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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부회장의 쉽게 쓰는 건보 이야기(12)
[칼럼]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부회장의 쉽게 쓰는 건보 이야기(12)
  • 의사신문
  • 승인 2023.01.0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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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석 서울시의사회 총무·법제부회장(옴므앤팜므 성형외과의원 원장)
‘심사체계 개편의 역사와 문제점’

※우리나라 공보험 제도의 역사는 한 마디로 규제의 강화라는 도전과 자율성을 지키려는 의료계 응전의 역사이다.

쉬운 건보 이야기 12번째 이야기로 이번에는 ‘심사체계 개편의 역사와 문제점’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현행 건보제도의 심사체계는 행위별 수가제로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별 수가제는 의료기관의 진료내용에 대하여 청구건별로 심사를 하여 건보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대한민국의 건보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심사·평가 체계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별 수가제는 급여기준과 심사기준을 바탕으로 심사를 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모든 진료내용을 기준안에 남아 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동안 심사의 일관성, 투명성, 전문성 이슈 등으로 심사체계에 대해 불신과 논란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표1 요양급여비용 심사 절차>

또한, 정부에서는 최근 들어 급격히 증가하는 심사물량으로 심평원의 업무에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과 함께, 가치기반 보상으로의 보건의료 패러다임 변화, 비급여의 급진적인 급여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에서 도입하는 예비급여 제도의 진행을 위해서는 기존 심사체계로는 유지가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기관 단위 총량 심사제나 경향심사, 가치기반 심사, 모니터링을 통한 유형별 심사 등 다양한 종류의 심사체계 개편 논의를 시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의정 실무협의체 합의사항의 일환으로, 심사체계 개편을 위한 심사기준개선협의체가 구성되어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심사체계 개편의 역사는 2017년 5월 25일과 8월 18일 진행된 국회토론회에서 1) 기존 행위 청구건별 심사에서 의무기록 기반 기관별 경향심사로 전환하여 환자 진료 시 일정 수준 의료인의 자율성 부여 2) 협소한 기준으로 무조건 심사·조정 하는 것을 지양 3) 진료 경향성을 분석하여 의학적 적정성에서 현저히 벗어난 경우 의무기록에 대한 전수 정밀심사를 통해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자 함을 목표로 하는 경향심사로의 개편 방안이 처음 제기되었으며, 2017년 12월에는 의료기관의 진료비 지출을 감시하는 ‘의료이용 통합모니터링단’이 구성되었습니다.

또한, 정부는 2018년 8월에 초음파와 MRI 검사부터 건별 심사에서 경향심사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였고, 2019년 8월에는 7개 질환 (고혈압, 당뇨병, 천식, COPD, 슬관절 치환술, MRI, 초음파) 분석심사 선도사업 시작으로 2019년 10월 전문심사위원회(PRC, SRC)가 출범 하였습니다.

이후 2021년 10월에 만성 신장(콩팥)병, 폐렴이 추가되었으며, 2022년 7월에는 우울증, 견관절 질환 수술이 ‘주제별 분석심사’ 선도사업 신규 항목으로 추가되었습니다.

또한, 2021년 7년에는 ‘자율형 분석심사’ 선도사업으로 중증질환 영역 중 뇌졸중, 중증외상, 급성심근경색증 입원 진료 영역이 신규 항목으로 추가되어 현재 진행 중입니다. (‘주제별 분석심사’는 1차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분석심사, ‘자율형 분석심사’는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하는 분석심사입니다.) 

