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의사들의 노력에 대한 모독이며, 전 세계 어디에도 이를 받아들일 의사는 없을 것이다.”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초음파 의료기기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된 한의사 A씨 사건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려 전 의료계가 공분하고 있는 가운데, 일차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가정의학 의사들의 모임인 대한가정의학회(이사장 선우성, 회장 오한진)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재고 필요성을 역설했다.

학회는 우선 대법원에서 한의사들의 초음파 사용이 그들의 면허된 범위 이외의 의료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무죄라고 한 것에 대해 “의료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내린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오늘날 한의사의 의료 지식은 현대 의학의 수준을 따라오기 어렵고 체계적인 현대 의학에 대한 수련과정을 거치지 않았음은 명백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과거보다 오늘날 한의사들의 현대 의학에 대한 이해가 더 좋아졌다고 결론내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결정이라는 것.

또 한의사들이 현대의학에 대해 이해가 좋아졌다는 어떠한 근거도 없으며 단순한 교육 과정, 의료 환경의 변화라는 명분으로 이러한 결론을 내리는 것 역시 매우 불합리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초음파 검사의 행위가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우려가 없다는 발언에 대해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가정의학회는 “이번 결정의 시작이 된 한의사의 자궁내막암 오진만 해도 기술과 지식이 없는 한의사가 허가되지 않은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내린 오진으로 인한 것임에도 어떻게 대법원이 위해의 우려가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동네병원으로 대표되는 일차의료 의사들이 초음파 술기를 익히기 위해 의과대학에서 해부학을 포함한 기초의학부터 시작해 영상 검사에 대한 이해를 위해 영상의학과 과목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각종 질병에 대해 내과학, 외과학, 산부인과학, 소아청소년과학 등의 분야를 공부해 왔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어 “단지 공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실제로 초음파 검사를 진료 현장에 접목시키기 위해 전공의 시절의 수련 외에도 지속적으로 영상 검사에 대한 연수강좌와 실기 훈련을 반복하여 숙련도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가정의학회는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결정에 대해 “모든 의사들의 노력에 대한 모독이며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의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며 “반드시 번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준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