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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오피오이드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많던 오피오이드는 누가 다 먹었을까
  • 전성훈 변호사
  • 승인 2023.01.10 09:4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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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변호사의 친절한 법률 이야기 (159)

2017년 미국의사협회 학회지(JAMA)에 놀라운 내용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미국인의 기대여명이 2014년 78.9세에서 2015년 78.8세로 감소한 것이다. 1993년 이래 20여 년 간 하향한 적이 없었고, 의료.영양.위생 등 모든 지표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충격적이었는데, 바로 오피오이드(Opioid) 과용 때문이었다.

오피오이드는 뇌와 척수에 있는 단백질에 결합해 통증 지각을 감소시킴으로써 강력한 진통 효과를 나타내지만 심각한 중독성이 있는 마약성 성분이다. 모르핀, 펜타닐, 메타돈, 트라마돌, 옥시코돈 등 수많은 품명으로 출시된 제품들이 모두 오피오이드 계열 진통제이다.

미국 국립보건통계센터(NCHS)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미국의 약물과용 사망자는 6만 4000명으로, 이는 같은 해 미국에서 자동차사고, 총기사고,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 그리고 약물과용 사망자의 60% 이상이 오피오이드 과용으로 사망했다.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경우 2027년경에는 미국에서 연 65만 명이 오피오이드 과용으로 사망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있다.

게다가 이 심각한 약물은 불법적 경로가 아니고 의사 처방이라는 합법적 경로로 유통되었다. 미국에서 2012년에 1차 의료기관에서만 처방된 건수가 2억 5900만 건에 이르렀다. 이는 1999년에 비해 3배나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마약성 진통제의 위험성을 알고 있을 미국 의사들이 왜 이렇게 많은 처방을 내렸을까? 그것은 1990년대 미국 의사들 사이에서는 관리되지 않는 통증을 심각하게 보는 경향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약회사들은 이런 의사들의 우려를 교묘하게 파고들었다.

세계 최대 오피오이드 제조회사인 ‘퍼듀 파마’는 1995년 ‘옥시콘틴’이라는 오피오이드 계열 진통제를 선보이면서 ‘안전하고 중독성이 적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하지만 이는 퍼듀 파마 회장이자 의사인 리처드 색클러의 지시에 따라 약물실험 결과를 조작하여 중독성과 남용 위험을 축소함으로써 위험성이 낮은 약물로 보이게 만든 것이었다.

조작된 데이터를 믿은 미국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합법적으로’ 이전보다 더 많은 처방을 내렸고, 오피오이드 계열 진통제는 가장 많이 처방되는 진통제가 되었으며, 제약회사들의 든든한 수입원이 되었다. 그리고 기존 진통제는 효과가 없다는 환자의 호소만 있어도 처방이 가능할 정도로 마약성 약물 관리가 허술하던 시기를 틈타, 평범한 환자였던 사람들은 오피오이드 중독이 심화되면서 합법적 마약인 오피오이드를 가족과 친구 명의로 처방받거나, 불법적 마약인 헤로인을 거리에서 구하게 되었다. 그 결과 1999년부터 2019년 사이에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추산 약 50만 명의 환자들이 약물과용으로 사망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오피오이드 관련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법무부, 44개 주정부, 약 4000개 카운티와 시는 제약회사, 유통업체, 약국체인 등을 상대로 2000여 건 이상의 소송을 제기했다. 퍼듀 파마는 파산을 신청했고, 재판 절차 중 벌금 및 합의금으로 총 9조 4000억 원을 지급하는 대신 색클러 가문의 면책을 약속받았다. 존슨 앤드 존슨 등 4개 회사도 최대 30조 원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지만, 여전히 많은 소송이 진행 중이다.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를 매일매일 100여 명씩 쌓아가면서 말이다.

