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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문재인 케어와 공유지의 비극
[기자수첩] 문재인 케어와 공유지의 비극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2.12.13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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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던 어린시절 친구들과 놀러 가는 날이면 으레 패스트푸드점에서 끼니를 떼우곤 했다. 각자 햄버거 세트를 하나씩 주문하고 가운데 쟁반에 감자튀김을 모두 쏟아서 다 같이 공유해서 먹었었다. 저마다의 햄버거 포장지를 까서 먹기 시작하는데, 한번은 어떤 친구가 자신의 햄버거에는 손도 대지 않고 감자튀김만 계속해서 먹고 있었다. 왜 햄버거를 먹지 않느냐고 질문을 하자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감자튀김은 모두 같이 먹는 것이기 때문에 먼저 먹어야 내가 더 많은 양을 먹을 수 있어”

모두가 그 친구를 비난했지만, 이후 다시 만나서 패스트푸드점에 갈 때 친구들은 그 날의 교훈을 저마다 기억했던 것 같다. 구태여 그 친구가 말해주지 않았더라도 다들 가운데 모여있는 감자튀김과 상대방이 이를 집는 빈도를 의식하며 저마다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었을 것이다. 초등학생의 나이에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고 공유자원은 얼마나 빠르게 소진될 수 있는지를 경험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공유지의 비극'의 실례였던 셈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나라를 운영한다는 정책결정자들은 어린 꼬마들도 다 알법한 이런 공공재의 관리 부실이 야기하는 폐해를 생각해보지 못한 것 같다. 만약 생각을 해봤다면 그들은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이루기 위해 국민을 선동하고 나라의 귀중한 자산을 팔아 치운 것일테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인한 건보재정 악화가 바로 그 폐해이다.

2022년 12월 현재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반년이 훌쩍 지나갔지만 대한민국 사회 각처에는 전임 정권이 벌여놓은 여러 패악들이 잔재해 있으며, 현재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문재인 케어 시행 5년이 되는 2023년부터 건보재정은 1조 4000억원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28년에는 적립금마저 바닥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미명하에 시행된 문재인 케어의 MRI·초음파 급여화는 막대한 건보 지출을 초래했다. 2018년 1891억원이던 진료비는 2021년에 1조 8476억원에 달하며 4년새 10배 가까이 폭증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지불한 재화에 대한 보상심리가 있다. 건보료를 많이 냈건 적게 냈건, 있는 혜택을 사용하고자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우리 국민들이 도덕적으로 특별히 악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잘못된 정책 시행으로 인한 유인효과가 일어난 것이다.

건보재정이 의료 쇼핑과 불필요한 MRI촬영으로 낭비되는 동안 정작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분야는 지원되지 않고 있었다. 필수의료는 의료계의 군대와 같은 개념이다. 적자가 나더라도 존재 자체가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에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향후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급속한 재정 고갈이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건보는 정치인의 포퓰리즘 정책에 이용당하고 있었다.

지난 8일 윤석열 정부의 보건복지부는 건보의 지속가능성을 논의하는 공청회를 열었다. 골자는 文케어를 대대적으로 손보고 필수의료는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렸던 의료혜택이 잘못된 결정들로 인해 다신 누리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지난 5년간 낭비된 재정을 만회하려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부디 귀한 재화가 초등학생 수준에도 미달하는 이들에 의해 다시는 낭비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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