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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강의 시대와 지역사회 중심의 보건의료체계로의 전환
[기고] 건강의 시대와 지역사회 중심의 보건의료체계로의 전환
  • 의사신문
  • 승인 2022.12.0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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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호 중랑구의사회장

코로나가 유입된 지 어느새 3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사상 초유의 감염병 위기였지만 국민 모두가 힘을 모은 덕분에 일상으로의 복귀도 상당히 가까워진 듯하다. 건강과 위생에 대한 관심과 자발적인 노력이 핵심이었다. 겨울철 재유행이 우려되기는 하지만 지역 보건의료협력체계를 통해서 충분히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코로나를 두려워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의료시스템 붕괴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과 함께 동네 의원부터 동네 병원이 감염병 진료에 나서면서 의료 시스템의 여유도 충분해졌다. 거대 병원과 공공의료기관의 역할만이 아니라 동네 의원과 동네 병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깨달았다. 지역사회 보건의료 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연동해서 감염병을 관리할 수 있는 지역완결형 감염관리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지역 감염은 중앙과 지방이 필요한 역할을 분담함으로써만이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감염병에 관한 보건의료적 상황은 지역별로 다양하며 특히 사각지대의 문제를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반복적으로 터져나오는 사각지대 문제는 언제든지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동네 의원과 동네 병원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바탕으로 복지 시설과 주민에 이르기까지 촘촘한 관계망을 구축하여야 한다.

감염병에 취약한 고령층을 보호하는 문제는 초고령 사회의 돌봄 문제와 연장선상에 있다. 보건의료복지가 함께하는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시급하다. 코로나 지역감염의 극복은 건강 관리 체계의 혁신을 필요로 한다. 건강과 삶의 질을 개선하고 촘촘한 관계망을 구축하기 위해서 보건의료복지의 연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강관리는 스스로의 관심과 노력이 중요한 만큼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여야만 한다.

포스트코로나로 나아가야 하는 시점에서 건강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중요하다. 건강권은 진료 선택권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치료중심에서 예방과 건강증진 중심으로 전환이 필요하며 지역사회 일차의료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주민이 참여해서 필요한 결정을 스스로 내리고 지자체와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구조로 전환되어야 한다.

지역사회 스스로가 필요한 문제를 인식하고 조례를 만들고 민관협력체계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중앙 정부의 과도한 간섭과 조급한 국회 입법은 지역사회의 자생력과 자기 결정권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국회 입법이 이익집단간의 충돌로 이어지게 되면 지역사회 건강 생태계까지 얼어붙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국회 입법과 정부 정책만으로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위험하기도 하다.

국민 건강 의식의 성장은 국민 모두의 참여와 시간이 필요한 문제이다. 조급한 법안과 정책이 국가에 대한 의존만 키우고 직역과 지역의 갈등과 스스로의 발전을 저해하는 점은 유감스럽다. 졸속의 공공의대 정책이나 간호법이나 한의사단독법 등 직역 갈등을 유발하고 의료인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법안은 하루 속히 중지되어야 한다.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그리고 장기요양보험에 이르기까지 국민건강에 관한 천문학적 규모의 지출에도 불구하고 국민과 환자의 입장에서는 의료서비스를 누리기에는 불편한 점이 있다. 필수의료 부족이나 질병 예방과 건강증진에 관한 문제는 지역사회 중심으로 주민의 입장과 눈높이에 따른 의사 결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필수의료 부족은 지역불균형에서 비롯되고 대형병원의 수도권 집중은 또다른 불균형을 유발한다. 중앙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일방적인 정책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필수 의료는 지역사회 필수 시설이고 상당한 비용도 필요한 문제이다. 시작 단계부터 지역 상황에 맞추어 전문가와 주민간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확충함이 바람직하다.

코로나 지역감염 극복 과정에서 보듯이 의원급 의료기관과 중소병원이 참여하는 지역사회의 민관협력은 의료 전문성과 공공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 전문가로서 의사의 역할은 이미 공공성을 갖고 있으며 정부의 불필요한 간섭과 의료불신 조장 보다는 신뢰와 자율에 따른 선순환 구조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단위에서 주민을 중심으로 하는 보건의료와 복지의 연계망 구축이 중요하다. 더군다나 초고령 사회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감염병위기와 만성질환의 위기는 같은 연장선 상에 있어, 주민이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역사회 중심의 보건의료복지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역사회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이나 왕진 시범 사업은 그중에서도 핵심 사안인 만큼 포스트코로나를 위해 더욱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인간에게 있어서 건강과 자유만큼 소중한 가치는 없다. 그동안 국가 주도의 시스템을 만드는데 노력하였다면 이제부터는 환자와 국민 중심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지역보건의료복지체계 확립을 통해 건강한 국가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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