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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료인에 출장검진 위탁하고 리베이트 받은 의원 14억원 환수
비의료인에 출장검진 위탁하고 리베이트 받은 의원 14억원 환수
  • 조준경 기자
  • 승인 2022.12.08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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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료인이 의원 명의 빌려 장기간 건강검진센터 운영
의사가 사무실 임차료 지출했더라도 범행 지속위한 성격

비의료인에게 출장검진을 위탁하고 수입의 일정액을 리베이트로 받은 의원에 대해 건강검진비용 수십억원을 환수한 것이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10년 4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서울 모처에서 D의원(이하 이 사건 의원)을 운영한 의사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9년 4월3일 서울관악경찰서로부터 'A씨가 2012년 3월7일 비의료인인 B씨에게 출장검진비 총액 중 30%의 리베이트를 받는 등 나누어 먹기 식으로 업무 제휴 계약서를 작성·체결하고, 2012년 3월20일부터 2018년 12월31일까지 이 사건 의원의 출장건강검진 B팀(이하 이 사건 검진센터)을 운영하면서 각 업체들을 상대로 출장건강검진을 실시하여 공단으로부터 총 17억 1412만여원을 교부받는 등 사무장이 운영하는 일명 사무장 출장건강검진센터를 운영했다'는 범죄사실로 A, B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및 의료법위반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기소했다는 수사결과를 통보받았다.

이에 공단은 A, B씨가 구 의료법(2019년 4월23일 법률 제164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을 위반한 이 사건 검진센터를 운영했다는 이유로 구 의료법 제33조,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등에 따라 이 사건 검진센터 출장검진 운영기간에 실시된 건강검진비용 17억 894만여원을 A, B씨로부터 환수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원처분)을 했다. 공단은 이 사건 원처분의 환수금액에 감액비율 15%를 적용해 A씨에 대한 환수금액을 14억 5260만원(이하 이 사건 처분)으로 감액했다.

A씨는 이 사건 처분이 부적법 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이 사건 검진센터는 A씨가 B씨에게 명의를 대여한 것이 아니라 A씨가 직접 운영한 것이므로 처분사유가 부존재하다는 주장했다. 또 A씨가 이 사건 검진센터와 관련해 직원 급여 및 4대 보험료, 검진버스 자동차세 및 차량유지비, 이 사건 사무실 임차료와 공과금, 피검업체에 대한 접대비, 기타비용(식대, 사무용품비, 광고선전비) 등을 지출했고, A씨가 지출한 비용이 수익보다 많아 실질적으로 손해를 본 상황이 이 사건 처분의 환수액 산정에 반영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어 비례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서울행정법원 제14부, 판사 이상훈)는 그러나 A씨의 청구를 기각하며 공단의 환수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 사유는 이 사건 의원 명의로 개설된 이 사건 검진센터가 비의료인 B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구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의 검진기관(의료기관)임에도 공단에게 건강검진비용을 청구함으로써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았다는 것”이라며 “A씨는 관련 형사사건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 의료법위반죄로 유죄를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됐다”고 지적했다.

구 의료법 제33조 제2항이 금지하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병원 자체는 의사가 운영하면서, 병원에 부설된 건강검진센터의 운영을 비의료인과 동업한 경우에도 구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B씨가 A씨로부터 이 사건 의원 명의를 빌려 검진기관으로 지정받은 이 사건 검진센터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B씨가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한 것이므로 의료법 위반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라며 “따라서 A씨는 이 사건 의원의 개설명의자로서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 근거해 부당이득 환수처분의 상대방이 된다”라고 판단했다.

A씨가 이 사건 검진센터에 관해 지출한 비용이 많아 오히려 손해를 보았고, 그 사정이 이 사건 처분의 환수액 산정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이 사건 의원 명의를 빌려주고 사무실을 임차해주며, B씨가 자기 책임으로 출장건강검진을 위한 나머지 물적 설비 및 인적설비를 모두 구비하고, 이 사건 검진센터 업무에 소요되는 모든 제반비용을 책임지며, 출장건강검진비의 30%는 A씨가, 나머지는 B씨가 나눠갖기로 약정했다”라며 “실제로 A씨는 자신 명의의 은행 계좌를 통해 공단으로부터 건강검진비를 지급받아 그중 70%를 B씨 명의 계좌로 이체하고, B씨는 위와 같이 이체받은 돈에서 직원 급여와 4대 보험료 등 운영경비를 지출했다”고 지적했다.

B씨는 관련 형사사건 항소심에서 “A씨는 매출이 어떻든 간에 다른 경비의 공제없이, 실수익이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매출의 일정부분을 가져가는 수익을 얻었다”라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사정을 비춰, A씨가 자신의 주장과 같은 비용을 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A씨가 사무실 임차료를 지출한 것으로 보이나, 이는 검진센터를 운영하며 검진비용을 편취하는 범행을 계속하기 위해 지출된 비용으로서의 성격도 지니고 있어, 이를 부당이득징수액의 감액사유로 고려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라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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