이 비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일련의 사태를 다룬 2018년 출간 ‘약에 쩔은(Dopesick)’이라는 책과, 2021년작 동명의 TV 드라마가 있다. 베스 메이시의 역저도 훌륭하지만, TV 드라마는 약물에 중독되어 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비극, 퍼듀 파마의 악랄한 사업방식, 그리고 그들의 잘못을 추궁하기 위한 변호사의 힘든 싸움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동시에 이 드라마는 솔직하다. 돈 많은 악당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데 미국 법조 시스템이 얼마나 불완전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거액의 합의금을 지급받는 대신, 잘못이 명백함에도 처벌은 포기한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속 시원한 정의구현 따위는 없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교훈을 준다. 어렵지만 힘든 싸움을 선택한 개개인들의 노력이 쌓일 때에만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대법원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이용을 의료법위반으로 판단한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 취지로 이를 환송했다. 이에 대해 의사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직역을 불문하고 들불과 같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물론 하급심에서의 재판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성명서와 1인시위로 대표되는 ‘법원’에 대한 의사들의 강력한 반대의견 전달 역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의사들이 해야 할 일 중에서 가장 쉬운 단기적 싸움이다. 의사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이 어떠한 기전으로 환자 진단에 도움이 되는지 명확히 증명되기 전에는 요양급여는 물론 비급여로도 인정하지 않도록, 그리고 의사와 한의사가 각기 사용가능한 진단용 의료기기를 하위법령에 분리하여 규정하도록 ‘정부’에 요구하는 중기적 싸움과,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각 면허범위에 따른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의 적극적 정의규정을 신설하는 의료법 개정을 ‘국회’에 요구하는 장기적 싸움이다. 이런 어렵고 힘든 싸움을 선택하고, 끊임없이 국민을 설득해야, 본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십 년 전부터 오피오이드 계열 진통제가 처방되고 있지만 약물과용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이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의사들이 ‘의학적 사명감’을 가지고 미국 의사들보다 치밀하게 마약성 약물 처방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납득하기 힘든 판결이 내려졌지만, 부디 의사들이 소모적인 내부비난을 멈추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한다는 ‘공동체적 사명감’을 가지고 본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어렵고 힘든 싸움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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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2024-02-19 01:25:01
한의사 초음파 사건도 그냥 밥그릇 다툼으로 밖에 안 보임.

똑같은 야채 가게 사장인데 원래 각자 당근이랑 오이만 팔던 두 집 중에 당근 가게가 어쩌다가 오이 하나 팔았다고 오이 가게 사장이 고소한다고 난리 치는 거... ㅋㅋ

한의사가 칼 들고 개복 수술한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야 대체 ㅋㅋ
사람 해친 것도 아니고 의사 면허나 지식이 없는 돌팔이도 아닌데 상식적으로 뭐가???

요즘 한국 의사들이 의대 정원 문제로 생난리를 치고 있는데.
가만 보면 항상 한의사들은 조용한데 양의사들만 시끄러움.

성형같은 의료행위 같지도 않은거를 돈 더많이번다는 이유로 선택하면서 의사입네 유세.
지방에는 죽어도 안가려 하고 사람목숨 외면하면서 국민한테 말할땐 지들이 정의의 사도인마냥.
돈밝힐거면 위선이나 부리지 말길.

뭐래 2024-02-19 01:12:40
미국 의사들은 순수한 마음 뿐이었고 모두 제약회사들의 잘못이다?
아무리 실험 결과를 조작했다 해도 눈 가리고 아웅이지.
오피오이드 계열이 완전히 신약도 아니고 기원은 오래 됐는데.
이름만 바꾸면 그 약이 뭔지도 모르나? 의사들이?
그럼 이름만 듣고 약에 대해선 하나도 모르면서 처방했다는 건데 그게 말이 됨? 어느 쪽이든 문제고.
마약이 진통제로 쓰이느냐 마약이냐는 결국 오남용 여부에 달린 건데 이런 기본 상식을 의사들이 몰랐다?
그 정도 IQ도 안 되면 의사 공부는 어떻게 했음?
그냥 제약 회사들한테서 로비 받고, 처방할 때마다 수익의 일정 % 받고 돈 욕심 때문에 어떤 결과가 올지 뻔히 알면서도 환자들한테 마구잡이로 처방한 거잖아?
그걸 같은 업계인이라고, 외국인인데도 이렇게 감싸다니 ㅋ

정백양 2023-01-10 10:02:59
1. 한의사 초음파 오진은 사실일까?

기타 인터넷 기사나 의사들 신문을 뺀 제일 중립적인
판결문 일부를 발췌해옴

당시 최++가 피고인에 의한 한방진료와 일반 병원에서의 산부인과 진료를 병행하였고, 피고인의 한방진료에 앞서 산부인과에서 자궁내막증식증 관련 진단을 받은 사실을 피고인에게 알려준 사실이 있음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러하다.


위에서 본 것과 같이 한의사한테만 진료 본 것도 아니고 일반 산부인과 진료도 병행했음이 판결문에 명시되어 있음

2. 한의사는 영상의학을 안배우고 의사보다 오진 가능성이 클까?

이것도 판결문 일부를 발췌해옴

전체 의사 중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제외할 경우에, 초음파 진단기기의 사용에 관한 전문성 또는 오진 가능성과 관련하여 그 사용으로 인한 숙련도와 무관하게 유독 한의사에 대해서만 이를 부정적으로 볼 만한 유의미한 통계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역시 한의사가 의사보다 오진을 할만한 통계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