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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합리적인 의료폐기물 처리를 위해 
[기고] 합리적인 의료폐기물 처리를 위해 
  • 의사신문
  • 승인 2023.01.3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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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라 서울특별시의사회 부회장

몇 년 전 의료폐기물을 자체 처리하던 의사단체가 처벌을 받았다. 의료폐기물을 부적절하게 처리했다는 이유였다. 해당 단체는 의료폐기물의 소각 처리가 지체되자 일시 보관했는데, 보관 장소가 허가를 받지 않은 곳이었고 결국 이것이 문제가 됐다. 의료폐기물은 허가받은 장소에 보관해야 하고, 허가받은 소각장에서 소각해야 한다. 즉, 소각이나 보관 등 처리가 지연되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의료폐기물 처리 비용과 일반폐기물 처리 비용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일반폐기물의 경우 ‘가정용 쓰레기 봉투’가 대표적이다. 가정용 10ℓ 쓰레기 봉투의 가격은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른데, 서울 강서구에서는 한 장당 250원이다.

그렇다면 강서구에서 의료폐기물을 처리하는 비용은 얼마일까? 대부분의 경우 의료기관에서 배출되는 의료폐기물은 매월 배출되는 양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기본적으로 매월 5㎏ 이내인 경우 3만원이다. 1㎏이 배출되어도 3만원, 2㎏이 배출되더라도 3만원이 든다. 

1㎏당 비용으로 환산해 보면 생활폐기물과 의료폐기물의 처리 비용을 비교하기가 훨씬 쉽다. 먼저 가정용 10ℓ 쓰레기 봉투를 가득 채웠을 때 몇 ㎏인지 확인하기 위해 쓰레기 봉투를 버릴 때마다 매번 저울로 재보니, 평균 3.5㎏으로 측정되었다. 가정용 10ℓ 쓰레기 봉투로 일반폐기물 3.5㎏을 처리할 경우 250원이 드는 셈이다. 1㎏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71.4원이다.

반면 의료폐기물은 5㎏을 폐기하려면 3만원이 드니 1㎏당 6000원 꼴이다. 일반폐기물 처리 비용과 비교했을 때 무려 84배가 넘는다. 

지금은 잠잠하지만 2018년 전후로 의료폐기물 소각에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다. 당시 폐기물 처리 전문가들은 의료폐기물과 생활쓰레기를 소각하면 별 차이가 없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만약 의료폐기물을 일반폐기물 소각장에서 소각 처리한다면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의료폐기물 처리 비용도 많이 낮아질 것이다.

여기서 알아야할 것이 있다. 첫째, 우리나라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 주사기 등 1회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법으로 강제되어 있다. 두 번째, 1회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필연적으로 의료폐기물이 늘어나게 된다. 세 번째, 의료수가(의료비)는 건강보험 제도에 의해 엄격하게 통제받고 있다는 사실을 의료계 관계자들은 잘 알고 있다. 이런 세 가지 점을 함께 고려하면 의료폐기물 처리 비용도 건강보험 수가에 적용해 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리고 의료폐기물의 처리가 까다로운 점을 인정하더라도 별다른 문제가 없는 한, 의료폐기물을 일반폐기물 소각장에서도 신속하게 소각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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