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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MC 신축에 돈 아끼면 미래 보건의료재난 시 더 큰 지출”
“NMC 신축에 돈 아끼면 미래 보건의료재난 시 더 큰 지출”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3.01.20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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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장
“3월부터 설계 용역 시작···그때 되면 돌이킬 수 없어”
“공공의료는 민간의료 서포터···병상 과잉 논리 부적절”
“의료진 사이에 존폐 위기감 고조···투쟁 이어갈 것”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장.

기획재정부의 국립중앙의료원(이하 의료원) 신축이전 사업 계획 감축 결정에 의료진들이 발벗고 나서 반대 의사를 연일 표명하고 있다.

의료원 전문의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지난 16일 임시총회를 개최해 해당 사안을 단독 안건으로 상정하고 불수용 입장을 결정, 17일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은 19일부터는 기재부가 계획 축소 결정을 철회할 때까지 내원객들에게 사안을 알리기 위해 피켓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협의회 의료진들은 매일 점심시간 의료원 로비에서 ‘공공의료 관심없는 기재부는 자폭하라!’, ‘제대로 된 모병원 없는 중앙감염병병원 의미없다!’, ‘국립중앙의료원 제대로 짓든가, 문 닫아라!’ 등 강도 높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사안 심각성을 알리고자 힘쓰고 있다.

의료진 차원의 투쟁을 이끌고 있는 이소희 협의회장은 “정부 산하 의료기관이 정부 뜻에 이렇게 반기를 드는 이유는 의료원 존폐의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며 다각도로 투쟁을 전개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일 의료원을 찾아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신축이전 계획이 결국 감축되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달라.

신축이전 이야기는 20년 전부터 나왔다. 부지 문제 등으로 추진이 지지부진하다가 메르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때마침 2021년 4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 측에서 중앙감염병병원 신축 명목으로 7000억원을 기부하면서 의료원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으로 구성된 공동추진단이 만들어졌다.

사업부지가 변경되고 기부금이 접수되면서 사업규모가 확대됐다. 그러면서 본원 800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50병상으로 제안 규모를 확대했다.

이때 복지부와 질병청은 의료원을 상급종합병원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총사업비 적정성 재검토 면제 요구를 기재부가 받아들이지 않았고, 코로나 상황에 검토가 이루어지다보니 저조한 병상 이용률 등으로 인해 불리한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들이 20일 오전 11시 40분 로비에서 피켓 시위를 시작했다.

Q. 감축 결정에 대한 의료진들의 입장은 어떤가?

그저 참담한 심정이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정부가 본원 800병상 규모의 신축을 약속했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위기감을 느껴 긴급하게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대응을 시작하게 됐다.

Q. 기재부나 복지부에서 추가적으로 밝힌 입장이 있었나?

없다. 협의회 차원에서는 정부 부처와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없다. 정부와의 소통 측면에서는 집행부가 나름대로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렇지만 가만히 있으면 감축 결정을 받아들이는 게 되어버리기 때문에 우선 일선 의료진들부터라도 사안 홍보에 힘쓰고 있다. 당장 3월부터 설계 용역이 들어갈텐데 이후에는 더 이상 되돌릴 방법이 없다.

Q. 기재부는 수도권 병상 과잉 공급을 이유로 사업 규모를 축소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고자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3년간 코로나 대응에만 하더라도 엄청난 재정이 투입됐기 때문에 아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아끼고자 하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지나치게 근시안적이다. 의료원 신축 이전에 돈을 아끼면 향후 국가적 보건의료 위기 시에 또 민간병상을 사들여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분명 더 큰 돈이 든다. 지금 당장 돈을 아낀다고 해서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의료원은 민간병원과 경쟁 구도에 있는 기관이 아니다. 오히려 민간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을 서포트할뿐만 아니라, 전국의 환자들을 수용한다.

기재부는 단순 경제적인 측면만 보고 있는데 공공의료는 당장의 몇 푼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고 설계되어야만 한다.

Q. 의료원 본원 규모 확대의 중요성은?

감염병병원과 외상센터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면 모병원의 병상 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금 외상센터를 운영하는 상급종합병원은 거의 1000병상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병상을 불필요하게 낭비하려고 그만큼 갖고 있는 게 아니라 모병원에 딸린 센터들을 정상 운영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모병원 규모가 충분해야 비상 상황에 투입 가능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을 수가 있다. 중환자 대응 훈련이라는 게 동영상으로 교육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기저질환이 있는 중복질환 환자, 중환자에 대한 임상 경험을 충분히 쌓아야 가능하다.

의료원 육성에 대해서는 이미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 여러번 감염병 사태를 겪으면서 아무리 좋은 민간병원이 많아도 공공병원이 할 수밖에 없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다들 느꼈다.

한국전쟁 직후 지어진 국립중앙의료원 건물은 층고가 낮고 통로가 비좁다. (왼쪽)간호사 스테이션도 비좁아 병동 복도에 추가 데스크가 설치되어 있다. (오른쪽) 인공신장실, 재활치료실 등이 있는 지하 천장에는 건물 설비들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실제 환자들이 지나다니는 길이다.

Q. 의료원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가?

의료원 자체가 서서히 퇴보해가는 형국이다. 의료원 존폐에 대한 위기감마저 느껴질 정도다. 한국전쟁 이후 6~70년간 투자가 거의 없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이번 신축 규모 감축도 문제이지만 공공의료 중추기관이 이정도로 노후화되도록 방치한 것도 문제다.

Q. 앞으로의 투쟁 계획은?

우선 문제를 공론화하고 각계의 지지를 구하는 것이 목표다. 일단 대한의사협회가 의료원과 뜻을 함께하겠다고 지지 의사를 밝혀주셨기 때문에 추후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상황을 지켜보면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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