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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 사용 허용 판결···의료계 반발
대법원,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 사용 허용 판결···의료계 반발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2.12.22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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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인 "의료체계는 양방·한방 엄격히 구분" 반대의견
대한의사협회 "매우 유감스럽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판결"
서울시의사회 23일 성명발표 및 대법원 앞 비판 시위 예정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를 진료에 사용해도 의료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22일 나온 가운데, 의료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은 이날 한의사 A씨의 의료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중앙지법으로 환송했다.

A씨는 2010년에서 2012년까지 한의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면서 초음파 진단기를 이용해 진단하는 등 의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A씨는 초음파 진단기를 이용하는 것이 안정성에 문제가 없고 한의사들이 정규 과정에서 초음파 진단기 사용방법을 교육받는 만큼 한의사 면허 범위에 이러한 행위가 속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초음파 기계가 서양 의학이 아닌 물리학에 기반을 둔 의료기기라는 입장을 개진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초음파 진단기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에 기초해 개발됐다고 볼 수 없고 한의사 전문의 전문과목에 영상의학과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법원은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보건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킨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며 이날 무죄 취지로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의료공학과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발된 진단용 의료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이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려면 종전과 다른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또 해당 의료기기에 관해 한의사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적 규정이 있는지, 한의사가 해당 기기를 진단 보조 수단으로 쓰면 보건의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등을 새 기준으로 제시했다.

대법원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고, 한의사가 진단 보조 수단으로 쓰더라도 통상적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한의사가 모든 현대적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며, 명시적으로 사용을 금지하는 법이 없는 상황에서 진단용 의료기기에 한정해 보조 수단으로 쓸 경우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즉 이번 판결이 한의사로 하여금 침습 정도를 불문하고 모든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한다는 것은 아니다.

대법관 중에는 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이 “우리 의료체계는 양방과 한방을 엄격히 구분하는 이원화 원칙을 취하고 있고 의사와 한의사를 구별해 면허를 부여하는 만큼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면 무면허 의료행위”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앞서 헌법재판소가 2013년 3월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한 의료법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한의사의 헌법소원을 기각했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재의 합헌 내지 헌법소원 청구 기각 결정이 대법원에 대한 기속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해당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대한의사협회는 “매우 유감스럽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즉각 반대 성명을 냈다.

박수현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초음파기기는 물리학을 비롯한 과학적 원리 원칙을 바탕으로 현대의학에서의 활용을 상정해 개발·제작됐다”며 “영상을 보는데 있어서도 검사를 하는 사람의 숙련도와 전문성에 따라 판독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들 중에서도 모든 의사가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영상의학과 등 별도 진료과가 있는 상황인데, 이를 배경지식이 전혀 다른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교육과 경험이 부재한 이에게 허용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검사 자체의 위험도가 낮다 해도 검사 결과가 중요한 것이다. 이번 사건 처럼 환자에게 오진하거나 이 초음파를 근거로 잘못된 처치가 들어갈 경우 피해를 받게 되는 것은 환자들"이라고 우려했다.또 "이 사건은 자궁내막암을 놓치고 치료가 늦어진 명백한 환자 피해 사건이다. 그럼에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의협은 이러한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명하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이번 판결을 비판하는 1인 시위를 23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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