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0:55 (금)
필수의료의사 형사기소 특례, ‘필수의료범위’·‘국민배상수단’ 먼저 정해야
필수의료의사 형사기소 특례, ‘필수의료범위’·‘국민배상수단’ 먼저 정해야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2.12.21 15: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의사협회, 21일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토론회’ 개최
필수의료 환자 사상의료사고 발생 시 ‘의사 공소권 불인정’ 골자
무면허 의료행위, 승낙받지 않은 의료행위 등 특례 예외 조항 규정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료인을 형사처벌 부담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 선제 조건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는 21일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토론회'를 개최하고 법안 제정 필요성에 대해 논했다.

최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실 사망 사건으로 피소된 의료진이 3년간의 소송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의료진 과실로 환아들이 사망했다는 인과관계가 합리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1심 판결을 받아들였다.

의료계는 이 사건이 내년도 전공의 모집에서 빅5 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지원률이 10%대로 감소한 것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의료계는 이처럼 의료인이 의료행위 결과로 형사소송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소극 진료와 필수의료과 기피 경향이 확산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외면한 결과는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의사 형사소송 기소 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전치 1개월 이하의 비교적 가벼운 신체 피해로도 업무상과실치사상 소송을 당하는 비율이 높다.

김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검찰 처분 결과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기소율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44.6%인데 이 중에서 의사들이 73.9%로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매년 336명이 기소되는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고 밝혔다. 피해 정도는 전치 1개월 이하가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의료분쟁조정중재제도가 시행된 2012년, 의료분쟁 자동조정제도가 시행된 2017년을 기점으로 형사 소송이 증가했다”며 “두 제도가 합의를 기반으로 한 의료사고 처리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한 본래의 취지와 달리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영국의 경우 중과실치사상으로 기소되는 의사는 연평균 0.8명에 불과하다. 미국도 진통성 마약 과오용 사례를 제외하면 수술 및 처치로 의사의 형사과실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김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기소편의주의에 따라 외국처럼 충분한 근거가 없는 경우에도 일단 기소가 가능하다는 점이 문제점”이라며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이에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는 특례법안을 제안했다. 핵심은 필수의료를 제공받은 환자에게 사상 의료사고 발생 시 의사에 대한 공소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단, 기존의 법리를 적용해 △환자 승낙이 없는 필수의료행위 △의학적 판단에 의하지 아니한 필수의료행위 △진료기록의 위조, 변조 또는 중대한 사실을 은닉한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 또는 이를 교사하거나 방조한 경우에는 특례를 적용하지 않도록 한다.

필수의료의 범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중증, 희귀, 난치질환자에 대한 진료,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수술 △위험도가 높은 수술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수술 △분만 과정에서 산모 및 신생아에 대한 의료행위 △기타 보건복지부형으로 정하는 필수의료행위로 정한다.

전 이사는 “특례 대상을 의사로만 한정하고 환자의 권리구제 수단을 제한한다는 것에 대해 위헌 논쟁이 있을 수 있으나 정당한 목적과 수단, 최소침해, 이익 균형 등 합헌 요소에는 어긋나지 않는다”며 “간호사까지 대상 인력 범위를 넓히면 불필요한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실제로 소송을 제기하는 환자 중에서 의사를 반드시 처벌받고자 하는 경우도 극소수”라고 말했다.

조진석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는 “환자에 대한 의료사고 손해배상은 이루어져야 하나 의사에게 그밖의 불이익이 주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며 “특례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필수의료에 대한 정의가 모호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의료사고 배상 이후 건보공단, 연금공단에서 의료기관에 구상권이나 대위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아 이로 인한 의료인과 의료기관 부담이 크다”며 “앞으로 논의에서는 의료기관에 대한 구상권 및 대위권 행사 범위를 고의로 인한 의료사고로 제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장욱 한국의료법학회 총무이사도 “필수의료 정의가 추상적”이라고 범위 명확화에 대해 동의하면서 “의료사고 피해자를 위한 보상책 마련이 선제되어야 앞으로의 논의가 한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국민의 권리구제 수단의 제한, 타 전문직역과의 형평성, 국민의 법 관점 등 고려할 사항이 많다는 입장이다.

박미라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가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사안을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특례가 도입되어도 일반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배상 담보 수단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