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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초음파기기 허용' 대법원 판결에 의료계 비판 폭주
'한의사 초음파기기 허용' 대법원 판결에 의료계 비판 폭주
  • 홍미현 기자
  • 승인 2022.12.23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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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건강·생명에 위해 초래… 의료질서 붕괴될 것" 경고
의협 "무면허·불법의료행위로 간주"···총력 대응 방침
영상의학회 "오진 가능성 높아···파기환송심서 바로잡아야"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에 의료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은 결국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하는 동시에 의료질서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의료계는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을 불법의료행위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23일 성명서를 통해 "대법원의 판결은 의료직역의 축적된 전문성과 경험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의료법상 의료인 면허제도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것"이라며 "그 결과 무면허의료행위가 만연하게 돼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하게 될 것임이 불 보듯 자명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전날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현행법상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의사가 진단 보조 수단으로 쓰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의협은 "초음파 진단기기를 통한 진단은 영상 현출과 판독이 일체화돼 있어 검사자의 고도의 전문성과 숙련도를 필요로 하는 행위"라며 "단지 초음파가 인체해 무해하므로 초음파 진단기기가 안전하다는 것은 극히 단편적이고 비전문적인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초음파 진단과 판독의 일체성 때문에 수십년 전 부터 영상의학과 전문의나 의과대학에서 영상의학과 관련 이론 및 실습을 거친 의사만이 전문적으로 수행해왔다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의협은 대법원을 향해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로 판단한 것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이번 판결로 인해 발생하게 될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피해는 온전히 대법원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이와 함께 의협은 국회와 보건복지부에 "즉시 의료인의 면허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것으로 의료법령 개정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의료법 제27조 제1항은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의사들이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빌려 의과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등 면허범위를 넘어서는 무면허의료행위를 지속적으로 시도한다면, 이를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불법의료행위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력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회장 이태연)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의학적 판단의 기준이 의사의 판단을 넘어서는 위험할 수 있는 결정이 될 수 있다"라며 "한의과대학에서 초음파 강의를 하는 내역을 상세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의사회는 "정형외과는 근골격계의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있어서 초음파를 널리 사용하는 분과"라며 "개원가에서도 각 관절부위나 연부조직의 상태를 진단해 내고 관절내의 삼출이 있는지 여부 등을 찾아내고 적절한 혈액순환이 되고 있는 지 혈관을 찾아가면서 상태를 파악하는데 초음파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구보다도 환자의 병을 진단하는데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치료할 뿐만 아니라, 초음파를 이용한 각종 술기능력이 뛰어난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타과 영역의 병명에는 초음파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게 의사회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산부인과 영역인 자궁을 초음파로 보거나, 소화기내과 영역인 간의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간에다 초음파를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의사회는 "고도로 전문화된 해부학적 지식이 있는 해당 과의 전문의만이 초음파에 대한 진단영상과 그것을 해석하는 능력을 소유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존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궁암이 진행되고 있는 환자를 검사대에 눕혀놓고 68회나 걸쳐서 초음파를 영상에 올려 놓고 봤던 한의사는 그동안 무엇을 보았느냐"며 "화면에 펼쳐지는 초음파의 영상화가 해부학적 표현 이외에 어떤 고유의 한방원리로 표현이 되었느냐. 결국의 자궁암 치료시기를 적절히 제공받지 못한 환자의 억울함은 어떤 변명으로 위해를 가함이 없다고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한 "의료의 이원화가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의료행위는 곧 커다란 혼란과 쓸데없는 논란과 다툼, 불필요한 국민 비용의 낭비를 수반할 수 밖에 없다"며 "초음파를 이용한 진단기기는 의사들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해부학적 진단 기기이지, 어군탐지나 지각탐사에 쓰이는 누구나 이용가능한 초음파와는 근본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의사회는 "한방에서 우리도 의과처럼 초음파를 공부하고 있다는 말은 스스로의 한의학을 부정하는 모순"이라며 "면허범위를 넘어서는 무면허의료행위를 지속적으로 시도한다면,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불법의료행위로 간주하고, 모든 의료인의 이름으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서 전날 대전광역시의사회도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의료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판단으로 의료질서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의사회는 "초음파 진단기기의 한의사 사용 인정은 새로운 변법적인 사용을 부추켜 국민의 의료비 낭비를 가져올 것"이라며 "현재 한의원에서 처방·조제하는 내역에 대해 의학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어 의사와의 진료정보 교류가 전무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처방내역에 대한 의학적 검증도 할 수 없고 한의원 내에서 알 수 없는 임의조제를 하고 있는 실정으로, 한방 진료내역에 대한 표준화된 검증도 없이 진료수단과 영역에 대한 무분별한 확대 허용은 비표준화된 진료를 통해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사회는 "정부와 법원의 잘못된 정책과 판단은 진료체계의 붕괴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필수의료를 포함한 1차의료의 급격한 파멸을 가져와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료영상진단의 전문가인 영상의학과 의사들도 의학적 용도의 진단 장비 사용의 위험성은 반드시 ‘정확한 진단’의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대한영상의학회(회장 이정민)는 전날 성명서를 통해 "초음파 검사는 단순히 탐촉자를 환자의 신체에 접촉해 육안상 보이는 구조물의 이상 소견 추정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라며 "초음파 검사 시행을 위해 해부학적 지식을 기초로 한 의학적 지식이 필수적으로 필요할 뿐만 아니라, 질병의 확진을 위해서는 다른 영상의학적 검사나 이학적 검사들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의학회는 특히 “초음파를 사용한 검사와 진단 과정은 근본적으로 한의사의 면허범위 밖이며, 초음파 검사만으로 환자의 질환을 추정하고 확진하는 것은 오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결론적으로 초음파 장비 자체의 위험도는 낮을지라도 초음파를 이용한 진단 과정에서 오진이 발생한다면 해당 환자는 물론, 공중 보건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며 대법원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파기환송심 과정에서 의협 등과 더불어 대법원 판단의 오류를 바로잡고 국민 건강에 끼칠 위해를 막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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