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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의료계 10대 뉴스] 소아청소년 진료 공백 현실화···전공의 지원율 사상 최초 10%대
[2022 의료계 10대 뉴스] 소아청소년 진료 공백 현실화···전공의 지원율 사상 최초 10%대
  • 배준열 기자
  • 승인 2022.12.27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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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업무 강도에 비해 낮은 보상 등 원인···의료계 “대통령 직속 기구 만들어 대책 세워야”

매년 최저 지원율을 기록해 온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사상 최초로 10%대로 떨어졌다. 그동안 의료계가 수차례 경고해 왔던 소아청소년 진료체계 붕괴가 결국 현실화된 것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는 전국 총 정원 199명 중 단 33명만이 지원해 16.6%의 지원율을 기록했다. 이는 다른 기피과인 외과나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과 비교해서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빅5’ 병원 중 4곳도 소청과 정원 미달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청과 전공의 공백 사태로 인해 이제 많은 대학병원에서는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5·60대의 교수들이 당직 근무를 서는 광경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상급종합병원이 소아응급진료 자체를 포기하는 사태도 속출하고 있다. 급기야 최근 가천대길병원의 경우에는 교수 2명과 전공의 1명이 살인적인 교대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돼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아예 중단하고 말았다. 

소청과는 초저출산으로 인한 소아청소년 환자 수의 급격한 감소와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부족한 보상 등의 이유로 오랫동안 의료진 충원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여기에 소청과 의사를 옥죄는 사회적 분위기도 젊은 의사들의 소청과 기피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사 소통이 힘든 소아 진료 특성상 안그래도 많은 ‘감정 노동’이 요구되는데, 여기에 ‘맘카페’로 대변되는 소아 환자 부모들의 의료진에 대한 ‘갑질’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하락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아 환자들의 보호자들이 진료에 불만을 갖고 의료진들에 대해 지나친 요구나 항의를 할 때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많은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이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무엇보다 젊은 의사들의 소청과 기피를 부추긴 계기가 된 것은 지난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고’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사건 이후 사법당국은 관련 의사들에게 책임을 물어 구속시켰다. 이로 인해 선배 의사들이 법적 공방을 벌이며 큰 곤혹을 치루는 모습을 목격한 의대생들이 소청과를 더욱 기피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 사건에 연루된 이대목동병원 의료진들에 대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내려 의료 사고가 발생하면 진료에 최선을 다한 의료진에게 무조건 책임을 전가하려는 사회적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전공의 부족으로 소청과 진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오자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공의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재의 우리나라 의료 환경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증질환진료와 연구, 교육 기능을 수행하는 상급종합병원에 수련생 신분인 전공의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고 진료 체계의 근간이 무너질 것을 우려할 게 아니라 애초에 전문의를 충분히 채용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며 이를 위해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필수의료의 한 축을 이루는 소청과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의료계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며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년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사상 최초로 10%대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지자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지난 12월 16일 의협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대통령 직속 논의 기구를 만들어 △전공의 수련지원 △1차 진료 회복을 위한 수가 정상화 △전문의 중심 진료 전환 등의 정책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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