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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수탁검사고시 재검토 요청키로···복지부 수용이 관건
의협, 수탁검사고시 재검토 요청키로···복지부 수용이 관건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3.01.20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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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행정예고된 고시안, 각 과 의사회에 내용 공유 안돼
김철 "고시안 찬성했던 병리학회 역할이 복지부 설득 시 중요해"
'리베이트' 연상되는 '할인율' 표현도 제대로 된 설명 필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리학회,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등 관련 학회가 보건복지부의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 고시(수탁검사 고시)' 제정안을 재검토하는 것에 합의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제정안을 수정하는 것에 동의를 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3월 복지부는 개정한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 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복지부가 당초 안내한 고시 시행일자는 올해 9월이었다. 제정안 주요내용은 기존에 수탁기관에 대한 인증 취소 권한을 가진 각 학회들로부터 해당 권한을 정부(검체검사수탁인증관리위원회)로 이전하는 것이다. 수탁기관 인증 취소로 인한 효력을 기존 수탁검사비 지급 불가에서 30%지급으로 완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제정안에는 수탁기관 '인증' 기준에 수탁검사비 할인율 위반 여부가 포함됐다. 할인율 15%미만은 벌점 1점, 할인율 15%이상~30%미만은 벌점 2점 등이 책정됐다. 여기에 더해 위반 사항이 1개월 이상 또는 1회를 초과하면 벌점 2점이, 1개월 미만 또는 1회인 경우에는 벌점 1점이 부여된다. 이 제정안은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해당 제정안에 따르면 총점이 3점 이하로 기준 1회 위반이면 검체질 가산 1분기에서 수탁기관이 제외된다. 4~5점 이하인 경우에는 1주 수탁인증이 취소된다. 벌점을 많이 받을수록 더 높은 패널티를 받게 된다. 수탁기관이 제정안 기준에 따른 패널티를 받지 않으려면 수탁검사료 할인율 30%미만을 지켜야한다.

이 같이 할인율을 세부적으로 명문화한 내용 때문에 내과를 중심으로 한 일선 의료기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위탁의료기관은 검체 채취 후 전문수탁검사기관에 보내는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검사료 일부를 받아왔다. 의료기관 입장에선 환자 검체를 채취·보관하고 검사 결과를 설명해야 하는 업무 부담이 있었다. 이 과정에는 계량화 하기 힘든 여러 어려움과 행위들이 포함된다. 채혈 과정에서 크게는 10여분이 소요되기도 하고, 전화를 통해 환자에게 검사결과를 설명하는 시간도 들쭉날쭉이다. 전화상담료가 있더라도 본인부담금 수납이 안 이뤄지면 원칙적으로 청구가 불가하다. 따라서 수탁기관이 검체검사료를 할인하는 것은 검체검사료에서 관리료 성격으로 의뢰의료기관에 보전해 주는 것이다.

현재 복지부 검체검사 비용 상대가치 점수 구성에서 검사료는 의사 업무량 3%와 진료비용 97%, 위험도 0%로 돼 있다. 위탁의료기관은 검사료에 의료기관 지분이 있기 때문에 수탁기관이 모든 지분을 다 가져가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보고 관행적으로 60% 가량의 할인율을 받아 왔다. 또 의사 업무량과 위험도가 낮게 측정 된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올해 초에 불거진 이유는 지난해 3월 행정예고가 이뤄졌지만, 관련 정보를 인지하고 있던 의협에서 일선 의료기관 등에 제대로된 정보제공이 되지 않았던 것이 이제와 주목을 받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에서 대한개원의협의회까지는 행정예고 당시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3월은 한창 코로나19 시국이었고 재택치료에 의료계의 관심이 쏠려 있던 터라 의협과 개원의협의회도 각 과 의사회까지는 정보 공유를 안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대한내과의사회 보험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의협 이사가 관련 내용을 대한내과의사회에 최근 알리며 문제의 심각성이 파악된 것이다. 이번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든 최종적인 결과는 의협이 책임져야 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의협은 지난 11일과 18일 각 과 의사회 및 관련 학회가 참석하는 회의를 열고 고시 대책 논의를 시작했다. 고시 재검토와 연기 요청 합의는 지난 18일 회의에서 나왔다.

김철 서울시의사회 보험이사는 “지난 18일 의협과 관련 학회가 고시 재검토와 연기를 요청하기로 합의했지만, 그걸 결정하는것은 복지부이기 때문에 아직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라며 “병리학회가 기존에 해당 제정안에 워낙 찬성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병리학회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보험이사는 “예전에도 고시가 폐지되거나 연기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복지부와 협의를 해야한다”라며 “고시가 없어질 수는 없을 것 같고, 재검토를 통해 할인율을 어느정도 선까지 보장해 줄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할인율 책정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이 수탁기관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다는 비난의 목소리에 대해서도 김 보험이사는 반박했다.

그는 “할인율이라는 용어 자체가 안 해줘야 되는 것을 해 준다는 느낌을 주는데, 검체검사 과정을 모르는 시민단체나 환자단체에선 리베이트로 오해할 여지가 있다”라며 “임상병리사를 고용하는 인건비, 채혈, 검사결과 설명 행위가 모두 비용이기 때문에 검체 관리료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고시처럼 할인율이 의원급의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로 적용된다면 소규모 의원들은 도산하거나 재정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할인율에 대한 올바른 설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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