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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불법투약·사체유기한 의사에 면허 재교부 거부는 적법"
法 "불법투약·사체유기한 의사에 면허 재교부 거부는 적법"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3.01.19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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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기 기회 줘야"···의사 손 들어줬지만
2심 "일반 의료사고와 본질 달라"···의사 패소

지인에게 마취제 등을 불법 투약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했다가 실형을 선고받아 면허가 취소된 의사에 대해 면허를 다시 내주지 않은 보건복지부의 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4-1부는 A씨가 "의사면허 재교부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산부인과 전문의였던 A씨는 지난 2012년 지인 B씨가 "잠을 푹 잘 수 있게 해달라"며 프로포폴 등의 투약을 요구하자 프로포폴과 비슷한 향정신정의약품인 미다졸람을 비롯해 수술용 전신마취제인 베카론, 수술용 국소마취제인 나로핀·리도카인 등 약물 13종을 섞어 투약해 B씨를 숨지게 했다.

게다가 A씨는 B씨가 숨진 사실이 발각되면 자신과 병원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에 B씨의 시신이 실린 차를 인근 공원 주차장에 버려둔 채 떠나기도 했다.

검찰은 업무상과실치사 및 사체유기, 마약류관리법·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A씨를 재판에 넘겼다.

형사재판에서 A씨는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300만원,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이후 검찰은 마약류관리법 위반을 이유로 의사면허 취소 처분을 의뢰했고, 복지부는 A씨의 의사면허를 취소했다.

A씨는 출소한지 3년이 지난 2017년 복지부에 "의사면허를 다시 교부해달라"고 신청하면서 의료법 등 관계법령을 성실히 지키겠다는 내용의 서약서 등을 제출했다.

의료법상 복지부는 의사면허가 취소된 이후 면허 취소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면 면허를 다시 내줄 수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2020년 보건의료인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열어 A씨에 대한 의사면허 재교부 여부를 심사한 결과 '불승인'으로 결론을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의사면허 재교부를 위한 요건을 모두 충족했을 뿐만 아니라, 복지부는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에는 예외 없이 면허를 재교부해왔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범죄사실 중 업무상과실치사죄와 사체유기죄는 면허취소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데도 '범행이 중대하다'는 이유로 의사면허를 다시 내주지 않은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에 대해 1심은 "반성과 참회 정황이 뚜렷한 의료인에게 재기의 기회를 부여해 의료기술이 필요한 현장에서 봉사할 기회를 부여하는 게 공익에 부합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복지부는 곧바로 항소했다.

반면 2심은 1심과 달리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A씨의 범행은 치료 과정에서 과실로 일어난 일반적인 의료사고와는 그 본질이 다를 뿐만 아니라 죄질이 무거운 만큼, 의사면허를 다시 내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 범행의 경중을 고려할 때 의사면허 재교부 거부 처분은 의료법의 목적에 부합한다"며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행정처분심의위 위원 6명 중 5명이 A씨의 면허 재교부 신청에 대해 불승인 의견을 제시했고, 이를 기초로 한 복지부의 판단은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복지부가 2014년 이후 의사면허 재교부를 승인한 내역에 따르면, 재교부 신청인들이 ‘업무 외 목적’으로 약물 투약 등의 행위를 하다가 환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는 없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원고가 관련 형사판결에서 받은 처벌보다는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며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업무상과실치사죄나 사체유기죄는 의사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범행의 중대성과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반영돼서는 안 된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의료법은 의사면허의 취소 요건과 재교부 요건을 달리 규정하고 있다"며 "의사면허 취소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를 의사면허 재교부 요건의 여러 사정 중 하나로 고려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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