<표2 주제별 분석심사 대상 및 기대 효과>

또한, 주제별 분석심사는 임상현장 전문가가 심사 주체로 참여하는 전문심사위원회(SRC, PRC)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문심사위원회는 크게 1)전문분과심의위원회(Special Review Committee, SRC) 2) 전문가심사위원회(Professional Review Committee, PRC)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전문분과심의위원회(SRC)의 역할은 ①주제에 대한 분석지표 개발 및 의학적 근거자료 마련 등 심사기반 조성 ②주제별 모니터링 및 분석지표 등 개선에 관한 사항 ③수가‧기준 등 보완이 필요한 경우 개선 건의 ④PRC 의견조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심의 ⑤그 밖의 심평원장과 SRC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안 등을 심의하고 모니터링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문가심사위원회(PRC)의 역할은 ①권역 내 요양기관의 분석지표 결과, 청구현황 종합 모니터링 및 분석 ②기관별 적절한 중재유형 결정 및 중재 실시 ③변이 지속‧심화 기관의 심층심의 ④분석지표 및 심사기준 개선 등 필요한 사안을 SRC에 건의 ⑤그 밖의 PRC 위원장 부의 안건 심의 및 SRC 의결사항 수행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심사는 의료의 효율성 및 과잉진료 여부 등의 진료 경향을 분석하여 의료 질을 평가하는 의무기록에 기반한 심사방식으로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심사를 해 청구하되 경향을 분석해 의학적 적정성이 크게 벗어 날 경우 해당 항목을 집중 심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급여기준을 벗어나지만, 의학적으로 필요한 환자에 대하여 일정수준 의료인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진료 경향을 분석해 의학적 적정성에서 많이 벗어날 경우 정밀심사를 통한 전수조사를 시행하는 것으로 기관 단위 경향심사의 주목적은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최소화하여 낭비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함이며, 이를 위해 기관 단위로 의료이용을 모니터링 하여 과잉진료를 심사하고 의료의 자율성과 심사의 거시적 효율성을 높이고자 함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관 단위의 경향심사는 잠재적인 과잉진료를 평가·중재하고, 불필요한 서비스 제공을 적정수준으로 유도하여 다음과 같은 기대효과가 있다고 심평원은 주장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심사로의 심사체계 개편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과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1)진료권 규제 및 불신 조장 : 의료인으로 하여금 심사기준에 맞는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만을 제공토록 함으로써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할 소지가 있으며, 관리대상 기관으로 선정되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일당 진료비나 내원일수 등을 평균 이하로 조정해야 하므로 의료서비스의 질을 하향 평준화시키고 의료인과 환자의 불신을 조장 할 수 있습니다.

(2)관리대상 선정기준 단순화에 따른 왜곡 : 특성이 다양한 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고려해야 할 세부항목이나 지역별 특성 등을 지표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우려가 있으며, 동일한 질병을 앓는 환자라도 매우 다양한 임상적 양상을 보이고 그 예후 또한 다양하므로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내용과 양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간과되어 있습니다. 이밖에, 주변 지역의 특성, 중점적 진료시간대(예, 야간진료) 특성 등이 관리대상 선정기준에 고려되어야 하며 현재의 관리대상 그룹을 다양화하여 관리 대상 기관을 선정하는 데 있어 합리성을 확보해야 함.

(3)관리지표 선정 및 산식에 있어 합리성 제고 : 여러 지표를 의료기관에 적용하여 관리와 통제를 가함으로써 진료비 효율성을 어느 정도 개선할 수는 있겠지만, 이러한 개선의 책임을 모두 의료기관에만 전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관리대상 선정기준을 상대적 비율로 할 경우 전반적 값은 개선되더라도 결국 의료기관 전체로 봤을 때 관리대상인 상위그룹은 항상 존재하게 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므로 제도의 관리 운영에 있어 지속적인 신뢰도 향상을 위해서 지표산출의 구조적 개편뿐 아니라 지표 자체에 대해서도 정기적 평가 및 개편체계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4)질 관리 차원에서의 지표관리 필요 : 현재는 심사의 기준이 의학적 적정성보다는 건강보험 재정을 보호하려는 쪽으로 적용되고 있어 의료의 질 측면을 간과하고 있는 측면이 있으므로 단순히 비용 절감 차원에서 양적 문제만을 고려하지 말고 질적 측면을 함께 고려하는 지표반영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5)전문가 및 이해관계 당사자 참여확대 : 지표의 개발과 개정에 있어 각 학회에서 개발하고 있는 임상 진료지침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이를 실제 지표에 반영할 수 있는 정책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경향심사로의 심사체계 개편의 명분은 ‘자율과 책임’이지만 결국 현행 심사체계와 비교할 때, 향후 더 폭넓은 심사 조정기준 적용 및 더 많은 심사 자료 요구와 진료비 청구 상위 기관에 대한 심사가 강화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PRC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정된 운영지침 등 초기와 다른 심평원의 태도 변화 및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듯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정부의 행보를 고려할 때, 우리 의료계는 이러한 심사체계 개편의 명분과 실제 실행 내용에서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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