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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장수술 29만원···쌍꺼풀수술 정도(150만원)는 돼야죠”
“맹장수술 29만원···쌍꺼풀수술 정도(150만원)는 돼야죠”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3.01.09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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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응진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외과 의사 월급, 정형외과의 절반”
“더 이상 사명감 강요 안 돼···술·담배에 분담금 부과해 필수의료 강화해야”

“현재 맹장수술의 건강보험 수가는 29만 원인데, (비급여인) 쌍꺼풀수술비는 150만 원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수술의 수가가 쌍꺼풀수술비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신응진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순천향대부천병원 원장)은 최근 의사신문과 만나 외과의 어려운 현실을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이후 정부 차원의 필수의료 지원 강화 대책이 논의되며 많은 진료과들이 필수의료 열차에 탑승하려는 모습이다. 외과는 '현대의학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필수의료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너무나 중요한 과이기 때문에 정부의 저수가 기조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아 현재는 대표적인 ‘기피과’로 전락하고 말았다.

“실제로 종합병원에서 외과나 산부인과 전문의 월급이 정형외과나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죠. 더 이상 사명감으로는 버틸 수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신 이사장이 전공의 수련을 받을 때만 해도 최상위권 성적의 전공의들은 외과 계열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신 이사장은 자신이 속한 순천향대의료원만 해도 최근 1, 2, 3등은 피부과를, 4, 5, 6등은 재활의학과를 선택했고 다른 수련병원들도 비슷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신 이사장은 “필수의료의 수가가 너무 낮아 아무리 고생해서 트레이닝을 받아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의료사고라도 나면 무조건 외과 의사한테 책임을 뒤집어 씌워 구속까지 당할 수도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과연 누가 외과를 선택하겠냐”고 말했다.

현재 모든 진료과들이 자신들이 필수의료라고 주장하며 지원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하지만 외과는 의사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명실상부한 ‘필수의료’ 진료과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사망한 아산병원 간호사가 받아야 했던 신경외과의 ‘뇌동맥류 결찰술’도 조금만 치료시기를 놓치면 사망할 수 있는 고난도 중증수술임은 분명하지만 막상 응급실로 내원하는 케이스는 많지 않다.

신 이사장은 “실제로 전국의 권역·지역응급의료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휴일·야간수술 건수의 약 70%가 외과수술로 나타났다”며 “하지만 외과 의사는 너무 부족해 1명이 휴가라도 가면 다른 의사가 권역을 이동해 수술해야 하는 지경이다. 특히 소아외과 전문의는 권역응급의료센터당 1명밖에 없어 너무나 위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한외과학회 자체 조사 결과 현재 활동하는 외과 의사의 평균 연령은 53세로 나타났다. 오랫동안 전공의 충원이 이뤄지지 않아 심각한 고령화가 진행된 것이다. 앞으로 10년 후 외과 수술 대란이 이미 예고돼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의외의 사실이 있다. 지금도 외과 전공의를 지원하는 젊은 의사들은 적은 수라도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 올해도 실제로 필요한 180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130명 정도의 전공의가 외과를 지원했다. 신 이사장은 “이들은 보상과 관계없이 무조건 외과를 하겠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젊은 의사들”이라며 “정부가 결코 이들의 열정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학회도 나름의 대책에 나섰다. 신응진 이사장은 외과학회 내에 정책위원회를 신설해 전문가 집단으로서 정부에 적극적으로 대책을 제시하기로 했다. 정책이사는 이강영 신촌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가 맡았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살리기’ 공청회를 통해 검사비 등을 행위료 등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신 이사장은 “재원 자체를 늘리는 게 아닌 ‘분배’ 정도로는 현재의 왜곡된 의료체계를 결코 개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신 신 이사장은 다른 방안을 예전부터 제시하고 있다. 이는 술·담배 등에 일정한 분담금을 부과해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신응진 이사장은 “응급의학과 진료 환경 개선에도 교통범칙금의 일부를  활용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특히 우리나라 술·담배의 경우 가격이 워낙 싸기 때문에 이를 필수의료에도 적용하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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