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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 “소청과 진료 대란 이제 시작일 뿐···재정 투입 시급”
대전협, “소청과 진료 대란 이제 시작일 뿐···재정 투입 시급”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3.01.18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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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채용에 따른 차등 수가 지급·의사 처우 개선 등 요구
“의사 늘린다고 사태 해결 안 돼” 의대생 증원 반대 의사
“젊은 의사들 바보처럼 희생 안 한다···한국 의료계 떠날 것”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정부에 경고했다. 재정 투입 없이 의대생과 전공의 수만 늘려서 해결될 사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최근 소청과 진료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달 12일 가천대길병원이 의료진 부족으로 소청과 입원 진료를 중단한다고 발표한 데에 이어 서울 강남세브란스 등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곳곳에서 소청과 진료를 축소했다. 소청과 지원율이 급감하면서 전공의 부족 현상이 심화된 영향이다.

이로 인해 소청과 의원 진료도 어려워졌다. 심한 경우 새벽 5~6시부터 줄을 서야 오전에 겨우 진료를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인터넷 맘카페에서는 소아과 예약이 힘들다는 영유아 부모들의 한탄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말 그대로 진료 대란이다.

정부는 이같은 현상의 근원을 의사 수 부족이라고 맥짚고, 최근 필수의료대책안에 의대 정원 증원을 포함시키는 등 의사 수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전공의들은 소청과 전문의는 절대 부족하지 않으며, 이같은 현상이 값싼 전공의 인력에 의존하는 국내 의료체계의 모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의사 수를 늘리기보다 적절한 재정 투입을 통해 인력 재배치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전협은 지난 13일 입장문을 통해 “지금까지는 전공의를 값싸게 부려 과도한 의료이용을 지탱할 수 있었던 구조”라며 “정부는 이를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비용효과적 성과로 포장하지 말고 지속가능한 체계를 구축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정부도 인지하듯이 소청과 전문의는 결코 부족하지 않다. OECD 기준으로 의사 수가 가장 많다는 독일과 비교해서도 비등한 수준”이라며 “단기적으로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모색해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자”고 제안했다.

대전협이 제안하는 바는 △전문의 채용 현황에 따른 차등 수가 지급 △소청과 교수 및 전공의 처우 개선 등이다.

대전협은 “이미 배출된 전문의를 통해 지금의 의료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보건의료체계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전문의 중심의 중증의료체계 구축과 더불어 연속근무 24시간 제한을 목표로 한 근로 조건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또 “재정 투입 계획 없이 의대생 및 전공의 정원 조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의대 졸업생들은 면허 취득 후에도 미래가 없는 영역에 결코 전공의로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의대 졸업생들은 교수들조차 정부의 압박 속에서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를 감내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처우가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될 것이 뻔한 길을 택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전협은 보건복지부와 기성세대의 감언이설에 결코 속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의 정책 방향이라면 젊은 의사들은 기피과 전문의 취득 후에도 개원은커녕 허울뿐인 계약직 교수로 일하며 결코 노동 착취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대전협은 “전공의들은 필수의료 전공의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바보처럼 미래 없는 영역에서 주당 100시간, 2회 이상의 36시간 연속 근무를 감내하며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공의들은 한국 의료계를 조용히 떠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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