비인후과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라며 “6세 이하의 소아환자는 협조를 구하기가 힘들고 보호자에게 질환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교육을 해야 하므로 성인환자에 비해 2배 이상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라고 지적했다.

황 회장이 든 예를 보면, 신속항원검사를 할 때 열나는 3세 환아가 울고 있다면, 검사를 위해 적어도 성인 2명이 아이를 붙잡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선 동선 분리나 보호장구를 철저히 했어도 코로나에 노출되는 위험성이 높아진다. 또한 검사와 처치를 많이 하는 이비인후과 진찰 과정에서 환아가 자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황 회장은 “소아 귀지 제거 중에 생긴 상처로 2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나오는 것은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소아 환자를 진료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라며 “이러한 이유들로 해외에서는 소아진료에 대해 가산을 두는 경우가 많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의료체제는 소아진료에 있어 본인부담금 할인만을 채택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점점 높아지는 보호자의 기대수준과 낮은 내원일당 진료비, 소아환자 진료의 피로도 등으로 인해 의사들에게 있어 소아진료는 점점 기피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노키즈존 식당이 있는 것처럼 의사들도 소아진료를 피하는 것”라며 “거시적인 시각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소아진료에 대한 높은 가산제 등 현실적인 대안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3년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이날 학술대회에는 1000명 이상이나 등록을 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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